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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혹은 붕괴, 지구정치의 새 지평을 찾아서’

2022-09-20 교류/실천

경희학원이 9월 21일 유엔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제41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과 미원 서거 10주기 기념식을 개최한다. 유엔은 세계평화의 날을 전 세계에서 폭력과 전쟁이 중단되는 날로 선포해 평화의 이상을 기념·고양하도록 한다. (사진: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앞에 설치한 조형물 ‘매듭지어진 총(Knotted Gun)’으로 비폭력과 평화를 상징한다.)

9월 21일, 제41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미원 서거 10주기 기념식
오전 10시부터 기념식, 기념 대담, 심포지엄, 라운드테이블 온라인 생중계(pbf.khu.ac.kr)
문명사적 위기에 주목하며 새로운 문명의 지평 열어갈 시민의식 확장 촉구

“전례 없는 복합위기.” 세계 지성계는 인류가 처한 현 상황을 이렇게 진단한다. 전쟁, 빈곤, 기아, 양극화, 인권 문제 등 오랜 인류의 난제에 더해 환경·생태 위기,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재앙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는 문제를 풀어갈 사회 담론을 만들어내기보다 자기중심적 이익과 욕망 쟁취에 빠져 있다. 더 많이 얻기 위해 불신과 증오를 부추기고, 이분법적 편 가르기를 일상화한다. 정치사회는 우리의 건강과 안보, 삶을 위협하는 팬데믹마저 패권 다툼에 이용하려 든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차별과 혐오, 갈등과 분열은 더 심각해졌다. 유엔이 올해 세계평화의 날(9월 21일) 주제를 ‘인종차별 종식과 평화 구축(End Racism. Build Peace.)’으로 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유엔은 “진정한 평화를 얻기 위해선 무기를 내려놓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모든 이들이 번영할 수 있다고 느끼는 사회와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연민과 공감이 불신과 증오를 이기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경희학원이 오는 9월 21일(수) ‘제41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미원 서거 10주기 기념식’을 주최해 그 여정에 함께한다. 행사는 경희학원 미원평화학술원,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래문명원, 경희대학교의료원 의과학문명원이 주관한다.

9월 21일(수) 오전 10시부터 세계평화의 날·미원 서거 10주기 기념식과 기념 대담, 미원 서거 10주기 기념 심포지엄, 세계평화의 날 기념 라운드테이블이 이어진다. 행사는 PBF 홈페이지(pbf.khu.ac.kr)에서 실시간 중계한다. 20일(화)부터 22일(목)에는 경희대학교 캠퍼스 곳곳에서 세계평화주간 축제를 진행한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그 메시지의 필요성과 인류문명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관심을 호소한다. 10월 14일(금)까지 서울캠퍼스 중앙박물관 중앙홀(중앙도서관 4층)과 국제캠퍼스 중앙도서관 로비에서 미원 서거 10주기 추모 전시회 ‘메시지, 미원의 삶을 담다’도 개최한다.

인간이 파괴한 지구 행성, 우리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
경희학원은 1981년 유엔이 제정·선포한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매년 Peace BAR Festival(이하 PBF)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세계평화의 날 제정을 최초로 제안한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의 서거 10주기를 기념하는 행사를 함께 진행한다. ‘평화 혹은 붕괴, 지구정치의 새 지평을 찾아서’라는 대주제 아래 인류가 촉발한 환경·생태 해악을 바로잡고 미래의 지속성,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가치의 새 지평을 찾아 나선다.

지구 산업문명이 몰고 온 기후변화와 생태적 파국은 지구사회가 마주한 절박한 현실이다. 이는 이익과 욕망, 대립과 경쟁의 길을 걸어온 지구 산업문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선고다. 지금 우리 현실은 그간 당연시했던 믿음과 욕망, 인식과 문화 등 모든 것에 관해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위기의 핵심을 살피는 혜안이 필요하다. 우주와 지구, 인간을 연결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주시해야 한다. 인간과 타자, 문화와 자연을 분리해온 편협한 인간 본위의 근대 지식으로는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경희학원은 인간이 파괴한 지구 행성에서 우리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묻고자 한다. 우리 모두가 마주한 문명사적 위기에 주목하며 새로운 문명의 지평을 열어갈 시민의식의 확장을 촉구한다. 경희학원 설립 정신에 깃든 우주와 인간, 자연과 세계, 거시와 미시를 함께 바라보는 전일적 사유에서 현 위기를 넘어설 실마리를 찾는다.

(사진 왼쪽부터) 1981년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IAUP) 총회에서 세계평화의 날·해 제정을 발의하는 조영식 박사와 세계평화의 날·해 제정을 유엔에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코스타리카 결의문.

