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교학상장: 교수와 학생이 함께 여는 미래

2018-06-14 교육

원자력공학과 정범진 교수와 학생들. 정범진 교수는 ‘비가열 실험방법을 이용한 수평 실린더 곡면에서의 비등에 대한 시각화 연구’ 과제로 독립심화학습을 신청한 김원구(원자력공학과 13학번) 학생의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학생 스스로 과제 설정 및 수행, 교수와 함께 미래 기획
‘독립연구’ 전공으로 확대한 ‘독립심화학습’ 본격 시행
창의적 제안 집중 지원하는 ‘전환21’, ‘꿈도전장학’

‘교육에서 학습으로!’ 경희대학교가 최근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올해 1학기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독립심화학습’과 ‘전환21’이 그것이다.

독립심화학습은 후마니타스칼리지가 2016년부터 시행해온 ‘독립연구’의 새로운 버전이다. 학생 스스로 탐구 과제를 찾아내고 지도교수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독립연구를 통해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모든 전공으로 확대한 것이다. 독립심화학습은 전공선택 과목으로 3학점이 부여된다.

독립심화학습은 창의성, 자율성, 집중력, 소통과 협력을 핵심으로 한다. 학기 초 학생(1인 혹은 팀)의 과제 설정 → 지도 교수 승인 → 지도교수와 함께 과제 수행 → 학기 말 결과물 제출 순으로 진행된다. 기존 교과의 한계를 넘어 학생 스스로 관심 있는 주제를 심층 탐구함으로써 학습자의 연구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교수자도 지적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기존 강의 한계 뛰어넘는 새로운 교육·학습 방식
전환21은 독립심화학습의 ‘심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연구 주제는 독립심화학습에 견주에 폭이 넓고 파급력도 고려해야 한다. 지구적 난제 해결에 기여하는 창의적 과제를 제안해야 한다. 공모와 심사를 거쳐 과제가 선정되면 최대 7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선정된 각 과제에도 지도교수가 참여한다.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꿈도전장학’은 성적 위주로 운영되는 기존의 장학제도를 개선한 것으로 창업, 봉사, 탐방, 연구 등 분야에서 스스로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활동비를 지급한다. 매 학기 50명(팀) 내외가 수혜를 받는다.

경희가 학습권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열정을 북돋워 주는 제도를 마련한 이유는 분명하다. 미래의 불확실성 앞에서도 의미 있고 행복한 방식으로 타자와 더불어 자신의 생애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내적 토대’를 길러주는 것이 대학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본령 중 하나가 미래세대를 키워내는 것이다.

이승은 학생의 독립연구 결과물이 지난 4월, 세계적 학술지 <프로테오믹스(Proteomics)>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독립연구 통해 학부생이 국제학술지 표지논문 발표
독립연구는 2015년 7월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문명의 미래, 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총장과 학생과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이 자리에서 한 학생이 ‘독립연구’ 도입을 제안했다.

박예지(정치외교학과 15학번) 학생은 “전공교육이 새의 몸통이라면 전공지식이 올바른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두 날개가 필요하다. 한 날개는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배운 가치들이고, 다른 날개는 그 가치들을 실제로 실현할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독립연구 도입을 요청했다. 경희는 이 제안을 제도화해 2016년 봄 학기부터 독립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독립연구를 통해 학생들은 연구, 창업, 실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롭게 과제를 설계하고 활동을 전개, 의미 있는 성취를 거두고 있다.

올해 일반대학원 융합의과학과에 진학한 이승은 학생은 2017년 학부과정에서 진행한 독립연구 결과물을 논문으로 작성했다. 이는 지난 4월 18일 국제 학술지 <프로테오믹스(Proteomics)>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지도교수: 응용화학과 김민식, 5월 10일자 융합의과학과 대학원생, ‘실종 단백체’ 세계 최초로 발견 Focus 기사 참조).

김상우(응용물리학과 11학번) 학생은 ‘시인성 개선을 위한 은 나노막대 설계 및 제작’ 과제를 통해 지난 5월 16일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논문을 게재했다(지도교수: 응용물리학과 김선경).

강은석(컴퓨터공학과 08학번), 곽소걸(한국어학과 13학번), 진곤(포스트모던음악학과 13학번) 학생은 ‘외국인 유학생의 성공을 돕는 스터디그룹 비즈니스 모델’ 과제를 수행, 유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서비스하는 ‘한知’를 창업했다(지도교수: 중국어학과 이영월).

김재원, 신민지(이상 언론정보학과 14학번) 학생은 ‘대학생 오케스트라-클래식 문화봉사 플랫폼’을 주제로 독립연구를 진행한 후, 찾아가는 봉사활동을 지속하며 문화봉사 플랫폼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지도교수: 후마니타스칼리지 조은아, 2016년 6월 17일자 “‘한국판 엘 시스테마’를 뿌리내리겠습니다” Focus 기사 참조).

