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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시대: 현실, 진실, 지성의 길을 묻다’

2018-04-17 교육

‘목련대화’에서 조인원 총장은 “삶의 모든 국면이 지구적·문명사적 전환의 소요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지난해에 이어 ‘총장님과 함께하는 벚꽃산책·목련대화’ 개최
조인원 총장, 학생 250여 명과 현실 진단한 뒤 대안 모색
“미래의 지속가능성 만드는 데 대학과 지성사회 더 노력해야”

목련과 벚꽃이 만개한 지난 4월 12일(목) 경희대학교 캠퍼스에서 조인원 총장과 학생들이 만났다. ‘총장님과 함께하는 벚꽃산책·목련대화’의 자리였다. 임간교실에서 신입생 20명과 대화를 나눈 조인원 총장은 네오누리로 이동해 250여 명의 학생과 만남을 가졌다.

조인원 총장은 벚꽃잎이 흩날리는 임간교실에서 신입생들에게 대학 생활의 적응 여부, 고등학교 생활과 달라진 점을 물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학생들은 조 총장의 대학생활, 총장직의 소회, 경희의 역사와 비전 등을 궁금해했다. 조 총장은 때론 인생 선배, 때론 정치학자, 때론 교육행정가로서의 견해를 들려주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목련의 선구자적 의미 계승한 ‘목련대화’
그동안 조인원 총장은 총장과의 대화, 북토크 등을 통해 학생들의 고민과 사회·정치 문제를 공유하고 소통해왔다. 지난해 3월과 4월에는 서울과 국제 양 캠퍼스에서 ‘벚꽃산책’과 ‘목련대화’가 개최됐다.

‘전환의 시대: 현실, 진실, 지성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목련대화에는 25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해 현실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사유의 방법, 학문세계를 탐구하는 자세, 대학과 지성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목련은 교화다.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가 작사한 가곡 ‘목련화’에 따르면 목련은 봄의 선구자다. 이러한 목련의 의미를 계승해 ‘목련대화’를 개최하고 있다. 현실의 한계를 구성원과 함께 성찰하고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목련대화’에 앞서 임간교실에서 진행된 ‘벚꽃산책’. 조인원 총장은 신입생 20명과 대학 생활 이야기 등을 나눴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조인원 총장은 강연 서두에 평소 가져온 문제의식을 화두로 제시했다. “삶의 모든 국면이 지구적·문명사적 전환의 소요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인류는 산업화, 세계화, 정보화의 도정을 겪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소외와 갈등, 테러와 폭력 등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문명사적 난제가 산재해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지금과 전혀 다른 ‘예측 불허의 미래’를 예고한다. 그야말로 전환의 시대다.

조인원 총장은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에 주목했다.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는 지난해 10월 11일 열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정기 회의에 등장해 사람과 눈을 맞추며 “인공지능이 인류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답했다. 탄생한 지 1년 반 만의 모습이다.

조 총장은 이 영상을 소개하면서 “소피아를 통해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특이점(Singularity)’ 현상이 곧 현실화될 수 있다는 미래학자들의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힘의 논리, 정치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소피아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인류는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면서 발전을 거듭해왔으나 이것이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래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다. ‘내가 보기에 따라, 그렇게 보고 싶은 내 마음에 따라 진실은 달라진다’는 ‘탈진실의 담론’이 그것이다.

조인원 총장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게 될 경우, 가치 충돌을 피할 수 없다”며 “인공지능과 기후변화 등 인류 보편의제에 작동하는 탈진실의 담론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한 가지 예로 ‘파리협약’을 들었다. 정치권 일각에서 기후변화가 화석연료에 기인한 것이라는 과학적 발견을 ‘허구’ 또는 ‘거짓’이라고 치부하면서 2015년 195개국 정상이 모여 체결한 ‘파리협약’이 흔들리고 있다.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 총장은 탈진실의 시대를 가능케 한 힘의 논리, 정치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 총장은 “정치는 좁은 의미에서 보면 정치권, 혹은 권력이라는 틀에 귀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자신을 표현하고 타자와 교감하며 분석과 추론을 근거로 공감과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는 삶의 일부이며, 우리는 모두 정치인이다”라고 말했다.

‘전환의 시대: 현실, 진실, 지성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목련대화에는 250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조인원 총장과 학생들은 현실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사유의 방법, 학문세계를 탐구하는 자세, 대학과 지성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열린 사유’를 통해 모름의 무한 세계를 탐색해야 한다”
조인원 총장은 “누구도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은 새로운 인식과 존재에 관한 근원적 성찰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한 뒤 또 다른 영상을 보여줬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에서 공개한 안드로메다 은하 관련 영상이었다. 우리 은하계가 아닌 또 다른 은하인 안드로메다가 관측 가능해지는 등 과학기술의 발달로 무한대의 영역, 미지의 우주공간에 대한 비밀이 풀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규명된 우주의 물질은 4%에 불과하다.

조 총장은 “이 영상은 우리의 세계는 아직 ‘모름의 영역’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하면서 “‘열린 사유’를 통해 ‘그렇지 않을 가능성’, ‘다르게 사유할 수 있는 역량’에 주목하며 아집과 편견, 확신과 절대의 명제를 넘어 모름의 무한 세계를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래의 회상’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의 희망을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도래할 미래를 위해 우리의 상상과 전망, 가능성을 오늘로 불러와야 한다는 것이다. 조 총장은 “성찰과 회상을 통해 성장과 번영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막중한 과제다”라며 “대학과 지성사회가 이러한 노력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은 지식을 가르침과 동시에 ‘깨어 있는 의식’을 가르치는 균형 이뤄야”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학생들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대학과 지성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조인원 총장의 의견에 공감하는 한편, 대학 교육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질문했다.

박범근 학생(정치외교학과 15학번)은 “현실적으로 보면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정치인 것 같다”면서 “이 때문에 대학에서 배우고 고민해온 세계시민의 역할과 같은 것에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이러한 배움이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조인원 총장은 촛불집회를 예로 들면서 “촛불혁명을 이끈 것은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시민의식이었다. 결국 정치변혁을 이끌어내는 것은 ‘깨어 있는 의식’이다”라며 “‘신뢰의 정치’, ‘공유의 정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대학은 사회진출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침과 동시에 ‘깨어 있는 의식’을 가르치는 균형을 이루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대안적 사유의 힘을 키워주고, 세계시민의 역할을 가르치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다.

‘목련대화’에서 홍성진 학생(정치외교학과 13학번)은 “지구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 시민적 가치를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성진 학생(정치외교학과 13학번)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시리아 내전과 이를 둘러싼 국제관계, 미국의 멕시코 이민자 장벽 등 지구적 난제가 산적해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 시민적 가치를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지 질문했다.

조인원 총장은 먼저 후마니타스칼리지 출범을 앞두고 했던 고민을 들려줬다. “인간을 이해하고, 시민으로서의 가치를 추구하고, 타자, 공동체, 세계와 교감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가는 것이 교양인데, 이 개념이 많이 왜곡돼 있었다. 이것을 바꾸려면 몇 가지 도전 과제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전문화, 기능화로 향하고 있는 대학 교육의 대세를 따르지 않을 경우 학생들의 사회진출에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실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고 전망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는 사회적 잣대와 같은 현실은 미래를 부차적으로 돌리게 하고, 미래를 향한 도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총장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생각의 방식을 무한히 확장해 나가면서 현실 너머 불가능해 보이는 세계, 앎 너머의 세계를 탐구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한편, 그 대안 속에서 합의와 공감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우리 경희대가 앞으로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은경(커뮤니케이션센터, oek8524@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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