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문정신을 우리 삶, 우리 사회 속으로”

2016-08-08 교육

미래문명원 김민웅 교수가 인문정신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책을 통해 김교수는 인문정신을 우리 삶, 우리 사회로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미래문명원 김민웅 교수, 인문정신 시리즈 1·2권 발간
“시민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우리의 진로에는 20세기의 역사와 21세기라는 미확정된 궤도가 가로놓여 있다. 이럴 때 필요해지는 것은 지난 시기에 움터 나왔던 지성의 봉우리에 올라서보는 일이다. 그로써 얻게 되는 통찰과 오늘의 시대를 하나로 엮어 우리 지성사를 새롭고 주체적으로 써나가는 과제를 감당해야 한다.”

인문학, 문명사, 사회과학, 신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우리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천착해온 미래문명원 김민웅 교수. 그가 최근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불씨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회의 내면적 깊이를 다시 한 번 돌아볼 것을 요청하며 인문정신 시리즈를 발표했다.

인문정신 시리즈의 1, 2권 <시대와 지성을 탐험하다>, <인간을 위한 정치>(한길사 펴냄)를 발간한 김민웅 교수를 만나 책을 기획한 계기와 말하고자 하는바 등을 들어봤다.

“시대를 돌파하고자 하는 지적 의지 만들어내야”

Q) 인문정신 시리즈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역사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킨 시대를 돌아보면, 한 시대의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적 고뇌와 발언이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러한 움직임이 없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온몸으로 껴안고, 그 시대를 돌파하고자 하는 지적 의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인문학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높아진 인문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반갑다. 그러나 인문학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근본적 성찰에 대한 능력,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부당한 질서에 목소리를 높이는 제 역할을 충분히 도모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인문학은 ‘무엇이 부당한가?’, ‘무엇이 올바른가?’, ‘무엇이 가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붙들고, 그것이 개인의 실존적 삶에서부터 정치까지 깊게 스며들어 가서 새로운 세상을 구성하는 힘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인문정신을 우리 삶, 우리 사회로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

Q) 한 시대의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최근에는 없다고 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우리 사회의 문제는 도처에서 성찰의 목소리가 나올 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사회의 고민에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을 위해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교수, 문학인, 언론인, 예술인, 정치인, 종교인 등 지식인이 나서서 도전을 위한 논리와 용기를 줘야 한다.

우리 사회도 지식인들이 고투해온 지적, 문화적, 예술적 성취를 자산으로 공유하고, 그 성취를 정신적 역량으로 바꿔낼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대학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학은 현실에 필요한 역량을 공급하는 책임과 함께 현실 논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까지 갖고 있어야 한다.

“인간의 문제 풀어가면서 정의로운 공동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Q) 책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가?

A) <시대와 지성을 탐험하다>에서는 고전, 문학, 역사, 정치, 경제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60여 명의 인물과 그들의 책, 사상, 활동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이러한 내용을 다룬 이유는 모험을 감수하면서 궁지에 몰리기도 하고, 벼랑 끝에 서기도 하고, 그런 것을 담대하게 감당하면서 한 시대의 과제를 온몸으로 밀고 나갔던 사람들, 저작들, 사유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지적 사유의 두께와 깊이, 넓이가 달라질 것이다.

<인간을 위한 정치>에서는 세월호 사건, 용산참사, 국정원 댓글공작 등 시사적 현안들을 다루며, 인문학을 바탕으로 정치의 본질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도록 한다.
 
인문학과 정치, 언뜻 보기에는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정치를 배제한 인문학은 인문학으로 성립할 수 없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것이고, 정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의 문제를 풀어가면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빠트린 것은 인문학의 본령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가 진전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망각’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금방 관심을 갖다가 다른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을 망각한다. 권력과 언론이 사건을 망각시키기도, 은폐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우리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성찰하는 기회나 여지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2012년 대선 문제부터 시작해서 남북 간 문제, 동아시아의 고민, 민주주의 문제, 세계시민으로서의 자각. 시민들이 이런 문제들을 성찰하고, 공론화한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Q) <인간을 위한 정치>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그동안 우리는 민중운동과 시민운동 등을 통해 한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가 원하는 정부를 태어나게 하는 것이 ‘시민’이다. 어떤 성찰과 어떤 사유를 하는 시민이 있는가에 따라 사회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시민들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역사, 문명 전반적인 것에 대한 지식을 끊임없이 공급받아 변하는 세상에 대한 대응력을 기르고, 대응력의 수준을 넘어 어떤 미래를 계획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영감도 함께 길러야 한다. 그래야 권력이나 언론에 속지 않을 수 있다.

자기 생각을 갖고, 함께 연대하고, 꿈꾸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시민으로서의 집단적 주체성이 확보될 때, 그 위에 많은 것을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 사색하고, 타자의 문제 해결에 나서야”

Q) 책을 쓰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A)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 집필이라는 것이 연구자에게는 지난한 작업을 통해 얻은 지식이지만, 유통될 때는 한없이 문턱을 낮춰야 한다. 문턱을 낮춰서 쉽게 들어왔는데 의외로 어렵네가 아니라 어렵지 않게 깊이 있는 사유의 결론을 만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만큼 사회는 달라지지 않을까? 

Q) 앞으로 계획?

A) 최근에는 과학과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만남, 과학과 의식, 과학과 영성, 이런 것들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 우주적 영성과 인간의 기원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한 학생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학생들 스스로 사색하고, 타자의 문제 해결에 나섰으면 한다.

요즘 “검색은 있는데 사색은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색을 통해 자기의 지적 역량을 끊임없이 훈련할 때, 스스로도 행복해질 것이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사회, 경제, 정치 현실이 나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학생들에게 ‘이것은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너의 문제이기도 하다’라고 설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나의 문제가 아니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타자의 고통에 침묵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자신이 변화하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는 기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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