‘대학생 오케스트라-클래식 문화봉사 플랫폼’을 주제로 독립연구를 진행한 김재원, 신민지, 이용찬 학생(사진 왼쪽부터)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힘을 키웠다”
독립연구는 참여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2016년 강의평가의 만족도 문항에서 72.73%의 학생들이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독립연구를 수행한 김자현(언론정보학과 11학번) 학생은 “강의실, 시간표, 가르침과 배움의 경계, 시험, 경쟁이 없는 과목이었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뭐든 있었다. 어디든 강의실이었고, 언제든 공부할 수 있었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더 나은 방향을 향해 함께 갈 수 있었다. 자기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힘을 키웠다”고 말했다.

신민지 학생과 신유정(미술학부 회화전공 12학번) 학생은 각각 “실무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든든한 멘토를 얻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실천 활동 영역을 확장해나갈 수 있었다”, “기존 수업에서는 시간과 인원 등의 문제로 한계가 있던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독립연구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과 이공계열 ‘캡스톤 디자인’에 대한 높은 관심이 ‘독립심화학습’의 밑거름이었다. 캡스톤 디자인은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작품을 기획, 설계, 제작하는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실제 현장에서 부딪칠 수 있는 문제들의 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이다.

김상우 학생은 독립연구 과제 ‘시인성 개선을 위한 은 나노막대 설계 및 제작’을 통해 5월 16일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논문을 게재했다.

에너지·자원 고갈, 난치병·난민 문제 등 인류 난제 해결에 나서
올 1학기에 개설된 독립심화학습에는 서울캠퍼스 64팀(116명), 국제캠퍼스 16팀(26명)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의 SNS에 나타난 어휘사용법 및 빈도 변화 연구 ▲6.13 지방 선거운동 기간 동안 생성된 인터넷 공간 내의 정보 유통과정 분석 ▲신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미·중 무역 분쟁에 관한 연구 ▲불면증에 대한 체계적 고찰과 메타분석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 개발 ▲친환경 고에너지 수소저장물질 합성 등의 과제가 수행 중이다.

전환21을 통해 진행되는 과제는 보다 스케일이 크다. 학생들은 생태·환경 위기, 에너지·자원 고갈, 식량 부족, 난치병 문제, 난민 문제 등 인류의 난제 해결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44개 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어디서나 간편하게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종이기반 진단기 ▲녹조 활용 청정 바이오 에너지원 전환기법 기초 연구 ▲인공지능 기반 개인 맞춤 치매 뇌 건강관리 서비스 ▲골수성 백혈병 표적 항암 한약제제 기전 연구 ▲메콩 유역 소수민족과 미얀마 난민 지원사업 ▲신개념 초미세먼지 회수장치 개발연구 ▲작물의 빅데이터 활용한 식량문제 해결 방안 제시 등이다. 학생들은 2019년 2월까지 과제를 수행한다.

독립심화학습과 전환21을 동시에 수행하는 학생들도 있다. 기계공학과 김동욱, 김지은, 박지훈 학생, 화학공학과 김용우, 임동현, 한혜린 학생, 컨벤션경영학과 박인서, 정서훈, 이다현, 안진주, 고경아 학생이 그 주인공. 이들은 각각 ▲경제적인 약물 전달을 위한 마이크로니들 개발(지도교수: 기계공학과 허윤정) ▲미세유체/광학레이져 트위저 기반 저비중 피커링 버블을 활용한 초미세먼지 회수장치 개발 연구(지도교수: 화학공학과 박범준) ▲B-Connect 여행 취약계층을 위한 접근 가능한 관광 생태계 구축(지도교수: 컨벤션경영학과 김철원) 과제를 풀어가고 있다.

“주제의 창의성과 학생들의 열정에 놀랐다”
학생들과 함께 초미세먼지 회수장치 개발을 위한 독립심화학습과 전환21을 진행 중인 박범준 교수는 “학생 스스로 문제인식, 문제제기를 통해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연구를 진행하면서 해결방안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일련의 과정이 학생 주도적, 자발적으로 이뤄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전환21은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 참여가 가능해 교육과 연구 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다. 지난 3개월간의 학생 주도적 연구를 통해 국제학술지에 투고 가능한 수준의 실험결과를 얻었다”면서 향후 국제논문 게재 계획을 밝혔다.

전환21 심사를 맡은 지구사회봉사단(GCS) 우기동 사무총장은 “주제의 창의성과 학생들의 열정에 놀랐다”면서 “전환21은 ‘민주적 실험주의’를 대변하는 대학의 새로운 도전으로 교육환경과 학습여건을 만들어주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꿈도전장학’ 심사에 참여한 정보디스플레이학과 박규창 교수는 “학생들의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봤다”며 “지금은 씨앗에 불과한 꿈이지만, 꿈도전장학을 통한 장학금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물과 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경(커뮤니케이션센터, oek8524@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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