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또 다른 경계, 세계시민적 자아실현
또 다른 경계, 세계시민적 자아실현
학문과 평화의 전당, 경희대학교에 입성한 신입생 여러분!
진심으로 입학을 축하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우리의 삶에는 경계가 있습니다. 겨울과 봄, 졸업과 입학!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시간이 있습니다. 경계의 시간은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라고 권유합니다. 입학식이라는 경계의 시간은 지난 고등학교 생활을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대학생활을 내다보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대학에 입학한 여러분은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처음에는 두려움과 함께 설렘이 동반됩니다. 첫인사, 첫만남, 첫강의... 경희는 여러분에게 첫마음이 되어,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큰 배움을 제공하겠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고, 알은 하나의 세계이며, 새로이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대학에 입학한 여러분은 이제 ‘알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조의 세계’로 비상(飛翔)을 준비해야 합니다.
친애하는 신입생 여러분!
올해로 설립 75주년을 맞는 우리 대학은 창학정신인 ‘문화세계의 창조’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우리 경희는 2011년 이래로 ‘후마니타스 정신’을 강조하며 새로운 문명 건설에 나서는 ‘지구적 실천인’의 이상을 품고 ‘타자와 함께하는 성숙한 세계시민’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경희는 ‘교육에서 학습으로, 학습에서 실천으로’라는 모토 아래 학술과 실천을 창조적으로 결합하며 ‘학문과 평화’의 미래를 개척해 왔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를 위해 ‘대학다운 미래대학’의 전형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지구적 존엄을 추구하는 길에 경희는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21세기 문명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담대한 도전의식, 창의적인 사고와 함께 상호 협력하는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경희학원의 설립자인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는 구성원 모두가 배려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세 가지의 경희정신’을 강조했습니다. 그 첫머리에 자유로운 발상과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하는 ‘창의적인 노력’이 있습니다. 둘째로 고난과 역경에 맞서 불굴의 의지로 감투(敢鬪)하는 ‘진취적인 기상’이 자리합니다. 셋째로 ‘세계 평화와 문화복지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서로 단결하고 협심하는 ‘건설적인 협동’이 있습니다. 우리 경희는 일찍이 몇 세대를 앞서 내다본 창학정신을 바탕으로 35만 동문 선배를 배출했습니다. 이제 여러분도 그 선배들의 궤적을 밟아가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신입생 여러분!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목표에 과감하게 도전해야 합니다. 기존의 틀을 그대로 추수(追隨)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경희정신과 경희교육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탐색한다면 더 나은 성장과 성공의 문이 열린다고 확신합니다. 3만 5,000명의 재학생, 1,500명의 탁월한 교수님과 1,000명의 직원 선생님들이 여러분의 미래를 지원하겠습니다.
사실 오늘 이 자리는 저에게도 의미가 남다릅니다.
2주 전인 2024년 2월 14일에 제가 17대 경희대학교 총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입니다. 저도 여러분과 같이 앞으로 4년 동안 경희의 역사를 함께 써내려가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지적 성장과 탁월한 성취를 지원하는 데에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고자 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 경희에서 여러분은 ‘스스로를 발명하는 후마니타스 교양교육’과 ‘미래를 준비하는 혁신적인 전공교육’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타인과 더불어 전환 시대의 전지구적 난제를 극복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자랑스런 신입생 여러분!
오늘은 과학과 인류의 관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간 종이 지구를 지배하게 만든 것은 과학입니다. 과학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생산성을 향상시켰으며 깊은 사고를 바탕으로 문명 사회를 구축해 왔습니다. 17세기에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이는 과학적 인식의 불을 밝히는 등대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사과는 왜 떨어질까?”라는 질문을 던진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19세기 초에는 빛과 전기 및 자기 분야의 연구로 그동안 미분류되던 숱한 현상들의 이해가 가능해졌습니다.
이후 1905년 아인슈타인이 제안한 ‘상대성이론’과 1926년 하이젠베르크가 발견한 ‘불확정성 원리’에서 출발한 양자역학 이론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지축을 뒤흔들었던 획기적 사건입니다. 뉴턴식의 ‘인과성의 원리’가 인간 세계를 이해하는 선험적인 사고의 원리를 가르쳐줬지만, 양자이론은 원인과 결과가 외양에 지나지 않으며 실재의 깊숙한 곳에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이와 같은 과학 혁명은 인문학과 예술 분야에서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져오며 우리의 일상생활과 사고방식을 또 다른 경계로 나아가게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생명공학, 인공지능 기술의 혁명적인 발전으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특이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8,30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진다고도 합니다. 과학은 전례 없는 속도로 인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유례없는 가속으로 지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제2의 과학혁명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2배 증가했습니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기후 위기 난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푸르고 아름다웠던 지구를 우리의 후손들에게 어떻게 물려줘야 하는지를.
신입생 여러분!
미래학자들은 ‘진정한 미래는 위기의 한복판에서 태어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맞이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우리는 각종 기아와 질병, 전쟁 등 여전히 다양한 전지구적 난제들 앞에 서 있습니다. 『총, 균, 쇠』의 저자인 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지적한 네 가지 난제인 ‘기후변화, 자원 고갈, 인구폭증, 불평등’ 역시 현재진행형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인류의 미래 앞에 닥친 위기의 파고 속에서 신입생 여러분이 ‘평범을 뛰어넘는 비범’으로 문명 전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단순한 제조 산업 중심의 국가에서 탈피해 세계를 선도하는 최고 수준의 문화와 기술력을 보유한 선진국으로 진입했습니다. 앞으로도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의 중요성이 점점 증대될 것입니다. 창조의 중심에는 여러분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세계적인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을 바탕으로 세계를 품고 우주까지도 품을 수 있는 경희만의 혁신적인 교육모델을 구축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가기 위한 초석을 만들고자 합니다. 저는 경희 구성원 각자의 아름다움이 대학의 아름다운 가치와 창학이념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우리 대학을 문화창조의 허브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꿈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꿈은 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희망의 태도입니다. 여러분의 꿈과 도전을 지지하며, ‘학문과 평화의 새로운 도정’에 신입생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여러분의 대학 생활이 ‘경희의 미래, 인류의 미래’라는 경희의 염원처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길 기원합니다.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미 해결된 문제 속에서 또다시 새로운 의문과 궁금증이 생겨나게 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영감이 싹트게 되는 거지요. 영감! 그게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나는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가운데 새로운 영감이 솟아난다는 사실입니다.”
신입생 여러분!
경계에 머물지 말고 경계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경희에서 학문적 자아실현을 통해서 개인의 성장을 넘어 세계시민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경희의 역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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