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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기후변화 문제 해결할 수 있다”

2018-10-04 교류/실천

기후변화 분야 석학인 피터 와담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지난 9월 18일(화) PBF 국제학술회의에서 심각한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해있는 지구의 상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Peace BAR Festival(PBF) 2018(7): 국제학술회의①
기후변화 분야 석학 피터 와담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강연 및 패널 토의
북극 해빙으로 온난화 가속, 기상이변, 농업 생산성 하락 등 복합적 문제 초래
“현 상황 지속되면 지구는 곧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 될 것”

1970년대에 북극 수면의 800만 ㎢를 덮고 있었던 북극 빙하가 점차 줄어 2012년 9월에는 340만 ㎢로 절반 이상 사라진 것이 관측됐다. 북극 그린란드 빙하는 2012년 7월 1일부터 11일까지 단 10일간 표면의 97%가 녹았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북반구의 여름, 그 꼭대기는 더 이상 흰색이 아니다.

이는 북극 해빙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해빙이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시키고, 기상이변, 해수면 상승, 농업 생산성 하락 등 복합적인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분야 석학인 피터 와담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지구는 곧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9월 18일(화) ‘UN제정 세계평화의 날 37주년 기념 Peace BAR Festival 2018(이하 PBF)’ 국제학술회의 참여를 위해 경희대학교를 찾은 와담스 교수. 그는 1970년부터 50여 년간 극지를 관측한 자료 등 여러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기후변화 연구 결과를 들려주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해빙으로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 대량 방출, 온난화 가속화
국제학술회의의 주제는 ‘사라지는 빙하: 기후변화와 세계평화(A Farewell to Ice: Climate Change and Global Peace)’였다. 와담스 교수의 강연에 이어 패널 토의가 있었다.

와담스 교수는 지난해 9월, 극지 기후변화 현장 연구 보고서 <A Farewell to Ice>(옥스퍼드대학출판사)를 통해 심각한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해있는 지구의 상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경희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사회적으로 일깨우고자 올해 PBF에 맞춰 와담스 교수의 저서를 번역해 <빙하여 잘 있거라>(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를 펴냈다.

책에서 와담스 교수는 빠르게 진행되는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영원히 얼어붙어 있을 줄 알았던 북극 알래스카 동토와 만년해빙이 몇 년 내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저와 동토층에 갇혀있던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온난화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분자당 온실효과가 23배나 더 커서 지구 온도를 급격하게 상승시킨다.

책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한 와담스 교수는 “1970년에 극지 연구를 시작하면서 해빙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빙하의 두께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전한 뒤 기후변화의 여러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북극의 해빙 규모를 설명 중인 와담스 교수. 2005년 9월 560만 ㎢였던 빙하는 2007년 9월 430만 ㎢, 2012년 9월 340만 ㎢로 줄었다. 해빙은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시키고, 기상이변, 해수면 상승, 농업 생산성 하락 등 복합적인 문제를 초래한다.

1850년경을 기점으로 지구 온도 상승, 산업혁명에 따른 현상
와담스 교수는 우선 지난 40만 년 동안의 기후변화 그래프를 보여줬다. 지구는 일정한 주기를 갖고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쳐 왔다. 그런데 주기에 변화가 생겼다. 다음 빙하기를 향해 낮아지던 지구의 온도가 1850년경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하면서 온난화 현상이 나타난 것. 와담스 교수는 이 변화에 주목하면서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산업혁명으로 화석연료의 사용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160년 동안의 기후변화를 보여주는 만-브래들리 곡선과 북극 기상관측소의 온도 곡선을 비교하면 1850년 이후 진행된 온난화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기간 동안 지구의 온도는 0.8℃, 북극의 온도는 2.4℃ 상승했다. 이러한 변화로 해빙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태양복사열을 반사해야 할 빙하가 사라지면서 지구가 더 많은 양의 태양복사열을 흡수해 온난화가 가속된다는 것이다.

