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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협회 회장은 내게 주어진 소명”

2018-06-14 의과학경희

제39대 대한병원협회장에 선출된 임영진 의무부총장은 “병원협회장은 명예직이 아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임영진 의무부총장, 대한병원협회장 선출
“4차 산업혁명 시대, 앞서가는 경희의료원 만들기 위해 노력”

임영진 의무부총장 겸 경희의료원장은 열정적이다. 깊이 생각해 실행에 옮기면서도 언제나 눈높이를 낮춘다. 남다른 리더십의 그가 대한병원협회 제39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단독 출마로 예상되던 선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후보자로 인해 예상치 못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보름 남짓 전국을 돌며 ‘유세 활동’을 벌여야 했다. 최근 대한병원협회 회장에 취임한 그를 경희의료원 원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운명적’, ‘소명의식’이란 표현으로 소감을 밝혔다.

경희대 최초의 병협회장, 소명의식 커져
Q) ‘대한병원협회’ 회장(이하 ‘병협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경희대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소감은 어떤가?
우선은 기쁘다. 신뢰와 도움, 기회를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두 가지 느낌을 받는다. 첫 번째는 ‘운명적’으로 내게 온 일이라는 느낌이다. 종교적으로 이야기하면 ‘정해진 쓰임을 받기 위해 나아간 것’이란 느낌이다. 두 번째는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주위에서 큰 기대와 신뢰를 보여주셨다. 이에 부응해야 한다. 소명의식을 갖는다.

선거에 승리했다는 것도 중요 하지만 큰 각오도 갖고 있다. 병협회장은 명예직이 아니다. 험난한 여정이 되더라도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함께 일해주실 훌륭한 분들과 이 소명을 이룰 것이다.

Q) 선거 전부터 이미 회장으로서 준비가 다 돼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국 병원계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나 스스로 무언가를 준비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나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이 날 리더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병협 회장이 될 수 있었던 기본 토대는 경희가 준 것이다.

병협회장은 한 병원의 수장들만 도전할 수 있는 자리다. 경희가 날 의무부총장과 경희의료원장으로 임명해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경희대학교병원장을 시작으로 지난 2012년 2월 이후 경희의료원장으로 병원 내의 일에 열중하면서 병협과 관련된 봉사에도 힘썼다. 개인적으로 경희의 이미지는 순수함과 성실함이라고 생각하는데 병협에서도 나의 이런 모습을 인정해준 것 같다.

오히려 상대방 후보 홍보, 감동적인 선거
Q) 선거 과정이 치열했다고 들었다.
먼저 갑작스럽게 선거에 돌입했다. 혼자 후보가 돼 추대를 받을 것이라 생각할 때에는 ‘추대를 받아도 되는 것인가’라고 자문하곤 했다. 그런데 병협회장 직에 도전하고 3주 후 다른 후보자가 등장했다. 본격적인 선거를 준비해야 했다.

병협회장 선거는 간접선거로 이뤄진다. 전국에 39명의 유권자가 있다. 이들을 만나 나를 어필해야 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3월 26일부터 4월 10일까지 2주 남짓이었다. 선거 대책본부를 만들고 참모진을 구성할 여유도 없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드러내놓고 날 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전과 오후 의료기관 업무를 끝내고 기차를 타고 지방으로 갔다. 대학과 병원의 업무를 놓을 수 없기 때문에 매일 서울과 지방을 오고가는 생활을 했다. 제주, 부산, 마산, 창원, 울산, 광주, 전주, 대구, 홍성, 청주, 오산 등을 방문했다. 이런 일정은 신체적으로 큰 부담이었다.

전혀 모르던 사람들과 30~40분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분들이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셨다. 나를 지지하지 않을 것 같았던 분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는 희열 같은 걸 느끼기도 했다.

Q) 상대 후보자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이번 선거에서 서로의 단점을 지적하고 비방하기보다는 ‘러닝메이트’였다고 생각한다. 나도 상대방도 병협에 헌신하기 위해 선거에 나왔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하고 있었다. 선거 이후에 들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보인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것 같다.

지방에서는 내가 오히려 상대 후보를 소개하기도 했다. 지방 유권자가 후보자를 대면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대 후보를 묻는 질문에 상대 후보의 장점을 한참 설명하니 유권자 선거 유세를 와서 오히려 상대방을 홍보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거듭 말하지만 그만큼 이번 선거는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졌다.

