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희인문사회포럼 ① 이택광 교수 특강
2016-01-26 교육
‘자유주의의 위기와 생명정치’ 주제
“자유주의의 위기, 고전적 자유주의·생명정치 통해 극복하자”
경희인문사회포럼이 ‘포스트자유주의 시대, 우리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1월 11일(월)부터 4일간 서울캠퍼스에서 개최됐다. 올해 처음 개최된 경희인문사회포럼은 매년 하계방학에 운영해온 ‘Global Collaborative Summer Program’을 동계방학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Global Collaborative Summer Program이 석학과 국제기구 실무자를 초청, ‘인류와 문명,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제로 미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해온 연장선에서 경희인문사회포럼은 오늘날 ‘위기의 시대’에서 요구하고 있는 종교적 근본주의와 국제적 테러리즘, 환경 위기와 기후변화, 유한한 자원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자유주의 이후’를 주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세계 질서’의 명암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모색했다. 경희인문사회포럼 특강과 대담 내용을 네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자유주의 이외에 다른 정치는 없는가?”
첫째날인 11일, 네오르네상스관 네오누리에서 열린 특강에서 이택광 교수는 ‘자유주의의 위기와 생명정치(The crisis of liberalism and biopolitics)’를 주제로 강연했다. 오늘날 자유주의의 위기를 언급한 이 교수는 “자유주의 이외에 다른 정치는 없는가?”라고 반문한 뒤, 생명정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택광 교수는 “사회주의권 몰락 이후 많은 사람들은 공산주의권의 붕괴를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간주하면서 독일 철학자 헤겔의 이론을 가져와 ‘역사의 종언’을 선언했지만, 아직 냉전은 끝나지 않았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한 것이 아니라, 적이 없어지면서 자유민주주의는 위기를 겪고 있고, 공산주의 국가가 붕괴되면서 새로운 냉전으로 가고 있다”고 밝힌 이 교수는 “하나의 세계를 둘로 나누는 냉전의 논리는 특히,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북한의 공산주의를 통해 실제적인 증거물이 있기 때문에 냉전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냉전 배경을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세계 질서’에서 찾았다. 티토-스탈린의 갈등으로 국제공산당 정보기관인 코민포름이 붕괴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협력 관계였던 미국·영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미국이 공산주의 확산 방지를 위한 트루먼 독트린과 마셜 계획을 발표했다. 공산주의 체제의 위협을 받은 소련과 동독은 베를린 장벽을 세웠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유럽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자유 유럽 방송을 시작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중국내전이 공산당의 승리로 마무리됐고, 서방국가들이 체제의 위협을 느끼면서 한국전쟁이 발발했다”면서 “당시의 체제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냉전 상황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우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우발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기획된 것이 많기 때문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은 기획된 것의 우발적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자유주의가 없다”
계속해서 이택광 교수는 자유주의의 역사와 우리나라에 자유주의가 도입된 배경을 설명한 뒤,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자유주의가 없다”고 말했다.
서방국가에서 자유주의가 등장한 것은 17세기로, 홉스와 로크에 의해 자유주의 사상이 확립됐다. 이후, 18세기 루소의 사상과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자유주의가 확산됐고, 이 과정에서 인권 개념이 강조됐다. 자유주의 사상은 19세기 이래 서방국가의 제국주의 팽창으로 아시아에 유입됐는데, 당시 서방국가에는 전통적 자유주의 다음으로 포스트자유주의가 널리 퍼져있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방임주의가 문제로 대두되고, 전후 복구를 위해 경제성장이 중요해지면서 포스트자유주의가 탄생된 것이다. 이택광 교수는 “아시아에 자유주의가 들어온 20세기 초에는 이미 서방국가가 고전적 자유주의 다음으로 포스트자유주의 시대로 넘어갔기 때문에 아시아에는 고전적 자유주의가 들어올 기회가 없었고, 인권이 개념화·습속화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전적 자유주의 논리에 따르면 착한 마음을 갖고 양심에 위배되지 않는 일을 하면 부국이 되지만, 포스트자유주의는 경제 논리를 따른다”고 설명한 뒤, “포스트자유주의의 거부감으로 ‘생명정치’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생명정치는 정부의 힘이 미치지 않는 것에서 알아서 잘 사는 것, 법치가 없는 삶에 대한 것”이라고 전한 그는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만들어 근대적 개혁을 추구한 태평천국과 동학이 고전적 자유주의, 생명정치의 논리와 유사하다”면서 오늘날 자유주의의 위기를 고전적 자유주의, 생명정치를 통해 극복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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