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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의 항암 치료, 경희가 근거 만든다

2022-04-29 연구/산학

김봉이 한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한약재를 이용한 항암 효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약의 항암 치료 근거와 한약재 기반 항암 치료제 신약개발에 필요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그림은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 ‘우슬(牛膝)’과 ‘왕불류행(王不留行)’을 2:1 비율로 배합한 ‘BK002’가 암세포 생존을 억제하고 사멸을 유도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김봉이 한의과대학 교수 연구팀, 여러 암에 대한 한약재 항암 효과 연구 진행
한약재에서 ’거세저항성 전립선암‘·’급성 골수성 백혈병‘ 항암 기전 밝혀

암 정복을 위한 새로운 약물 개발은 인류의 큰 숙제다. 수명 증가와 비례해 질병이 증가하면서 암 발생률도 늘었다. 암은 완치가 어렵고, 기존 항암 치료제는 많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한약은 암세포 억제와 방사선 치료 등으로 쇠약해진 몸의 면역을 회복하고 우리 몸의 신생물(neoplasm,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세포조직)을 조절·억제하는 데 효능이 있다. 이런 점에서 천연 유래 한약재에서 항암 효과 및 기전을 발견하는 연구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김봉이 한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여러 암에 대해 한약재를 이용한 항암 효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최근 ‘거세저항성 전립선암’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두 가지 암에 대한 세포실험연구를 진행해 의미 있는 결과를 남겼다.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는 한약재 ‘우슬(牛膝)’과 ‘왕불류행(王不留行)’을 2:1 비율로 배합한 ‘BK002’ 한약물이 항암 효과를 보였고,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는 ‘혈갈(血蝎)’, ‘익모초(益母草)’ 추출물이 항암 치료에 효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 개의 논문으로 정리돼 SCIE급 국제 저널에 발표됐다. 한약의 항암 치료 근거와 한약재 기반 항암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관련 논문은 ‘BK002 induces miR-192-5p mediated Apoptosis in Castration-resistant prostate cancer cells via modulation of PI3K/CHOP’라는 제목으로 <Frontiers in Oncology>(IF=6.244) 저널에 게재됐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항암 효과를 보인 한약재에 대한 내용은 ‘Daemonorops draco Blume induces apoptosis against acute myeloid leukemia cells via regulation of miR-216b/c-Jun signal pathway’라는 제목으로 <Frontiers in Oncology>(IF=6.244) 저널과 ‘Leonurusjaponicus Houttuyninduces reactive oxygen species-mediated apoptosis via regulation of miR-19a-3p/PTEN/PI3K/AKT in U937 and THP-1 cells’라는 제목으로 <Journal of Ethnopharmacology>(IF=4.360) 저널에 각각 발표됐다.

김 교수 연구팀이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급성 골수성 백혈병’ 항암 치료에 천연 유래 한약재가 쓰일 수 있음을 밝혀냈다. 두 가지 암에 대한 한약재의 항암 효과는 세 개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사진 왼쪽부터 한의과대학 박문여 학술연구교수, 김정우 석사과정 학생, 김봉이 교수, Md. AtaurRahman 학술연구교수, 박세선 연구원.

