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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복사 방향을 조절하다

2023-06-29 연구/산학

응용물리학과 김선경 교수 연구팀이 앞에서는 사라지고 옆에서만 보이는 열복사 구조를 설계했다. 열복사는 모든 방향으로 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특정 방향으로 강화하거나 억제하는 방향성 제어는 난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응용물리학과 김선경 교수 연구팀, 마이크로 광학 구조 이용해 열복사 방향 제어
앞에서 사라지고 옆에서 보이는 열복사 구조 설계···군사 위장 기술로 응용 가능
스마트폰과 같은 근접 전자기기 이용하는 사용자에게 열적 쾌적성 제공

절대온도 0K(영하 273.15℃)가 아닌 모든 사물은 표면에서 빛의 형태로 열을 복사 방출한다. 이 열복사는 모든 방향으로 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특정 방향으로 강화하거나 억제하는 방향성 제어는 난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응용물리학과 김선경 교수 연구팀이 마이크로 광학 구조와 산화물의 분자 진동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난제 해결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측면 방향으로 열복사를 방출하는 구조를 설계·제작했다. 대표적인 산화물인 실리카와 알루미나 껍질층으로 둘러싸인 속이 비어있는 마이크로 광학 구조를 통해 열복사의 방출 각도를 제어했다.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에서 발행하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Nano』(IF: 18.027 JCR 상위 3.74%)에 5월 18일 온라인 게재됐다. 응용물리학과 조진우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시야각에 의존하는 새로운 개념의 ‘열복사 위장 기술’ 실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주위 사물에서 방출하는 열복사의 영향을 받는다.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스마트폰 화면에서 방출하는 복사광이 우리 안면에 흡수되는 식이다. 이는 사용자의 열적 쾌적성을 해칠 수 있다. 연구팀은 여기에서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

열복사 연구는 대부분 특정 파장 대역에서 투과와 반사를 조절하는 파장 제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김 교수 연구팀은 각도 제어를 택했다. 이 방법은 파장 제어보다 물리학적으로 더 복잡한 개념과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100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두께의 산화물을 코팅한 마이크로 광학 구조를 설계·제작해 전면 복사광은 현격히 줄어들면서 측면 복사광이 증대되는 현상을 관측했다.

김선경 교수는 “우리가 설계한 마이크로 광학 구조는 측면 방향으로 열복사 에너지를 방출하므로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보는 각도에 따라 구조가 나타나거나 사라질 수 있다. 즉, 시야각에 의존하는 새로운 개념의 ‘열복사 위장 기술’이 실현됐다. 이 기술은 군사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다. 또한, 복사광이 측면으로 방출되는 구조를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에 도입하면 근접 거리에서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열적 쾌적성을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 그림) 실리카와 알루미나 껍질층으로 둘러싸인 속이 비어있는 마이크로 광학 구조의 전자현미경 사진. (오른쪽 그림) 흑체와 마이크로 광학 구조를 회전하면서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흑체는 회전각과 관계 없이 열화상 카메라로 명확히 감지되나, 연구팀이 제작한 마이크로 광학 구조는 회전각이 60도 이상일 때 뚜렷한 형상이 관측됐다.

후속 연구 통해 자동차, 건축물 냉각에 활용할 방안 모색
연구팀은 연구의 실용적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열복사 위장 실험과 열적 쾌적성 실험을 진행했다. 열복사 위장 실험에서는 흑체(모든 방향의 빛을 완전히 흡수하는 이상적인 물체)와 연구팀이 설계·제작한 마이크로 광학 구조를 수직 각도부터 회전하면서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했다. 실험 결과 흑체는 모든 각도에서 명확하게 감지됐으나, 마이크로 광학 구조는 수직 각도(회전각 0도)에서 나타나지 않다가 회전각이 60도 이상일 때 명확하게 관측됐다. 앞에서는 사라지고 옆에서만 보이는 것이다.

열적 쾌적성 실험은 사람의 안면을 형상화한 사물의 표면 온도 비교로 진행했다. 안면 형상 앞에 흑체가 놓여 있을 때와 마이크로 광학 구조가 놓여 있을 때를 비교했는데, 마이크로 광학 구조가 안면 형상의 표면 온도를 3도 이상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원리를 활용하면 복사냉각을 유도할 수 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로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복사냉각은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복사냉각은 외부 전력 없이 온도를 낮출 수 있으며, 초소형·초경량 방열 시스템 형태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에 노출된 전자부품, 자동차, 건축물, 야외 구조물이 에너지 소비 없이 열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상용화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열복사 구조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반도체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형 TV, 자동차, 건축물과 같이 큰 구조물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후속 연구를 통해 동일한 기능을 갖는 구조를 마이크로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제작하면 자동차나 건축물 냉각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미래연구실)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김선경 교수 연구팀이 대표적인 산화물인 실리카와 알루미나 껍질층으로 둘러싸인 속이 비어있는 마이크로 광학 구조를 통해 열복사의 방출 각도를 제어했다.

※ 관련 정보 보기
김선경 교수 연구실
김선경 교수 연구자 정보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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