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실내공기의 주성분인 미세섬유의 호흡기 위험성 알리다
2023-03-08 연구/산학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 미세섬유의 호흡기 노출에 따른 건강 영향 연구 결과 발표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는 생활 속 화학물질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연구자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폐섬유증을 일으키는 과정 연구나 분무소독제 성분의 호흡기 노출에 따른 폐 질환 발생 가능성 연구 등을 수행했다. 지난해에는 환경독성보건연구센터가 국가 참조표준 호흡기 안전성 데이터센터로 지정됐다. 박 교수는 연구를 통해 생활 속에서 우리의 건강을 지킬 방법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속 공기의 대부분은 옷이나 이불 등에서 떨어진 미세섬유(nanofibers)이다. 최근에는 재료비 절감, 내구성 등을 이유로 천연섬유보다 합성섬유를 소재로 만든 옷이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 1월 30일부터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로 바뀐 마스크 또한 합성섬유로 만들어졌다. 미세섬유는 최근 전 세계적 이슈인 미세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석유화학제품이란 점에서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 연구팀이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김동완 교수 연구팀과 함께 전기방사를 통해 만든 2종의 합성섬유를 활용해 미세섬유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는 ‘다양한 유형의 미세섬유의 폐 노출 후 독성 및 세포 반응 비교(Comparison of toxicity and cellular responses following pulmonary exposure to different types of nanofiber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독성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나노톡시콜로지(Nanotoxicology)>(IF=5.913)에 2월 20일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안전성평가연구소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가정과 사무실 실내공기 속, 미세섬유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는 전기방사(Electrospinning)를 통해 만든 폴리에틸렌 미세섬유와 실크 미세섬유(전기방사를 위한 틀로 이용된 폴리에틸렌 성분을 제거한 미세섬유)를 잘게 잘라 미세섬유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미세섬유를 마우스의 호흡기로 4주간 투여했을 때, 고농도의 실크 미세섬유에 노출된 암컷 마우스의 체중이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했다. 성별과 상관없이 미세섬유를 투여한 마우스에서는 미세섬유를 투여하지 않은 마우스 군과 비교해 폐포 내 세포 수가 증가했다. 하지만 호중구와 호산구의 비율은 실크 미세섬유에 노출된 암컷 마우스에서만 유의하게 증가했다.
폴리에틸렌 미세섬유 및 실크 미세섬유에 노출된 모든 마우스의 폐 조직에서 혈관, 세기관지, 간질에의 염증 세포 침윤, 폐포 내 대식세포의 응집, 소동맥 중막의 퇴화와 비대, 점액 세포의 증식 및 점액 마개의 생성, 다핵 거대 세포 및 거품성 대식세포의 출현 등과 같은 조직병리학적 변화가 관찰됐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관여하는 12종의 염증 관련 마커 중 호중구 및 대식세포 유입에 관여하는 CXCL1 및 MCP-1α와 손상된 조직의 수리에 관여하는 TGF-β의 농도만 증가했다. 이중 TGF-β는 특발성 폐섬유증의 발생과 밀접하게 연관된 마커이기도 하다.
주목할 부분은 혈액 내 총 빌리루빈, 포도당, 나트륨, 염소, 칼슘, 크레아틴 키나제 등의 농도변화와 함께 호산구의 분포가 증가한 점이다. 이는 호흡기를 통해 노출된 합성미세섬유가 혈액 속에서 면역학적, 생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전신적 건강 영향을 유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동물시험에서 얻어진 합성미세섬유 2종의 독성기전을 더 상세히 관찰하기 위해, 이 물질을 폐포 내 대식세포에 24시간 노출한 후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관찰했다. 이들 미세섬유는 산화 스트레스와 일산화질소 생산 증가, 세포막 파열, 세포 내 소기관 손상 및 세포 내 칼슘 축적을 통해 세포괴사 및 세포자살을 유도했다. 이들 미세섬유에 노출된 대식세포에서 다핵거대세포가 형성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내구성 좋은 합성미세섬유, 체내 유입되면 배출 가능성 더 낮아
박은정 교수는 “섬유의 좋은 내구성은 결국 환경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화학적 스트레스에 강함을 의미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내구성이 좋은 물질이 인체에 유입됐을 때, 체내에서 분해돼 배출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라며 “호흡기는 분해되거나 용해되지 않으면 체외로 배출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노출경로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시사점은 ‘실내공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다. 박은정 교수는 가정에서 건조된 빨래를 갠 후나 건조기 사용 후의 관리를 강조했다. 전태일 열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이 1960년대 후반 평화시장의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미싱사나 재단사 중에는 폐질환을 앓은 노동자가 많았다. 폐질환의 원인은 미세섬유였다.
박은정 교수는 “노출량이 크게 다르겠지만, 긴 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조기 주변과 빨래를 갠 장소를 물에 적신 밀대로 밀거나 물청소해서 미세섬유가 실내에 부유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라며 “특히나 기어다니는 아기나 활동성이 강한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 겨울철 실내가 건조할 때는 미세섬유가 부유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생활 속 유해 물질의 호흡기 노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연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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