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우리가 정신질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2018-02-20 교육
박소희 밴더빌트대 교수 ‘인간정신의 기원과 지구적 병리현상’ 특강
정신질환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및 혁신적인 치료 사례 다뤄
“정신질환을 다루지 않으면 인간의 잠재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국제질병부담연구소(The Global Burden of Diseases Study)는 정신질환에 소요되는 비용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6조 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간과 사회의 고통을 넘어 경제적 부담까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정신질환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 중 하나다.
두 가지 이유가 더 있다. 하나는 정신질환이 전 세계 인구 대다수의 생애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라는 것. 다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의지가 있다면 정신질환의 예방과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신질환 문제를 해결하면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경제성장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정신질환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혁신적인 치료사례 소개
지난 2월 8일 경희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인간정신의 기원과 지구적 병리현상’을 주제로 박소희 밴더빌트대 심리학과 교수의 특강이 열렸다. 박 교수는 주요 신경정신과적 질환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 알지 못하는 것을 살펴보며 정신질환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짚어보고, 혁신적인 치료사례를 소개했다.
박소희 밴더빌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희대 인터내셔널스칼라(International Scholar, IS)로, 미국심리학회와 국제신경정신약물학회 연구원(Fellow)으로 활동 중이다. 본관 대회의실은 특강을 듣기 위해 찾아온 학생 및 교수, 교직원들로 가득 찼다. 정신질환에 대한 경희 구성원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사회는 신은희 미래문명원 부원장이 맡았다.
박 교수는 정신질환의 개념부터 설명했다. 정신질환은 사람의 사고,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병적인 정신 상태로,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식이장애, 약물남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신질환을 앓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 모두 영향을 받기에 정신질환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수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한국인 3명 중 1명은 정신질환 앓는다
박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5명 중 1명이 모종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24명 중 1명은 심각한 정도이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인 3명 중 1명은 평생 1번 이상 정신질환을 앓는다고 한다.
한국의 알코올 사용장애 비율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전체 인구 중 13%, 특히 남성은 20%가 알코올 사용장애를 겪고 있다. 불안장애 환자의 비율도 매우 높다. 자살률이 높은 한국에서 청소년과 노인은 특히 취약계층이다. 조현병의 환자 직접 부담액은 5억 3천여만 원에 달한다. 실로 총체적 난국이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는 정신질환자를 낙오자로 낙인찍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질환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고, 심리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뿐더러 연구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질환의 개인 및 사회적 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높지만, 예방과 감소 및 관리가 가능하다. 때문에 우리가 정신질환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이어 정신질환 진단과 관련해 정신질환 측정 매뉴얼인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 5)과 질병 및 관련 건강 문제의 국제 통계 분류(ICD-10)에 관해 설명했다.
박소희 교수는 “정신질환은 인지, 감정, 동기부여 등 이상을 일으키는 위험 요소의 복합적인 산물이며, ‘건강’과 ‘질병’이 연속선상에 있기에 흑백으로 나눌 수 없다”며 “보다 가벼운 조현병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아인슈타인, 뉴턴, 칼 융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잠재력과 정신질환이 서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이 지닌 오명, 교육으로 바꿀 수 있다”
예컨대 ‘광기’와 ‘창의성’의 상관관계는 수천 년 동안 주목받아 왔다. 예술가, 음악가, 과학자, 작가, 시인들 대다수가 정신질환을 앓았다. 박 교수는 “저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뛰어넘어 창의성과 광기의 연결고리를 직접 연구해야 한다”며 “다양한 형태의 정신질환은 개인, 사회에 부담을 주지만 창의성 측면에서 긍정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의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약리학적, 두뇌 자극, 인지 훈련 등의 치료법과 사회적으로 접근하는 치료방안의 사례를 제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신질환 환자들이 완치 후에도 사회에 제대로 통합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완치된 사람이 사회로 편입되지 못해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낄 경우 재발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신질환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회 전체에 막대한 비용과 피해를 가져온다”며 “정신질환은 치료가능하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인간의 잠재력을 손실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정신질환이 지닌 오명은 교육을 통해 바꿀 수 있다”며, “사회구성원 모두 관심을 기울어야 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S 초청특강은 경희대가 학계와 지성사를 선도하는 세계적 명사를 초대해 인류사회의 더 큰 미래를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 실천인을 연사로 초빙해 우리 사회와 인류문명의 새로운 안목,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특강이 연중 개최되고 있다.
박은지(커뮤니케이션센터, sloweunz@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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