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기후변화로 인한 뇌우 증가, 급성 천식 발작 가능성 높여
2022-09-19 연구/산학
지리학과 이은걸 교수, 뇌우와 급성 천식 발작의 상관관계 밝힌 연구성과 발표
미국 루이지애나주 뇌우 데이터와 급성 천식 발작 환자의 응급실 방문 데이터 연관성 분석
뇌우로 비 많이 오거나 기온 낮을 때 급성 천식 발작 환자 늘어, 한국 적용 가능성 탐색
8월 초, 115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다양한 피해가 발생했다. 저지대나 반지하 등 취약 시설이 물에 잠기고, 사상자도 발생했다. 폭우 속에서 주목할 부분은 또 있었다. 국내에서 많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뇌우(Thunderstorm)’가 그것이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를 말하는데, 지표면의 불균등 가열이 발생 원인으로 꼽힌다. 뇌우는 천식을 앓는 환자들에게는 더욱 위험하다. 이에 관한 연구는 1980년대 초 영국에서 시작됐고, 유럽과 호주 등에서는 ‘뇌우천식(Thunderstorm Asthma)’이라는 이름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뇌우 상황 기온 저하 및 낙뢰 시 급성 천식 발작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 환자 증가
지리학과 이은걸 교수가 미국 국립 직업 안전보건 연구원의 호흡기건강과 박주형 박사와 함께 뇌우와 급성 천식 발작과의 연관성을 밝혔다. 관련 연구성과는 8월 초 ‘Associations of Emergency Department Visits for Asthma with Precipitation and Temperature on Thunderstorm Days: A Time-Series Analysis of Data from Louisiana, USA, 2010-2012’라는 논문으로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기관인 국립 환경 보건 과학 연구소(NIEHS)에서 발행하는 공식 저널인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EHP>(IF=11.035)에 게재됐다.
이은걸 교수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기후 데이터와 천식 환자의 급성 천식 발작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 데이터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2010년부터 2012년 3년 동안의 기후 데이터와 의료 데이터를 활용했고, 분석 결과 뇌우로 비가 많이 오거나 기온이 내려간 상황에서 급성 천식 발작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늘었다. 연구의 의미는 뇌우천식 조기 경보 시스템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뇌우 예보가 뜨면, 기저질환으로 천식이 있는 개인은 천식 의약품을 미리 구비하고 병원은 의약품을 미리 비축하는 등의 대비가 가능하다.
연구 시작은 6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이은걸 교수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 지질-지리학과에 재직했는데, 연구 시작도 이 대학에서 시작했다. 이 교수는 “교내에 수영장이 있었는데, 낙뢰가 치면 수영장에서 나와야 했다. 수영장에서 급히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중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엄청난 양의 비를 맞았다. 이것을 경험한 1월은 뇌우가 발달하는 시기가 아니었다. 이것도 기후변화의 영향이라 생각했다”라며 “IPCC도 기후변화로 인해 뇌우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고, 미래에는 그 정도가 더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 연구를 처음 제안한 박주형 박사와 논의하며, 뇌우천식 메커니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기후변화로 뇌우 발생이 증가하면 천식 환자의 급성 천식 발작의 위험성이 증대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우려됐다”라며 연구 시작을 설명했다.
뇌우천식 메커니즘 예측 및 한국 사례 연구 가능성 타진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의료 데이터의 수급이었다. 천식 환자가 증상 악화와 천식 발작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정보를 얻어야 했다. 루이지애나의 64개 카운티 전체의 데이터를 모았는데,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라 미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질병 통제 예방 센터) 내에서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은걸 교수는 “매우 복잡한 데이터라서 시계열 분석과 결과 해석에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잘 분석돼 논문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라며 연구 과정을 소개했다.
연구팀이 추측하는 뇌우로 인한 급성 천식의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뇌우가 발생하면서 상승기류가 생기고, 꽃가루나 곰팡이 포자 같은 천식을 유발하는 물질이 이 상승기류를 타고 대기 중으로 들어간다. 천식 유발 물질이 대기 중의 수증기와 접촉하면, 삼투압 충격을 받는다. 이 충격으로 꽃가루나 곰팡이 포자가 파열돼 세포 내에 천식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미세한 알레르기 물질이 다량으로 분출된다. 이후 뇌우가 성숙해지면 하강기류와 비가 발생한다. 비가 내리며 미세 알레르기 물질이 씻겨 비와 함께 내려온다. 연구팀은 이 상황에 미립자가 호흡기로 유입돼 급성 천식 발작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뇌우로 인한 하강기류가 생기면 대기 상층의 차가운 공기도 함께 내려온다. 차가운 공기가 호흡기로 유입되면 기도와 폐를 수축시켜 천식 증상이나 발작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번개가 치는 순간에는 작은 천식 유발 물질들이 양전하를 띠고 양성화된다. 양전하를 띤 천식 유발 물질은 기도와 폐로 들어가 체내에 더 잘 흡착된다.
연령별 영향 달라, 경희 연구자와의 공동 연구 희망
이 연구 이전에는 시공간 기후 및 의료 빅데이터를 사용해 위험 요인을 분석한 뇌우천식 연구가 거의 없었다. 미국에서도 적었는데, 한국에서의 연구는 더욱 그렇다. 이은걸 교수는 연구 방법론을 한국에 대입하려 한다. 그는 “한국 데이터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한국의 천식 환자 유병률이 늘었다.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환자가 1.7배 증가했다”라며 “기후변화로 서울의 뇌우 발생 빈도 및 강도가 늘었다면, 뇌우천식으로 인한 피해의 증가도 예상할 수 있다. 가정의학과와 호흡기 관련 역학 연구자분들과 함께 한국의 사례를 연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후속 연구의 필요성도 있다. 기온이나 강수라는 요인에 의한 결과는 연령에 따른 차이가 있었다. 기온이 낮아졌을 때는 19세 이상 65세 미만의 피해가 컸고, 강수에 의해서는 19세 미만에서 피해가 컸다. 이은걸 교수는 “19세 이상 65세 미만의 연령층은 야외활동이 많다. 그렇다면 뇌우 발생 시에 야외에서 노동해야 하는 노동자가 이 부분에 취약했을 수 있다. 같은 환경에도 계층에 따라 영향이 다르다”라면서 “더 취약한 계층을 위한 대응과 대책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라며 향후 과제를 밝혔다.
루이지애나주는 특별한 기후 조건이 있는데, 연중 기온이 높고 다습하다는 것이다. 이은걸 교수는 후속 공동 연구로 미국 내의 기후가 다른 지역 연구도 계획 중이다. 건조한 기후 지역에서는 뇌우와 천식 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밝히려고 한다. 이 교수는 “미국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 외에도 국내 연구를 위해 경희대 연구자와 함께 하고 싶다. 의학적 지식도 필요하고, 한국인의 천식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이번 연구를 경희대 내의 교수님들이 보시고 함께 연구할 기회를 얻고자 한다”라며 공동 연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및 게티이미지코리아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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