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과학도 맹신해선 안된다”
2017-02-03 교육
경희인문사회포럼(2) 장하석 교수 특강 및 세미나
“과학은 경험에 기반해 신뢰할 만하지만 편견 작용할 수 있어”
“본질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철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과학은 인간의 경험에 기반해 다른 지식체계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개인적 편견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맹신해선 안된다. 과학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철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지난 1월 17일(화)과 18일(수) 양일간 경희인문사회포럼 특강과 세미나에서 이 같은 생각을 들려줬다. 장하석 교수는 ‘제2의 토마스 쿤’이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과학철학자이다. 지난 2006년에는 저서 <온도계의 철학>으로 한국인 최초로 과학철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러커토시상을 수상했다.
인문사회포럼은 ‘과거의 창에서 미래를 묻는다’를 주제로 1월 6일(금)부터 18일(수)까지 서울캠퍼스에서 열렸다. 행사 기간 동안 두 차례의 특강과 한 차례의 세미나가 개최됐다.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경희대 석좌교수(Eminent Scholar)의 특강(관련 기사: FOCUS 1월 20일자 ‘트럼프 이후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갈 것인가’)에 이어 두 번째로 장하석 교수의 특강과 세미나 내용을 소개한다.
“‘과학을 왜 믿는가? 왜 믿어야 하는가?’ 철학적 질문해야”
장하석 교수는 ‘겪는 것과 아는 것: 인간의 경험과 과학지식’, ‘과학과 인문학은 이질적인 것인가?’를 주제로 특강과 세미나를 진행했다.
장 교수는 “과학을 왜 믿는가? 왜 믿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과학을 신뢰하는 이유로 과학은 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실험과 관찰을 통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과학을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과학지식의 기초인 경험은 최고의 증거지만, 개인적 편견이 작용할 수 있고, 인간의 경험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과학을 왜 믿는가? 왜 믿어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끊임없이 되묻는 과학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이 믿는 것도 의심해야”
장하석 교수는 과학철학의 대표적인 사례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을 들었다. 천동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때,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천동설에 의심을 품고 천동설의 증거가 된 ‘탑의 논증’의 오류를 밝혀내며 지동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천동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지구가 돈다면 탑에서 공을 떨어뜨릴 때 공은 수직이 아닌 사선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경험이었다. 이 탑의 논증을 갈릴레이는 두 단계에 걸쳐 혁파했다. 관찰자와 관찰 대상이 공유하는 운동은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외관상 움직임이 진짜 움직임이라고 결론지어선 안된다고 주장한 뒤, 새로운 관성의 원리를 내세워 지동설을 지지했다.
장 교수는 “과학이 진리가 아니라 가설임을 인지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이 믿는 것도 의심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철학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뿐 아니라 사회, 정치에서도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편집하고, 같은 경험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주의 깊게 관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대중 연결하는 소통전문가를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하다”
장하석 교수는 특강과 세미나의 질의응답에서 암기하거나 단편적 지식을 가르치는 한국 과학 교육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한국은 과학을 의무교육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과학의 본질을 깨닫게 하지 못하는 교육으로 과학 혐오증과 기피증만 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을 배울 때 낮은 수준의 문제라도 학생 스스로 탐구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주고,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과학철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통전문가를 길러내는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과학이 세분화, 첨단화되면서 서로 다른 분야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고, 대중이 알 수 있는 과학과 첨단과학 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면서 “대중이 본질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대중을 연결해주는 소통전문가를 키워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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