해빙의 문제는 지구온난화에 그치지 않는다. 해류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제트기류를 느려지게 해 기상이변을 초래한다. 와담스 교수는 “북반구 지역에 집중돼 있던 기상이변은 최근 전 세계로 확산됐다”고 설명하며 “기상이변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류가 폭염, 한파, 가뭄, 태풍, 홍수 등 재난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상이변은 농업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해 경작지가 줄었고, 기상이변까지 겹치면서 농업 생산성이 하락했다. 그 결과 식량 가격이 치솟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관리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 FPI)에 따르면 2002~2004년 식품 가격이 100이라고 했을 때 2008년에는 224.1로 2배 이상 올랐다. 와담스 교수는 인구 증가 역시 미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고 우려했다.

세계 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와담스 교수는 “이산화탄소 배출 수준이 이미 너무 높은데,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우려하는 이유는 이산화탄소가 바다 또는 식물에 흡수되더라도 다시 기후 시스템으로 투입돼 현재 또는 미래에 지구를 가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줄이는 것을 넘어 제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와담스 교수는 “이미 우리는 기상이변과 식량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더 이상 기후변화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처를 할 수 있을까?

와담스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지구공학(Geoengineering)을 활용한 기술을 제시했다. 한 가지 예로 스티븐 솔터 에든버러대 교수가 설계한 구름을 만드는 기술을 언급했다. 바닷물을 미세한 물 입자로 바꿔 구름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구름의 반사율이 향상돼 태양복사에너지 반사량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해양생물에 흡수되면서 해양생태계를 교란, 또 다른 재난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와담스 교수는 “이미 인류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징후들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임시 처방이 될 수밖에 없지만, 지구공학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그 후 이산화탄소 제거를 위한 신중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와담스 교수의 강연에 이어 이리나 보코바 미원석좌교수 겸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前 UNESCO 사무총장)의 사회로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사진 왼쪽부터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리베르토 바우티스타 세계시민사회단체연합(CoNGO) 회장, 게리 제이콥스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WAAS) 회장, 보코바 교수, 와담스 교수, 마리아 피아 카사리니 Istituto Geografico Polare Silvio Zavatti 소장, 김성중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기후변화는 엄연한 현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패널 토의는 이리나 보코바 미원석좌교수 겸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前 UNESCO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패널들은 기후변화 문제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와담스 교수의 의견에 공감했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지난여름 전례 없는 폭염을 겪었고, 지구촌 곳곳에서는 허리케인, 태풍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가 더 커지면서 6등급의 허리케인이나 태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와 이상기온 현상 사이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뚜렷하게 밝혀내지 못 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기후변화는 엄연한 현실”이라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경제, 사회, 정치, 민주주의, 인권 등의 상호의존성 이해해야”
패널들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리베르토 바우티스타 세계시민사회단체연합(CoNGO) 회장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인간과 세계, 지구, 우주 번영의 불가분의 관계를 이해하고, 윤리적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리 제이콥스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WAAS) 회장은 “오래전부터 학계와 시민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눈앞의 소득, 일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후변화가 나의 일이라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인식 전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제이콥스 회장이 강조한 것은 기후변화, 경제, 사회, 정치, 민주주의, 인권 등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이해다. 그는 “각각의 문제들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를 이해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UN이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를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SDGs에서는 인류와 문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빈곤, 기아, 식량, 질병, 난민, 기후변화, 에너지 등 현대 사회의 문명적 폐단 치유를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패널 토의에서 와담스 교수는 “정치인들이 과학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지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
패널 토의에서도 교육의 중요성이 수차례 언급됐다. 마리아 피아 카사리니 Istituto Geografico Polare Silvio Zavatti 소장은 “기후변화 문제의 결과를 겪는 것은 젊은 세대들이다. 그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 과학적인 관점에서뿐 아니라 기후변화 피해 지역의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윤리적 책임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보코바 교수는 이에 동의하며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의 영향력은 어느 한 지역이 아니라 글로벌하게 나타난다. 교육을 통해 지구적 문제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정부나 학계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시민사회도 문제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와담스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리협약과 같은 국제적 합의가 도출됐지만, 적극적인 행동이 뒷받침되지 못 하는 데에 따른 우려를 제기한 뒤,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경고해왔다. 정치인들이 과학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지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도 “많은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너무 늦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알리면서 정치가와 기업가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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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choons@khu.ac.kr
  정병성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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