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간 질환 잡는 인공 장기칩 개발
2023-06-05 연구/산학
기계공학과 허윤정 교수 연구팀 연구성과, 의약품 개발·동물 대체 실험 기대
논문 제1저자 한유나 학술연구교수, 5년간의 경력 단절 딛고 학계 복귀
기계공학과 허윤정 교수 연구팀이 한림대학교 박민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간 질환을 잡아내는 인공 장기칩을 개발했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Talanta(IF=6.556)>에 게재됐다. 인공 장기칩은 마이크로 기술과 생체 공학 기술을 융합해 인체 장기를 작은 칩 형태로 구현한 기술이다. 인공 장기칩은 작은 공간에서 장기 구조와 기능을 재현하는 데 활용된다.
연구팀은 간의 저산소 환경을 본뜬 인공 장기칩을 개발했다. 허윤정 교수는 “질병이 발생하면 장기들은 저산소 환경에 빠진다”면서 “인공 장기칩으로 질병 상황을 가정해 바이오마커의 변화를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간 기능 변화를 측정하기 위한 바이오마커로 알부민(Albumin)을 선택했다. 알부민은 생체 내 분자를 운반하고, 항염증, 안정화, 삼투압 조절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한편 간세포에서만 분비돼 간 기능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다.
저산소 환경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에 한유나 학술연구교수가 보유한 노하우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저산소 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분야다. 한유나 교수는 저산소 환경에서 세포를 배양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저산소 칩에 간세포 배양 층과 산소 배양 층을 적층해 저산소 환경을 유도했다. 그 결과 10분 이내로 산소 농도 5% 이하의 저산소 환경을 유도할 수 있었다.
제작된 인공 장기칩에서 배양된 세포를 확인한 결과 저산소 환경에서 관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발현됐다. 발현된 바이오마커의 분비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전기화학 바이오센서도 제작했다. 그 결과 저산소 환경 이전 왕성히 분비되던 알부민이 저산소 환경에서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학문 간 융합으로 이뤄낸 결과다. 허윤정 교수는 “최근 연구 분야 간 융합이 활발해지고 있다. 다른 분야에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인공 장기칩을 설계하는 데 마이크로 머신 기술이 요구되며, 유체역학적 지식도 필요하다. 기계공학 전공자도 의료분야에 도전할 분야가 많이 있어 앞으로도 다학제간 연구를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공 장기칩은 미래의 주요 실험 수단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인공 장기칩은 약물의 생리적 작용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어 의약품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어 윤리적 실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간 외에도 췌장, 근육, 지방 등 4개의 인공 장기칩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장기 별 발생할 수 있는 질병 모델을 인공 장기칩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4단계 BK21 사업과 기초연구실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논문 제1저자인 한유나 교수는 5년여 간의 경력 단절을 극복하고 학계로 복귀했다. 한유나 교수는 도쿄대에서 신진대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우수 재원이다. 박사 학위 이후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지만, 남편의 일본 유학과 어렵게 찾아온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학계를 떠나야 했다. 남편이 학위를 취득한 이후에도 바로 현장에 복귀하지 못했다. 경력 단절은 학계 복귀 후 연구를 이어갈 수 있을지, 육아와 연구의 병행이 가능할지와 같이 막연한 두려움을 키웠다. 이 두려움은 학계 복귀에 큰 벽이 됐다. 한유나 박사는 “경력 단절 기간이 길어질수록 복귀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고, 나도 모르게 논문 읽기를 피하게 됐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복귀의 원동력은 가족의 응원으로 학위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으면서 생겼다. 한유나 박사는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사실은 연구자가 정한 목표를 끝까지 이뤄냈다는 증표이다”라며 “학위를 취득하던 시기의 기억들이 자신감을 갖게 했고, 도전할 수 있게 이끌어줬다. 실제로 복귀한 후에도 적응에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남편이 학위 취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학자로서 자극이 됐고, 가족의 존재는 재취업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한 교수는 같은 상황의 여성 과학자들을 위해 “잠시 학계를 떠났더라도 취득한 전문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껏 쌓아온 전문성과 노력을 믿고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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