임영진 부총장은 “의사의 존재 의미는 ‘국민과 환자’”라며 ‘서번트리더십(Servant Leadership)’과 솔선수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적한 현안들 차분하게 해결해나갈 것
Q)‘문재인 케어’, ‘전공의 수련 문제’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가?
국민건강 수호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땀과 노력, 희생으로 일구어 온 의료현장이 폄하되고 있다. 이 와중에 의료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각종 정책과 외부환경 변화는 의료계에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대처가 녹록하지는 않겠지만, “먼 곳의 물로는 눈앞의 갈증을 풀지 못한다”는 고어지사(枯魚之肆)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며 정책을 하나씩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는 아직도 갑론을박이 많다. 정부와 충분한 대화를 하고 합리적 방향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현안이 적정 수가 보장이다. 수가를 내리면서 병원에 대한 지원도 없으면 병원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전공의 특별법’도 환자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환자의 안전이 일순위고, 그 다음이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이다. 그간은 의료사고가 날 수 있는 환경이었다. 150시간을 일하거나 3일 밤을 새면서 일을 하면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전공의 특별법으로 일주일에 80시간 근무를 하면 ‘무의촌’이 생길 수 있다. 의사가 퇴근하면 대체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환자가 안전한 상태에서 불안전한 상태로 노출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인력이 보강 돼야 한다. 인력과 재정이 확충돼야 안정적 병원 운영이 가능하다.

이렇게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 병협 안에 ‘미래정책위원회’를 신설하고,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병협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의료 정책을 고민해 정부에 먼저 제안할 예정이다.

‘통큰 대화’와 ‘오픈마인드’, 의사의 존재이유는 국민과 환자
Q)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4월 13일 회장으로 당선된 후 업무 인계인수 과정을 최소화하고 산재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발 빠르게 달려왔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의료계와 정부, 국민 사이에 신뢰 구축이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통큰 대화’, ‘오픈마인드’를 강조하고 있다. 의사의 존재이유는 국민과 환자다. 이 기본적 철칙을 지켜야 한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현실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책을 던져놓고,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는 식은 안 된다. 정책을 입안한 사람들이 현실적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 만나는 정부나 국회, 유관단체와 이런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Q) 병협회장 선출은 경희대에게 어떤 의미인가?
우선은 위상을 높이는 일이다. 일을 잘 못하면 누가 되겠지만, 경희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희에 대한 주변의 이미지는 모범적인 대학, 진취적 · 선구자적 대학인데 이런 이미지를 의료계에도 널리 알리려 노력하겠다.

의무부총장으로서 의료기관과 대학의 교량역할을 해왔다. 경희대는 의학, 치의학, 한의학, 약학, 간호학까지 의학계열의 모든 분야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다른 전공 사이에서 소통과 협업으로 메가 시너지를 이끌어 내도록 하는 게 의무부총장으로서의 역할이다.

병협회장이자 의무부총장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역할을 하겠다. 4차 산업혁명으로 직업의 혁명도 일어나고 있다. 의사의 판단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영역으로 마지막까지 지켜질 영역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를 준비하고 앞서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병협회장으로 협회와도 연계해서 미래를 대비해 우리 대학에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부족하지만, 책임감이 근간이 된 섬김의 리더십은 어려운 의료 환경 및 정책 속에서 의료계의 혁신을 도모하고 구태를 타파하는 데 큰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계 내에서 경희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경희 구성원이 자부심을 갖게 하고 경희학원 전체의 위상 제고로 이어지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

솔선수범 위해 실력 향상에 매진
Q) 병협회장, 경희대 의무부총장, 경희의료원장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여러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나름의 좌우명이 있다.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으면, 남을 먼저 대접하라는 것이다.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몸에 익히려고 노력해왔다. 항상 겸손하고, 내가 가진 능력을 구성원을 위해 쏟으려 하고 있다.

솔선수범은 실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거운 것을 들어준다고 해도 내가 들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내가 상대방보다 힘이 좋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한다.

또한 체력이 실력을 뒷받침해야한다. 체력이 약하거나 건강이 안 좋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60년간 축구를 통해 얻은 튼튼한 두 다리와 체력이 근간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매주 축구를 하고 있는데, 운동을 하면 육체적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

Q) 구성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의료기관의 수장으로, 병협회장으로서 항상 섬김의 자세로 경희대학교와 대한민국 의료계의 희망찬 미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우리 경희에는 훌륭한 선배들과 구성원이 많이 있다. 우리 모두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다는 비전에 대한 포부와 자신감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맡은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고, 보다 나은 경희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경희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과 사랑을 당부 드린다.

정민재(커뮤니케이션센터, ddubi17@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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