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UN, 어디로 가야하는가
2018-10-04 교류/실천
Peace BAR Festival(PBF) 2018(8): 국제학술회의②
국내외 석학·전문가, UN의 역할, 필요성, 발전방향 등 논의
“UN, 변화하지 않으면 구시대적 유물로 사라질 것”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 대통령은 UN 무용론(無用論)을 주장했고, 세계의 많은 지도자들이 국가 주권을 강조하며 UN과 같은 다자주의적 국제기구와 이를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무시, 거부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목), 서울캠퍼스 본관에서 개최된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이하 ‘PBF’) 2018 국제학술회의에서 토마스 위즈(Thomas Weiss) 뉴욕시립대(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 석좌교수가 UN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을 위와 같이 지적했다.
‘UN 없는 세계?(A World Without the UN?)'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회의에는 이리나 보코바(Irina Bokova) 경희대 미원석좌교수 겸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前 UNESCO 사무총장), 김원수 前 UN 군축고위대표, 리베르토 바우티스타(Liberato Bautista) 세계시민단체연합(CoNGO) 회장, 게리 제이콥스(Garry Jacobs)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WAAS) 회장, 오준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前 UN 대사), 문돈 경희대 국제대학장이 패널로 나서 UN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UN, 인류 발전 위해 많은 건설적 역할 수행
토마스 위즈 교수는 강연을 시작하며 참석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세계 여러 지도자들이 다자주의적 국제기구를 무시, 거부한다. 그렇다면 UN이 없으면 세상이 더 좋아질까? 아니면 이러한 지도자들이 없는 세상이 더 나을까?” 강연은 이 두 질문에 대해 위즈 교수가 내린 결론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위즈 교수는 그동안 UN이 수행해온 역할을 언급했다. UN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아이디어 및 표준 규범들의 질서를 구축하고, 평화, 안보, 인도적 지원, 지속가능발전과 같은 영역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위즈 교수는 “UN은 그간 인류 발전을 위해 많은 건설적 활동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이유들로 볼 때 UN 없는 세계가 보다 나은 세계가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UN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면 세상은 더 나아질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먼저, 위즈 교수는 UN 개혁이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역설했다. 많은 구조적, 정치적 장애물들로 인해 UN사무총장의 리더십만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게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는 “UN이 개혁을 통해 보다 투명하고, 책임성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멸종한 공룡들처럼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하지만 UN이 보다 효율적이고 정당성을 갖추게 된다면 세상은 분명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다자주의적 국제기구’”
두 번째 질문에 대해 토마스 위즈 교수는 “자국우선주의를 주장하는 지도자들이 없는 세상이 더 좋을 것”이라며 “이러한 지도자들이 UN과 WTO 등 다자주의적 국제기구에 기초한 세계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와 같은 태도는 국제기구의 역할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가 주권을 내세우며 인권을 무시하는 정권의 행태도 외면하는 반인륜적인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이 위즈 교수의 의견이다.
위즈 교수는 “잘못된 국익 계산과 리더십이 얼마나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결과”라며 “다자주의적 국제기구는 국가 주권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 주권의 최후의 보루와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금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다자주의적 국제기구의 부활이다. 각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은 국제기구와 주권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전 인류적 관점에서 협력과 발전을 모색해야한다”고 말했다.
세계시민들의 여론 반영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토마스 위즈 교수의 강연이 끝나고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이리나 보코바 교수는 “파리기후협정 체결에서 보듯 UN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UN이 분열된 상태를 극복하고 보다 일관성 있는 기구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또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며 세계의 공공재를 위한 일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원수 대표는 “UN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열흘 동안 사용한 전쟁비용으로 전 세계 60여개 국가에서 ‘Peace Keeper’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UN의 강화를 얘기하는 동시에 자국 주권에 개입하기를 싫어하는 회원국들의 이중적인 태도로 문제가 발생한다”며 UN 개혁은 현 단계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게리 제이콥스 회장은 “UN이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인간에게 주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한다”고 말했다. 회원국들로 이루어진 ‘제1 UN’, 사무처 직원들로 이루어진 ‘제2 UN’, 비정부기구들(NGOs)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제3 UN’에 이어, 인간 주권을 기본으로 하는 ‘제4 UN’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UN은 세계시민의 여론을 반영하는 기구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리베르토 바우티스타 회장은 “UN이 세계시민들의 목소리를 대표하는지 의심스럽다”면서 “UN 내 비정부기구(NGO)의 역할이 미비한 것은 UN의 대표성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UN 예산이 감축되면 비정부기구와의 관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인권위원회 예산이 감축되자 인권위원회 개최 일정이 단축되고, NGOs와의 접촉이 줄어드는 게 좋은 예”라고 말했다.
오준 교수는 “전 세계 국가들은 국제법적으로는 동등할지 모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매우 불평등하다. 세계화에 따른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글로벌 거버넌스가 필요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를 실현하는 데는 많은 장애물들이 존재한다”며 “UN 개혁의 과제는 세계화 시대의 글로벌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하느냐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문돈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적 갈등도 다자적 국제기구의 작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설립된 UN이 양강의 갈등 앞에서 어떻게 국제 평화를 지켜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라고 말했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다소 아쉬워”
이외에도 패널 및 청중들은 UN사무총장의 선출방식,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등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위즈 교수는 UN사무총장 선출방식 문제를 두고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신임 사무총장을 선출했다. 이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 사이의 은밀한 협상으로 선출되던 것으로부터 많은 변화”라고 말했다.
덧붙여 위즈 교수는 “UN사무총장은 상징적인 힘을 갖고 있고, 오늘날 세계적인 문제들은 거대한 비전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비추어볼 때 사무총장의 국적을 고려하고, 지리적 순환을 중시하는 선출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또한, 5년 중임의 임기제가 아닌 6년 단임제를 고려해야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을 토로했다. 위즈 교수는 “밀레니엄개발목표(MDGs)의 경우는 모든 회원국들이 책임을 나눠지도록 하는 체계였다. 하지만, SDGs의 경우는 목표 사이에 우선순위나 연속성이 없고, 어느 나라도 모든 것을 추구할 수는 없는 구조로 돼 있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약점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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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승훈 aidenhan213@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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