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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적 없는 성적표

2018-06-18조회수 3613
작성자
류태호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교수)

“이번 학기에는 창의적인 사고와 모험 정신, 진실성이 돋보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미래 교육, 역량 중심 성적표


류태호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교수) 지음 | 2018년 6월 12일 출간
152×224 | 200쪽 | 값 15,000원 
ISBN 978-89-8222-575-8 (93370)




미국 100대 명문 사립고교에서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인가?

첫째도 효율, 둘째도 효율
18세기 후반 영국 대학에서는 수강생 수에 비례해 교수의 급여를 제공하는 정책이 시행됐다. 그런데 교수들이 수강 인원을 늘리는 건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기존의 평가 방식이 걸림돌이었다. 구술시험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그러던 중 케임브리지대학의 화학과 교수 윌리엄 패리시가 걸림돌을 깔끔히 치워버렸다. 필기시험으로 등급을 매기니 평가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이전보다 많은 학생을 받을 수 있었다. 패리시를 ‘부자’로 만들어준 양적 평가에서 오늘날의 A, B, C, D, F 학점제와 100점 만점제가 유래했다.

이처럼 근대 교육의 화두는 ‘효율’이었다. 패리시가 개발한 양적 평가는 정해진 시간에 더욱 많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들을 같은 학년에 모아놓고 같은 교육을 시킨 것도 양질의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객관식 시험 역시 평가 시간을 더욱 줄이려는 의도의 산물이었다.

효율에 치중한 교육은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점을 야기했다.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은 학점과 점수 아래 묻혀버렸다. 양질의 노동력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낙오자는 논외로 취급됐다. 객관식 시험만으로는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학생은 수동적으로 배우기만 했다. 근대의 교육 방식이 오늘날 공교육 시스템에 그대로 이어진 것은 더 큰 문제였다.

8대 역량으로 미래 인재를 키운다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교육개혁에 착수했다. 100대 명문 사립고들이 역량 중심 성적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역량 중심 성적표는 기존 성적표와 달리 과목명과 과목별 점수를 표기하지 않는다. 대신 학생이 갖고 있는 역량의 수준을 알려준다. 분석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복합적 의사소통, 리더십과 팀워크, 디지털/양적 리터러시, 세계적 시각, 적응력/진취성/모험 정신, 진실성과 윤리적 의사 결정, 마음의 습관/사고방식 등 평가하는 역량은 8가지다. 역량 중심 성적표를 보면 8가지 역량 중 어떤 역량이 뛰어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역량 중심 성적표는 어떻게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까? 역량 중심 성적표는 역량 중심 교육을 전제한다. 역량 중심 교육은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학생의 이해도에 따라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므로 낙오되는 학생을 끝까지 책임진다. 결과 위주에서 과정 위주로 평가를 진행하면서 학습의 현황을 심도 있게 파악해 숙련도를 향상시킨다.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은 티칭(teaching)에서 코칭(coaching)으로 바뀐다.

역량 중심 성적표는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역량 중심 성적표에서 평가하는 8대 역량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10대 역량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 방식이 바로 역량 중심 성적표인 것이다.

2020년이면 미국에서 역량 중심 성적표가 부분적으로 시행된다. 역량을 평가하는 교육 방식이 과연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역량에 집중하는 교육 방식은 과연 어떤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까? 미래 교육이 펼쳐지는 모습을 지켜볼 날도 이제 머지않았다.

『성적 없는 성적표』
『4차 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를 펴낸 류태호 교수의 두 번째 저서다. 이전 저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을 개괄한 개론이었다면, 『성적 없는 성적표』는 그 연장선에서 역량 중심 교육을 깊이 파고드는 일종의 각론이다. 저자는 먼저 역량 중심 성적표 도입을 준비하는 미국 교육계의 최근 동향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러고는 공교육 시스템의 기원과 미래 교육의 방향을 소개하면서 역량 중심 교육이 전개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최신 기술을 활용한 교육 플랫폼, 빅데이터에 기반한 학습 분석 프로그램, 역량 관리를 위한 디지털 배지와 e-포트폴리오, 사회적 학습과 평생교육 등 역량 중심 교육의 실제 모습을 구체적으로 예시한다. 이 책이 소개하는 역량 중심 성적표는 미래 교육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역량 중심 성적표 도입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미국에서 왜 이런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가’이다. 미국의 이런 변화를 미리 파악하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역량 중심 교육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백년대계인 교육의 변화는 긴 시간을 두고 많은 토론을 하고 숙고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발자취가 될 것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지은이
류태호

교육공학 전문가이자 미래교육학자.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퍼듀대학교에서 교육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 평생교육대학(School of Continuing and Professional Studies)에서 조교수로 있으며 (사)한국교육정보미디어학회 국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류태호 교수의 교육정보미디어 트렌드’를 운영하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차례
프롤로그: 교육의 미래로 안내하는 한 장의 지도

Part 1: 역량 중심 성적표란 무엇일까?
이젠 역량을 평가합니다!
점수 없는 성적표
창의적 사고에서 마음의 습관까지
20여 개 역량이 담긴 기하학 수업
성적표 하나가 일으킬 변화

Part 2: 4차 산업혁명 시대, 역량 중심 성적표가 왜 중요한 걸까?
150년도 안 되는 역사
언제부터 A, B, C, D, F를 썼을까?
점수 지상주의
사람 중심의 시대, 사람 중심의 교육

Part 3: 역량 중심 교육은 어떻게 할까?
티칭에서 코칭으로
내 수업은 내가 설계한다
빅데이터로 역량을 키우자
e-포트폴리오에 디지털 배지 달기

Part 4: 미래의 교육은 어떻게 바뀔까?
대학에 부는 변화의 바람
‘어디서 배웠는가’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로
평생 배우는 세상

에필로그: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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