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아내의 모교 사랑, 배우자의 아내 사랑
2017-10-24 교류/실천
고(故) 윤현숙 동문 부부 기리는 현판식 개최
“적은 금액이지만 교육환경 향상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음악대학, 리싸이틀홀 리모델링에 기부금 사용하기로 결정
지난 10월 11일(수)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리싸이틀홀. 1961년 경희대학교 음악과를 졸업한 고(故) 윤현숙 동문과 배우자 고(故) 이영수 씨를 위한 현판식이 거행됐다.
평양에서 대학을 나온 윤 동문은 북한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6.25 때 남쪽으로 넘어왔다. 한국에서 교사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경희대 59학번으로 편입했다. 재학 중 남편을 만났고, 졸업 후 36년간 교사 생활을 한 뒤 1997년 2월 정년으로 퇴임했다.
배우자 이영수 씨, “아내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경희대를 찾았다”
퇴임 후 1년 뒤인 1998년 윤현숙 동문은 파킨슨병에 걸렸다. 뇌에 자극을 주는 전기 배터리를 가슴에 심는 수술을 받으며 13년 동안 투병 생활을 했다. 배우자 이 씨가 지극정성으로 간호했고, 윤 동문은 남편과 경희대 캠퍼스에서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고통을 이겨냈다. 그리고 남편과 거닐던 모교에 감사의 마음을 전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났다.
이영수 씨는 지난해 9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희대를 방문했다. 기부 절차를 문의한 뒤 8일 후 학교를 다시 찾아 2억 원을 아내 이름으로 기부했고, 유언을 지킨 지 한 달 뒤 이 씨도 아내의 곁으로 떠났다.
부부의 장남 이승모 씨는 “아버지가 경희대에 기부하러 가실 때만 해도 지하철을 이용할 만큼 정정하셨다.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시고 마음이 홀가분해진 것 같다.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라고 말했다.
배우자, 아내 유언 지키고 별세
이영수 씨는 2016년 10월 14일에 작고했다. 음악대학은 윤현숙 동문의 애교심을 새기고, 이 씨의 별세 1년을 추모하고자 현판식을 준비했다. 기부금은 음악대학 리싸이틀홀 리모델링에 사용하기로 했다.
강석희 음악대학 학장은 현판식에서 “1955년 체육·음악과가 신설됐고, 1960년에 음악대학으로 승격됐다. 그동안 음악대학의 큰 발전이 있었다”라며 “음악대학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교수 영입, 교육 환경 개선 등의 변화를 할 계획이고, 리사이틀홀 리모델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윤현숙·이영수 님의 기부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승모 씨는 “이 자리를 아버지와 함께했다면 아주 좋았을 것 같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줘서 대단히 감사하다. 아버지의 깊은 생각을 간직하고, 남은 인생을 보람 있게 살겠다. 적은 금액이지만 학교와 음악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현판식과 테이프 커팅, 장남 이승모 씨에 대한 감사패와 꽃다발전달, 음악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준비한 감사음악회도 이어졌다.
감사음악회에 참여한 김바울(성악과 13학번) 학생은 “리모델링한 홀을 사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 기부하신 분들의 뜻을 잊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김상수(커뮤니케이션센터, s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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