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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에서 받은 양질의 교육으로 성장해, 난민들의 롤모델 될 것”

2023-05-10 교류/실천

국제처는 난민, 인도적체류자의 대학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입학 기회를 부여하고, 신규 장학제도를 신설해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을 이어 나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제도 신설 후 첫 난민 입학자가 탄생했다. 소프트웨어융합학과 리안 티안 눈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글로벌 배려대상자의 대학 교육 기회 확대, 경제적 어려움 없도록 신규 장학제도 신설
미얀마 출신 난민 리안 티안 눈(Lian Thian Nun) 학생, 역경 딛고 소프트웨어융합학과 입학

전 세계 각지의 분쟁과 전쟁, 정치 불안정으로 난민이 크게 늘고 있다. 생존이 일상의 문제가 되면서 학업, 미래를 꿈꾸는 것은 사치로 여겨진다. 그런 그들을 위해 국제처가 입학 기회를 부여하고, 장학제도를 신설해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을 이어 나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제처는 2022학년도 2학기에 난민이나 인도적 체류자를 위한 ‘SDGs 장학’을 신설했다. 정부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받고, 한국에 거주 중인 신입생과 공적개발원조 수원국 중 중상위소득국가를 제외한 국가 출신 신입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 제도 신설 후 첫 난민 입학자가 탄생했다. 소프트웨어융합학과 미얀마 출신 난민 ‘리안 티안 눈(Lian Thian Nun)’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입학한 지 한 달가량 지난 요즘 그의 일상은 행복한 나날이다. 원하던 공부를 원 없이 하는 한편 동아리와 코딩 스터디 모임에 가입해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는 “즐거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선배, 동기와의 정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밝은 웃음을 짓기까지 그는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미얀마 넘어 말레이시아 도착했지만, 경제적 어려움 직면해
그의 가족은 미얀마 소수민족으로 군부 탄압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그로 인해 정들었던 집과 땅을 빼앗겼다. 탄압을 견디지 못한 일가족은 결국 미얀마를 떠나기로 했다. 미얀마를 벗어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칠흑같이 어두운 밤, 경찰과 군인의 눈을 피해 정글을 헤치던 기억, 때때로 울리던 총성. 미얀마를 벗어나던 순간은 아직도 리안 티안 눈 학생에게 공포의 순간으로 남아있다.

목숨을 걸고 도착한 말레이시아였지만, 그의 가족을 기다리는 난관은 끝나지 않았다. 난민 인정전까진 불법체류 신분이 이어졌다. 그와 그의 가족은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매일 유엔난민기구(이하 UNHCR) 앞에 찾아가야 했다. 온전하지 못한 신분 때문에 경찰의 단속을 피해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2년. 그 사이 가정의 풍경은 달라졌다.

새로운 비극은 술에서 비롯됐다. 리안 티안 눈 학생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매일 같이 이어진 폭력에 지친 나머지 가족은 도망을 결심했다. 아버지를 피해 다른 도시로 이주하며, 가족의 생계는 더욱 어려워졌다. 어머니 혼자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리안 티안 눈 학생의 누나는 13살 무렵 학교를 그만두고 식당에 나가 일을 시작하게 됐다.

힘든 나날의 도중, 그의 가족에게도 삶의 희망이 찾아왔다. 아버지로부터 도망친 지 1년여가 지난 후 UNHCR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리안 티안 눈 학생은 당시를 회상하며 “다시 태어난 것처럼 행복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새로운 희망을 얻었지만, 말레이시아에서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별도의 난민 지원이 없어 생계는 여전히 커다란 짐이었다. 리안 티안 눈 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Grade 6) 과정을 마치고 생계를 돕기 위해 미용실 보조로 취업했다. 그는 주간에는 미용실에서 일하며 생계를 도왔고, 저녁에는 인근 교회의 성경 학교에서 학업을 이어 나갔다.

리안 티안 눈 학생은 “경희대에 외국인, 특히 글로벌 배려대상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가 마련됐다”며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난민 학생을 위해 꼭 필요한 지원만 담겨있었다”고 말했다.

교육 강국인 한국행 희망, 다양한 장학제도로 대학 입학 결심
주경야독의 세월을 이어 나가던 와중인 2017년, UNHCR로부터 한 통의 연락이 왔다. 말레이시아를 떠나 새로운 국가로 이주할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리안 티안 눈 학생은 “꿈인지 현실인지 믿기지 않았다”며 떨리던 심정을 표현했다. 미국, 뉴질랜드 등 여러 선진국도 있었지만, 그의 가족은 한국을 선택했다. 그의 어머니는 자녀가 말레이시아를 떠나 새로운 나라에서 학업을 지속하길 원했고, 교육 강국으로 알려진 한국은 매력적인 나라였다. 그의 누나가 한국행을 희망했고, UNHCR 담당자의 추천도 한국행을 이끌었다.

한국 생활은 낯섦과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물론, 한국 문화와 음식도 배우며 1년간 한국에 적응할 준비를 이어갔다. 이어 고등학교 2학년 때 김포에 있는 특성화 고등학교로 전학, 기계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생활에서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 리안 티안 눈 학생은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가족에 부담이 될 것 같아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도 고민했다. 그러던 중 멘토 프로그램에서 만난 멘토가 한국 대학에 다양한 장학제도가 마련돼있다는 사실을 얘기하며 그에게 대학 진학을 권했다.

장학금은 리안 티안 눈 학생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그는 장학제도를 알아보던 중 경희대에 외국인 학생, 특히 글로벌 배려대상자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지원 정책이 마련돼있다는 사실을 접했다. 리안 티안 눈 학생은 “경희대의 다양한 장학제도는 꼭 필요한 지원책만을 모아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경희대의 아름다운 캠퍼스 풍경에 반했고, 경희대를 목표로 공부에 몰두했다.

고등학교에서 기계과를 나온 리안 티안 눈 학생은 다양한 기계를 다루며 시뮬레이션, 코딩에 친숙했고, 흥미도 느꼈다.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은 산업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실천적 이론과 실습으로 유명해 진학을 결심했다. 치열한 서류 및 면접 전형을 뚫고 소프트웨어융합학과에 입학한 그는 입시장학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

“취업 외에도 대학 진학이라는 길이 있다는 사실 알리고 싶어”
시험 기간을 앞둔 리안 티안 눈 학생은 1시에 시작하는 수업이어도 앞자리를 잡기 위해 12시에 강의실을 찾아가는 등 남다른 학구열을 보이고 있다. 소중한 기회를 지키고, 동시에 본인을 발전시키려는 열정도 보였다. 그는 “2학년이 되면 세부 전공 트랙을 정해야 한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게임 콘텐츠와 빅데이터 분야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원 진학 역시 그의 꿈 중 하나다.

한국에 오는 난민 다수가 한 부모 가정이고, 어려운 생계로 취업을 택하는 학생이 많다. 리안 티안 눈 학생과 같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에 리안 티안 눈 학생은 스스로 “수십만 명 중 선택받은 행운아”라고 말한다. 그는 “많은 난민 학생에게 다양한 장학금 및 지원금 제도를 활용하면 가족에 부담 없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난민 학생에게 알리고 싶다. 특히 경희대는 글로벌 배려대상자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있는 만큼 진학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안 티안 눈 학생의 최종 목표는 다른 난민에게 희망을 주는 롤모델이 되는 것이다. 그는 “대학을 무사히 졸업해 어려움을 겪는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세계 각 지역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난민에게 또 다른 희망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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