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조향과 회전 가능 레이저침으로 침술 치료 혁신 준비
2023-07-24 연구/산학
한의대·기계공학과 공동연구팀, 한의디지털융합기술개발사업 선정
근막통증증후군 치료 위한 조향 가능한 레이저침 개발, 침자극 시각화한 가상융합 플랫폼 구축
침 치료 시각·데이터화하는 디지털 트윈 조성, 향후 기술 사업화 가능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23년 초 ‘한의디지털융합기술개발사업’의 참가자를 공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협력해 한의 기술 기반의 첨단과학 기술과 지식을 융합하는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고령화를 비롯한 국가적 난제와 현대 의료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를 발굴·지원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한의과대학 이인선 교수와 기계공학과 김종우·김진균 교수 공동연구팀이 이 사업에 선정됐다. 연구팀은 사업을 통해 최대 5년(3+2년)간 10억 원을 지원받는다.
연구팀은 ‘근막통증증후군 치료를 위한 조향 가능한 침습형 레이저침 및 침자극 전달 가상 융합(XR)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침 끝이 움직이며 넓은 범위에 자극을 전달할 수 있는 침습형 레이저침을 개발하고, 더 안전한 침 시술과 정보 전달을 위해 침이 조직에 전달하는 물리량을 실시간으로 시각·데이터화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개발한다. 연구팀은 사업을 기획하며, 레이저침의 개발을 넘어 시제품 제작이나 한의 치료기기로의 개발, 산업화와 실용화를 추진할 방안도 포함했다. 연구팀을 만나 연구팀 구성부터 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한의학과 기술의 융합 유도 사업, 경희 역량으로 도전
Q. 선정된 사업에 관해 설명 부탁드린다.
이인선 교수(이하 이인선) 한의학과 디지털을 융합하는 사업이다. 최근 의학 분야에서는 ICT(International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나 와이어리스(Wireless) 기술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개념을 한의학에 적용한 사업으로 봤다. 기술을 한의학에 적용해 학문 간 융합으로 새롭고 안전한 한의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과제로 이해했다. 사업은 크게 두 단계로 진행한다. 첫 번째는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기기가 의료기기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허가용 임상 연구 승인이 필요하다. 승인이 완료된 후에는 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그 바탕으로 의료기기로의 사용 허가 등을 진행하려 한다. 과제 기획은 김종우·김진균 교수님의 원천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계획했다.
김종우 교수(이하 김종우)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레이저침 하드웨어 개발이 중심적인 부분이다. 침은 보통 일자형인데, 인체에 침습한 침의 끝을 구부리고 침체를 회전시켜 조향성을 부여한다. 기존에 최소침습수술용(Minimally Invasive Surgery) 로봇에서 연구해오던 기술이다. 경희대는 한의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유한 대학이다. 이 기술을 한의학에 적용할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인선 과제를 확장하면 다른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초기에는 근육의 뭉침을 풀어주는 효과를 중심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뭉친 근육의 압력을 조향 가능한 레이저침을 이용해 줄여줘 근육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관한 대표 질환으로 ‘근막통증증후군’을 선정했다. 제삽(提揷)이나 염전(捻轉)과 같은 기존의 침 수기법으로도 비슷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개발할 침에는 다른 장점도 있다. 침에 구멍을 뚫고 광섬유를 추가해 인체 심부 조직에 레이저를 쏴 조사할 수 있다. 또한 가상융합 플랫폼을 이용해 침과 레이저가 인체 조직에 전달하는 물리적 변화(온도, 압력 등)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침 치료와 관련된 구체적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진통과 같은 추가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김진균 교수(이하 김진균) 소위 말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다. 우리가 개발할 레이저침에 적용하면 환자와 의료진이 데이터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레이저의 출력량에 따른 근육 온도와 침을 잡는 압력의 변화 등을 모두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말초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변환하는 확장 현실(Extended Reality, XR) 플랫폼을 구성하려 한다.
융합 연구에는 물리적 거리 무의미, 융합 활성화 제도도 필요
Q. 경희의 탁월한 연구 역량이 융합 연구를 촉진한 사례이다. 양 캠퍼스를 잇는 연구이기도 하다. 연구진을 구성한 방법과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김종우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최소침습 의료로봇’ 연구를 많이 했다. 최소의 절개로 인체에 들어가야 감염 위험과 회복 기간, 합병증이 적다. 이런 기술을 활용할 방법을 구상해보곤 한다. 교내 연구 성과들을 살펴보다가 한의 침술 기전의 메커니즘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경희대 한의대의 역량이 우수하고, 좋은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갖춰서 과제를 구상할 수 있었다.