전립선 치료 한약재 우슬(2):왕불류행(1) 최적 비율로 배합해 후보물질 ‘BK002’ 최초 개발
우슬과 왕불류행은 소변 관련 질환에 쓰이는 한약재다. 연구팀은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전립선 문제를 치료하는 한약재 두 개를 배합해,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 가장 효과 좋은 비율을 찾아냈다. 연구 결과, 가장 효과가 좋은 우슬과 왕불류행의 2:1 비율을 실험적으로 확인했고, 이 한약물을 ‘BK002’로 명했다. 연구팀은 BK002가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세포주 PC3 및 DU145의 사멸·증식 등 다양한 기전에서 항암 효과가 있음을 규명했다.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의 핵심은 생존율 높이기 보다 항암제로 인한 부작용과 고통을 완화하는 것이다. 세포독성이 심한 항암제는 암세포와 정상세포 모두에 영향을 미쳐 여러 부작용을 만들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동일한 농도에서 세포독성 실험을 진행한 결과,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PC3 세포는 우슬 100μg/mL+왕불류행 50μg/mL, DU145 세포는 우슬 50μg/mL+왕불류행 25μg/mL 배합 농도가 암세포만 사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BK002가 정상세포에서는 독성이 없고 일정 농도에서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BK002가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세포주 PC3 및 DU14에서 (AB/DE)암 사멸과 관련된 단백질을 조절했고, (C/F)암 세포 사멸을 유도해 붉은색으로 염색된 죽은 세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갈’·‘익모초’, 정상세포에 독성 없는 농도 찾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 가능성 제시
급성 골수성 백혈병 항암 치료에 효능을 보인 혈갈과 익모초 추출물 역시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항암 효과를 보였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법으로는 ‘화학요법’, ‘조혈줄기세포 이식’ 등이 있지만, 거세저항성 전립선암과 마찬가지로 심한 세포독성이 문제다. 연구팀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재발할 수 있는 난치성 질환이라는 점에서,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백혈병 세포를 특이적으로 조절하면서 정상세포에는 독성이 없는 천연 유래 한약재를 탐색했다.

우선 혈갈은 타박상에 효능이 있고, 어혈을 없애며 통증·출혈을 멈춰 새살을 돋게 하는 약재다. 상처 감염으로 인한 통증 완화와 향균 작용에 많이 쓰인다. 연구팀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세포주 U937 및 THP-1을 이용해서 항암 효과를 규명했다. 혈갈은 이 암 세포주에서 단백질 발현을 조절해 세포사멸을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모초는 한의학에서 300여 가지 처방에 포함된 약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익모초 추출물에 관한 연구를 보면 항산화, 항암, 진통제, 항염증, 신경보호 등 다양한 특성에 활용되고 있는데, 특히 갱년기 증후군과 부인과 질환 치료에 자주 사용된다. 연구팀은 이런 한약재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서 항암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익모초 연구 또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세포주를 이용해 항암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천연 유래 한약재 항암 효과 밝혀 신약개발 후보물질 발굴
김 교수 연구팀은 한약재의 항암 효과 기전을 세부적으로 밝혀, 한약으로도 암 환자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연구로 추후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의 기반도 다졌다. 좋은 조합의 한약재를 한약 처방으로 쓰면 추후 신약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 연구팀은 한약재 기반 항암 약물이 인류 건강에 기여할 수 있게 연구 수준을 높이려 한다.

세 논문에 제1저자로 참여한 박문여 학술연구교수는 “BK002 한약물과 기존 항암제와의 병용투여 연구를 통해 적은 농도로 부작용은 적고 효능은 극대화할 수 있는 연구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김봉이 교수는 “인공지능(AI) 및 3D 프린터 등을 이용한 한의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200여 종 이상의 한약재 추출물에서 다양한 암 종류에 효과가 좋은 한약물을 찾고, 최적의 비율을 가진 조성물을 만들어 새로운 항암 처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약으로 항암 치료하는 길, 경희가 선도해”
연구팀은 앞으로도 항암 효능을 보인 좋은 한약재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한의학 연구원 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국 한의대 중 경희대가 가장 많은 교원을 보유하고 있고, 최신 장비도 갖추고 있다. 이런 인프라는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경제적 지원이 없으면 연구에 제한이 생길 수 있어 국가적으로 대학원생 지원 프로그램이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김정우 석사과정 학생은 김 교수 연구팀에서 처음으로 실험연구에 참여했다. 그는 “알려지지 않은 좋은 한약재를 발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연구를 통해 느꼈다”며 “후속연구에도 참여해서 좋은 연구원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선 연구원은 “이번 연구가 실험적인 처방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한의학을 새롭게 구성하는 기준을 새롭게 제시한 부분도 주목할만하다”고 전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국제교류 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모로코, 방글라데시, 브라질, 호주 등의 연구팀과 약물 교류 및 실험을 공동 주제로 진행하고 있으며, 국제협력 연구 과제를 준비 중”이라며 “다양한 연구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서 전문 연구 인력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글 손은주 eve@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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