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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젠트리피케이션: 무엇을 할 것인가?

2017-11-20 교류/실천

신현방 에미넌트 스칼라(Eminent Scholar)가 엮은 <안티 젠트리피케이션: 무엇을 할 것인가?> 출판 기념 심포지엄이 지난 11월 8일(수) 경희대학교에서 열렸다.

신현방 에미넌트 스칼라(ES) 편저 출판 기념 심포지엄 개최
젠트리피케이션 막기 위해 당사자·실천가·전문가·기록자 등 참여
“도시민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제도 마련해야”

서울의 홍대, 가로수길, 경리단길, 서촌마을.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 그 이면에는 쫓겨나는 거주민과 토박이 상인들이 있다. 소위 ‘핫 플레이스’로 뜨면서 갑자기 오른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피해자들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형 재난’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11월 8일(수) 경희대학교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당사자, 실천가, 정책 전문가, 기록자들이 모여 젠트리피케이션에 효과적으로 저항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펼쳤다. 이 자리는 <안티 젠트리피케이션: 무엇을 할 것인가?>(신현방 엮음, 도서출판 동녘) 출판을 기념해 마련된 심포지엄이었다.

“현상 분석 넘어 ‘근본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 나누고 싶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엮은 신현방 에미넌트 스칼라(Eminent Scholar,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폐해가 날로 증가하면서 성동구, 서울시 등 몇몇 지자체를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정책을 펴고 있으나, 자본주의 체제하의 부동산 지배 이데올로기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며 “현상에 대한 분석을 넘어 ‘근본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는 신현방 교수를 비롯해 지상현 지리학과 교수, 최소연 테이크아웃드로잉 디렉터,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이강훈 변호사, 조성찬 토지+자유연구소 통일북한센터장 등 젠트리피케이션 당사자, 실천가, 정책 전문가, 기록자들이 모여 젠트리피케이션에 효과적으로 저항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했다.

‘안티 젠트리피케이션’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신현방 교수는 지위에 상관없이 도시민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다양성을 보장받기 위한 제도 마련이 안티 젠트리피케이션 운동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젠트리피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부동산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설 대안 이데올로기의 생산과 지역공동체의 지속적 저항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적·제도적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재생 등으로 인한 부동산 가치 상승이 소수의 이익으로 사유화되기보다는 사회와 지역공동체로 환원될 수 있는 방식으로 도시재생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다”
신현방 교수의 발제에 이어 젠트리피케이션 당사자인 최소연 테이크아웃드로잉 디렉터의 이야기로 패널 발표가 시작됐다.

미술관이자 카페인 테이크아웃드로잉은 2010년 한남동의 한 건물주와 “임차인이 원할 시 계약을 연장한다”는 특약을 담은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곳이 명소로 떠오르자 건물주는 차익을 남기고 건물을 팔았다. 2년 새 건물주가 두 번 바뀌면서 퇴거 요구가 이어졌고, 테이크아웃드로잉은 각종 소송, 강제집행, 폭력사태를 겪은 후 건물에서 쫓겨났다.

최소연 디렉터는 그간의 경험과 고민을 들려주며 “원치 않게 재난 당사자가 됐고, 재난 현장에서 많은 질문을 했다. 왜 이렇게까지 폭력적으로 내몰까? 그 많던 이웃들은 다 어디로 쫓겨간 걸까? 재난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도 이 고민과 함께 검은 터널에 갇힌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의 경험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라는 것을 배웠다”며 “사회적 재난이라면 그 누구도 도망갈 수 없다. 재난의 공공성을 선언하고 재난학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 부성필(행정학과 11학번) 학생은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을 위한 공유 자산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밝혔다.

“현장교육 통해 대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날 많은 패널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거나 그 폐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와 인식 개선, 현장교육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강훈 변호사는 “현 제도에서는 임차인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면서 “제도적으로 임차인의 사용권을 보장해 안정적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찬 토지+자유연구소 통일북한센터장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공유의 개념이 중요하다”며 지역공동체가 토지를 매입해 공유 자산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신현방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 폐해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할 때 이를 막으려는 연대가 형성될 수 있다”며 “재난과 연대를 경험할 수 있는 현장교육을 통해 대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티 젠트리피케이션: 무엇을 할 것인가?>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폐해가 날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저항할 것인가에 대한 젠트리피케이션 당사자와 연대자 12명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이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를 멈추기 위한 시급하고도 적절한 해법을 제시한다.

오은경(커뮤니케이션센터, oek8524@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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