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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학교에서 배우다”

2017-11-17 교육

관광학과 박수진·이다슬, 외식경영학과 심지민, 건축공학과 이재혁 학생이 결성한 ‘스무 살’ 팀이 새로운 정치교육 방식 “‘정치’를 학교에서 배우다: 학생 정책 토너먼트”를 제안, ‘LG글로벌챌린저 2017’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박수진·심지민·이다슬·이재혁 학생, ‘LG글로벌챌린저 2017’ 대상 수상
새로운 정치교육 방식 ‘학생 정책 토너먼트’ 제안
“후마니타스칼리지 ‘시민교육’과 ‘아레테’가 결정적 역할”


1,700만 명.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봄까지 대한민국 전역을 달궜던 촛불집회 참가자 누적 인원수다. 역대 최다 인원이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를 외쳤지만 가정에서, 학교에서, 여러 모임에서 ‘정치’는 여전히 민감한 대화 주제다. ‘스무 살’ 팀은 여기에 질문을 던졌다. “왜 우리는 정치에 대해 얘기하기 어려울까?”

관광학과 박수진(12학번)·이다슬(13학번), 외식경영학과 심지민(12학번), 건축공학과 이재혁(12학번) 학생이 결성한 스무 살 팀은 이 같은 질문에 “정치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도, 터놓고 얘기할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란 답을 내렸다. 그리고 도전이 시작됐다.

이들은 ‘LG글로벌챌린저 2017’에 참가해 2주간 영국, 독일, 핀란드의 참여형 정치교육 프로그램을 탐방하고, 청소년들이 직접 거주지역의 정책 만들기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 정책 토너먼트’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 결과 35개 팀 가운데 대상을 거머쥐며 상금 500만원과 노트북, LG입사 기회를 얻었다.

“알고 투표하는 스무 살이 돼야 한다”
스무 살 팀이 처음부터 정치교육 관련 주제를 선정한 것은 아니다. 팀장 박수진 학생은 “관광, 건축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논의하다가 그 당시 한국사회 가장 큰 이슈였던 최순실 사태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며 “일상에서는 정치 얘기를 꺼리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정치’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계기를 밝혔다.

이어 “EBS 지식채널e의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선거 교육 관련 영상을 보게 됐는데, 미국, 스웨덴의 초등학생이 지지 정당과 그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며 “암기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우리에게 이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정치교육’으로 주제를 정했다”고 말했다.

‘스무 살’이라는 팀명도 여기서 탄생했다. 이다슬 학생은 “스무 살은 정치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별다른 고민 없이 투표 하는 게 문제”라며 “준비된 스무 살, 알고 투표하는 스무 살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팀명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효능감을 향상시키는 ‘학생 정책 토너먼트’
스무 살 팀이 만든 교육방식 “‘정치’를 학교에서 배우다: 학생 정책 토너먼트”는 중·고등학생이 정규 수업시간에 지역사회의 문제를 정책으로 만들어 보고, 토너먼트 정책 투표를 통해 정치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학생 정책 토너먼트의 교육과정 도입을 목적으로 영국, 독일, 핀란드를 탐방했다. 영국에서는 학생 정책 토너먼트와 비슷한 프로그램인 ‘Giving Nation’을 통해 그 효과를 미리 보고, 독일에서는 보이텔스바흐 합의(1976년 서독의 보수·진보 정치교육학자들이 정립한 교육지침)에 따른 교사의 중립성 등 정치를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을 배웠다. 핀란드에서는 실제 사회와 연계한 정치교육 방법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심지민 학생은 “영국, 독일, 핀란드 사람들은 정치교육을 매우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며 “각국 정치교육학 전문가의 견해를 들으며 삶 속에 살아있는 이슈와 현안에 대해 배우는 교육,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방식의 교육이 효과적임을 배웠다”고 해외탐방의 성과에 대해 언급했다.

학생 정책 토너먼트는 기초이해와 문제 탐색, 정책 구상, 정책 투표 및 발의로 구성됐다. 스무 살 팀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 여러 관계자와 만나 실제 학교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했다.

학생 정책 토너먼트의 효과에 대해 박수진 학생은 “정치가 내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체감할 수 있고, 내가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도 향상될 것”이라며 “‘나로 인해 사회가 변화할 수 있구나!’하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무 살 팀은 ‘학생 정책 토너먼트’의 교육과정 도입을 목적으로 영국, 독일, 핀란드를 탐방했다. 이들은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학교 정치교육학과 폴(Kerstin Pohl) 교수로부터 중립적인 정치교육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사진 왼쪽부터 박수진, 이재혁, 이다슬 학생, 폴 교수, 심지민 학생)

“시민교육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 됐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시민교육을 수강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주제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민 학생은 “문제제기와 방법제안, 해외 및 국내 탐방, 학생 정책 토너먼트 도입까지 시민교육에서 해본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재혁 학생은 “아레테 활동을 하며 인문학적 사고를 키울 수 있었다”며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4학년 때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축은 혼자서 할 수 없기에 대화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후마니타스칼리지와 아레테 활동을 통해 그 능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아레테(Arete)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습공동체를 결성해 운영하는 경희의 대표적인 스터디그룹이다.

이다슬 학생은 “국내 탐방 때 ‘어떻게 문제제기부터 도입방안 적용까지 생각해냈느냐’는 칭찬을 들었다”며 “우리 팀이 경희대임을 확인하고 ‘아 역시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라고 말해주었을 때 자부심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스무 살 팀은 학생 정책 토너먼트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8월 서울시 교육청이 주관하는 ‘보이텔스바흐 학교시민교육 현장 적용 방안 정책연구 설명회’에 초청받아 학교 정책 토너먼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8, 9일 서울시 교육청의 초청으로 ‘서울 학생 사회참여정책 발표대회’에서 계획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스무 살 팀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기 위해 ‘정치’에 대해 대화할 수 있어야 하고, 해야만 한다”며 “누구와도 정치에 대해 얘기하고, 대화로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고 학생 정책 토너먼트가 그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LG글로벌챌린저’는 1995년 시작된 국내 최초·최장수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으로 대학(원)생들이 직접 탐방활동의 주제 및 국가를 선정해 활동을 펼치며, LG는 탐방활동비 전액을 지원한다. 연 평균 21.1: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대상 1팀, 최우수상 3팀, 우수상 3팀, 특별상 4팀 등 모두 11개 팀 44명을 선정해 장학금과 상장을 수여했다.

박은지(커뮤니케이션센터, sloweunz@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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