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한의대 재학생, 한약재·천연물 기반 코로나 19 치료제 개발 가능성 확인
2023-01-23 교육
한의과대학 이민준·박준우·신서원 학생, 독립심화학습 결과물로 논문 게재
고려인삼, 감초 등 한약재로 감염병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 가능성 넓혀
한의과대학 이민준(17학번), 박준우(18학번), 신서원(16학번) 학생이 천연물 기반 감염병 치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했다. 코로나19 병증 개선에 있어 고려인삼, 감초 등의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이민준·박준우 학생의 연구 결과는 'Target-Specific Drug Discovery of Natural Products against SARS-CoV-2 Life Cycle and Cytokine Storm in COVID-19'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국제 학술지인 <The American Journal of Chinese Medicine>(JCR 상위 10% 이내)에 게재되었고, 신서원 학생의 연구 결과는 'Panax ginseng as a potential therapeutic for neurological disorders associated with COVID-19; Toward targeting inflammasome'라는 논문으로 <Journal of Ginseng Research>(JCR 상위 10% 이내)에 게재되었다.
이민준·박준우 학생은 SARS-CoV-2 바이러스의 생활사(Lifecycle)에 따라 한약재 작용 기전을 체계화했다. 먼저, 인체 침투·세포 분열·DNA 전사 등 바이러스의 생활사 전 과정을 5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내는 천연물의 기전을 분석했다. 나아가 코로나19의 병리현상인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을 추가로 연구하며, 임상 현황 및 양약 병행 요법도 정리했다. 그 결과, 약재 성분 ‘Quercetin’, ‘Berberine chloride’, ‘Glycyrrhizic acid’ 등은 SARS-CoV-2 바이러스의 생활사 내 주요 단계(angiotensin-converting enzyme 2, transmembrane serine protease 2, cathepsin L 등)를 조절할 수 있고, 약재 성분 ‘Ginsenoside-Rb1’, ‘Gallic acid’ 등은 사이토카인 폭풍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천연물 연구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작용 기전을 바이러스 생활사에 따라 체계화했다는 점과 실용성 있는 임상 데이터를 제시한 점이 의미 있다.
신서원 학생은 고려인삼이 코로나19로 인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미생물·ATP·응집되고 잘못 접힌 단백질과 같은 광범위한 자극에 의해 중추신경계에 감지되는 NLRP3 인플라마좀(NLRP3 Inflammasome)은 염증성 반응을 유도해 신경학적 후유증을 야기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고려인삼이 NLRP3 인플라마좀의 활성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고, 신경학적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 가능성을 제고했다.
이번 연구는 ‘독립심화학습(Independent Learning and Research)’ 강의를 통한 성과라 더욱 의미 있다. 이 강의에서는 연구 주제 설정, 설계, 결과 도출 등 전과정을 학생 스스로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학생들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Q. ‘독립심화학습’ 수강 계기는?
신서원(이하 신) 연구에 관심이 있었는데, 학부생으로서 직접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 융합한의과학교실 조익현 교수님과 상담하던 중 이 고민을 나눴고, 교수님께서도 학부생이 직접 연구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 하셨다. 하지만 ‘독립심화학습’이라는 과목이 있고, 학생 스스로 설계해 최종 논문까지 작성할 수 있다고 하셔서 수강하게 됐다.
이민준(이하 이), 박준우(이하 박)
논문을 한 번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이기에 논문 설계, 수행, 작성, 투고, 게재 등의 전단계에 있어 교수님의 지도가 필요했다. 교수님의 도움을 받기 위해 수강하게 됐다.
Q. 연구 주제는 어떻게 설정했는지?
박 코로나가 최초 발생했을 때,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된 한의 진료 지침이 없었다. 전국 한의과대학 호흡기내과 협회가 배포한 ‘코로나 감염증 한의 진료 지침’만 있었다. 한의학도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이와 관련된 논문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신 교수님께서 시의성 있는 주제를 찾아보라고 하셨다. 여러 후보 중, 코로나19와 한의학을 연관짓는 주제를 선정했다. ‘신경학적 후유증’, ‘면역학’, ‘단백질 복합체’ 순으로 세부 범위를 좁혀갔고 결국 ‘인삼과 신경학적 후유증의 연관성’을 다루게 됐다. 문헌 리뷰는 기존 연구자료가 많아야 의미 있기에, 연구량이 확보된 고려인삼으로 정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 박 처음 투고했을 때가 생각난다. 학기를 지나 방학까지 고생해 논문을 투고했는데, 약 10페이지의 엄청난 지적사항과 함께 반려됐다. 처음에는 실망했다. ‘논문을 잘 못 썼나보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지적사항을 다시 읽어보니 수정 방향을 알 수 있었다. 논문을 작성할 때 고려할 사항을 배운 경험이었다.
신 호기롭게 도전했는데 주제 탐색, 문헌 탐구 등 어려운 과정이 많았다. 특히 기존 자료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분류하고 주제를 확장하는 작업이 힘들었다. 선행 연구들과 차별화된 신선한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결과가 좋게 나와 보람을 느낀다.
Q. 향후 목표는?
박 졸업하고 나서도 지금의 연구를 심화하고, 독자적인 실험모델 설계 역량을 키우고 싶다. 한의사 면허를 받으면 다른 연구자와 임상연구도 해보고 싶다. 한의학적 치료가 상용화되지 않은 질환을 연구해 한의학 단독 치료 및 병행 치료의 안전성 제고에 기여하고 싶고, 한의 치료 분야를 넓히고 싶다.
이 논문 게재 후, 인용 횟수를 확인해봤는데 1회가 있더라. 많은 횟수는 아니지만, 논문으로 누군가와 교류한 것이 뿌듯했다. 전 세계 학자들과 교류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코로나 같은 감염병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은데, 공중보건학을 공부해 한의 공중보건학 전문가로 기여하고 싶다.
신 이번 연구는 NLRP3 인플라마좀과 고려인삼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였다. 고려인삼이 해당 병증에 직접 효과가 있다는 논문은 아직 부족하다. 임상에 대한 추가 연구를 하고 싶다. 아직 진로는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의학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연구가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
글 장소영 withel3224@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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