침술의 결과를 정량화할 수 있는 임상 분야의 연구자가 필요했다. 정성적인 측면이 강한 기작과 메커니즘을 정량화하는 연구 과제와 흐름이 있었다. 이인선 교수님의 연구 현황을 확인했고, 이메일로 연락드렸다. 김진균 교수님은 같은 학과로 서로 잘 알고 지냈다. XR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고, 연구실도 바로 앞에 있다.
김진균 연구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잘될 것 같다’라는 느낌이 왔다. 김종우 교수님의 바늘이 한의학과 잘 맞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인선 교수님과 함께 처음에는 기초연구실사업으로 지원하려고 했는데, 이 교수님이 이미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과제를 다시 찾기로 했다. 이 교수님이 과제를 찾겠다고 말하곤 바로 이 과제를 찾아서 연락해주셨다.
이인선 처음 이메일을 받고 캠퍼스가 다른 점이 걱정되지 않았다.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팬데믹을 겪으며 물리적 거리는 의미가 없다는 점을 익히 느껴왔다. 국제 연구진과의 공동연구에 비하면 오히려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 화상회의로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고, 서로 캠퍼스를 오가며 만날 계획이다. 이번 사례를 각 단과대학의 개별 연구진의 사례가 아니라 단과대학 차원의 융합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교수님들 모두 아이디어를 갖고 있기에 융합연구의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김진균 화상회의가 활발하지 않을 때였으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전혀 문제없다. 연구진이 모일 공간보다는 연구 인프라가 중요하다. 결국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연구팀만 잘 꾸려지면, 진행은 수월하다. 잘 맞는 교수님을 찾는 게 어려웠는데, 연구 책임자를 잘 찾은 느낌이다.
기술개발과 제품인증, 임상 연구 단계로 향후 상용화나 사업화까지 대비
Q. 계획에 대한 과제 평가자들의 의견과 현재 진행 단계에 관해 설명한다면.
이인선 6월부터 과제를 시작했다. 방학이 시작되면 연구도 구체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공학적인 기술이 잘 개발되는 부분이 중요하다. 초반은 김종우, 김진균 교수님이 진행해주시고, 임상 영역으로 오면 한의과대학과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이 함께 참여한다. 지금은 기술개발 단계로 보면 된다. 기존의 연구 성과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 더욱 기대가 크다.
새로운 종류의 침을 만드는 과제이기 때문인지 과제 평가 과정에서 침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평가자의 궁금증이 컸다. 두께는 어떤지, 안전한지, 침이 아프진 않을지 등을 궁금해했다. 김종우 교수님이 로봇 수술용 바늘을 만든 경험이 있어,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이 없음을 잘 설명할 수 있었다. 김진균 교수님이 진행해주실 XR 플랫폼은 안전성 및 정량화 차원에서 한의사와 환자, 그리고 침 연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이다. 앞으로 경희대에서 개발한 새로운 침을 이용해 임상 한의사들에게 새로운 종류의 치료 방법을 제공할 뿐 아니라 기전 연구와 임상 연구를 수행해 한의학의 우수한 치료 기술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종우 총 5년의 과제인데, 제품인증과 임상 연구까지 진행하려면 과제의 일정은 빡빡하다. 보통은 좀 더 긴 주기로 개발하는데, 다행히 이전 과제들에서 요소 기술과 연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기존 요소기술들을 응용해 침술에 적용할 것이고, 나아가 장기적으로 사업화 구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평가자들도 의료기기로의 개발과 의료기기 전문업체와의 협력에 큰 관심을 보였다.
Q. 연구 계획에 사업화 가능성도 포함했다. 사업화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할 계획인지
김진균 침습 의료기기 조건이 까다롭다. 비침습이나 진단만 하기보다는, 실제 치료기 때문이다. 사업 기간에 그 기준에 맞춰 진행하고, 사업화나 상용화까지는 추가 과제나 과제의 연장선상에서 시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런 의료기기의 개발은 10~20년이 걸리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인선 한의원에서 많이 사용하는 침은 일반 침과 전침이 있다. 한의원이 100개라면 모든 한의원이 보유하고 있다. 전침은 중국에서 개발이나 연구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혈학이나 침구과에서는 수기 침에 관한 연구가 많다. 한의학과 중의학의 차이이기도 하다. 전침은 정량화가 가능한 점이 장점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른 자극 정도 관련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증상별 프로토콜 도출이 쉽다. 연구에 활용할 데이터 수집에도 좋다. 이번 사업으로 기술이 개발돼 일반 침처럼 적용되면 자료를 정량화해 한의학 연구 발전에도 도움될 것이다.
김종우 우리가 개발하는 침이 상용화돼 한의원에 보급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과제를 진행하며 특허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준비 중이다. 조향 가능하고, XR이 적용된 레이저침이 환자들의 예후와 편의성을 증대시키리라 기대한다.
※ 관련 정보 보기
- 이인선 교수 연구자 정보
- 김종우 교수 연구자 정보
- 김진균 교수 연구자 정보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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