설립자 철학·사상 공유해 지구정치의 새 지평 여는 전일적 사유와 실천세계 가능성 타진
경희학원 설립자는 동서 주요 사상과 철학을 종합하면서 인류 역사와 문명의 새로운 관점을 모색했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전일적 세계관을 구축하고, 인간의 자유의지가 발현되는 창조적 역동성을 강조했다. 우주, 세계, 인간을 유기적 통일체로 바라보는 전일적 사유를 바탕으로 지구 공동사회로서의 인류공동체의 미래를 제시했다. 이는 산업문명의 폐해가 만들어낸 전례 없는 복합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현시대에 필요한 사유 방식이기도 하다. 더 나은 개인과 인류문명의 미래를 향하는 설립자의 사유 세계는 실천으로 이어졌다. 1950년대부터 농촌운동, 자연보호운동, 잘살기운동, 밝은사회운동, 인류사회재건운동을 추진했다. 1965년 세계대학총장회(IAUP) 창설을 주도하고, 1981년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경희학원은 이번 행사에서 설립자의 철학과 사상을 공유하면서 지구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전일적 사유와 실천세계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기념식에서는 미원 서거 10주기 기념 영상 에세이 《전환의 시대, 평화의 책무》를 상영하고, 설립자 연설문 선집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땅을 보라』를 봉정한다. ‘실존의 순간, 전일사관(全一事觀)의 새 물결’을 주제로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이 대담자로 참여하는 기념 대담도 진행한다. 학계, 국제기구, 문명과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기관 보고서를 토대로 인류의 실존적 위협을 거듭 알려온 조 이사장은 이번 대담에서 지구 행성이 직면한 총체적 위기에 걸맞은 상황 인식과 실천의 활로를 개척하는 과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일적 사유와 함께 ‘문화세계의 창조’ ‘학문과 평화’의 길을 걸어온 경희학원의 전통에서 생존과 실존의 위협을 넘어설 공존과 공영의 실천적 가치를 찾아 나선다.

미원 서거 10주기 기념 심포지엄에서는 설립자의 평화사상을 조명한다. ‘평화는 개선(凱旋)보다 귀하다’를 주제로 설립자가 제시한 새로운 인간의 길, 지구문명의 길이 유례없는 문명사적 위기에 처한 오늘의 인류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탐색한다.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는 설립자의 평화사상을 함축하는 글귀이자 그가 유엔이 세계평화의 날과 해를 제정하도록 촉구하자고 제안한 1981년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IAUP) 총회의 기조연설 제목이기도 하다.

PBF는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하는 라운드테이블로 마무리된다. ‘재앙의 개막, 신생(新生)의 출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위기의 해법을 찾는다. 인류 멸절 가능성, 지구 대재앙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구의 안전과 지속성을 회복할 수 있는 신생의 출구를 찾아 나선다.

제41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미원 서거 10주기 기념식 주요 프로그램


유엔 세계평화의 날,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9월 21일은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 날’이다. 유엔은 이날을 전 세계에서 폭력과 전쟁이 중단되는 날로 선포해 평화의 이상을 기념·고양하도록 한다. 이날은 1981년 11월 30일 열린 제36차 유엔 총회에서 제정됐다. 유엔 총회는 15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1982년부터 매년 9월 셋째 주 화요일을 세계평화의 날로(2001년부터 9월 21일로 고정), 1986년을 세계평화의 해로 정한다’고 결의했다.

당시 세계는 동서 냉전이 극에 달해 3차 세계대전 발발을 우려하던 시기였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유엔이 세계평화의 날과 해를 제정·공포한 것이다. 1986년 세계평화의 해 첫날 아침, 미국과 소련 정상은 역사상 최초로 상대국 국민에게 평화 메시지(New Year’s Messages of President Reagan and General Secretary Gorbachev, January 1, 1986)를 전했다. 두 나라가 세계평화의 해를 전기로 삼아 서로 협력해 핵전쟁을 방지하고, 화해의 새 시대를 여는 데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이었다.

이후 양국은 핵무기 폐기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일련의 군축 회담을 성공적으로 타결하면서 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40년 가까이 지속돼온 냉전체제의 긴장이 완화됐다. 이런 이유로 세계평화의 날과 해는 냉전 시대를 종식한 하나의 계기로 평가받는다.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이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다.

‘평화사상을 고취해 인간의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경희학원 설립자는 1981년 6월 28일부터 7월 3일까지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열린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IAUP) 총회의 기조연설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를 통해 유엔이 세계평화의 날과 해를 제정하도록 촉구하자고 제안했다. 냉전체제의 긴장을 해소하지 않는 한 인류평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후반, 세계 정치 지도자와 군사 전문가, 석학은 입을 모아 1980년대 중반 이전에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갈 세계 3차 핵대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당시 유엔 총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는 인류를 60회 이상 파멸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었다. 미국은 핵전쟁에 대비해 대륙간 탄도탄과 핵미사일 등을 격추하는 또 다른 무기 개발에 전력을 집중했다. 경희학원 설립자는 ‘신무기를 개발해 핵대전을 방지하려 할 것이 아니라 평화사상을 고취해 인간의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6차 IAUP 총회에서 600여 명의 대학 총장은 경희학원 설립자의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 제안을 전원일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국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의안을 제출할 권한이 없었다. 경희는 코스타리카 정부의 도움을 얻어 의안을 제출했고, 제36차 유엔 총회가 이를 채택했다.

제36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한 결의문(Resolution 36/67)에는 “세계평화의 날은 모든 국가와 시민이 평화의 이상을 기념하고 고양하고자 제정됐으며, 모든 유엔 회원국, 산하 기관과 기구, 지역 기구, NGO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유엔과의 협력하에 특히 교육적 수단을 통해 세계평화의 날의 의미를 되새길 것을 권유한다”라고 쓰여 있다. 이 결의문에 따라 모든 유엔 회원국, 유엔과 산하 기관 및 기구, NGO, 대학 등은 매년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경희는 ‘Peace BAR Festival’을 개최한다. Peace BAR Festival의 BAR은 ‘정신적으로 아름답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며 인간적으로 보람 있는(spiritually Beautiful, materially Affluent, humanly Rewarding)’의 약자다. 지구공동사회를 함께 만들고, 지구적 존엄(Global Eminence)이 구현되는 미래문명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학술회의, 문화예술 행사, 사회공헌 활동을 통합한 지구촌 평화축제가 PBF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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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커뮤니케이션센터DB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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