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생의 마라톤, 어차피 경기는 내가 도착해야 끝나”
2022-04-21 교류/실천
4월 20일 장애인의 날,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장애인식개선 프로그램
미래혁신원 장애학생지원센터 공동 주관으로 진행 도와
청운관 앞마당에서 하모니카 공연과 근육장애인의 삶 담은 수필 낭독회 등
4월 20일 따뜻한 볕이 든 오후, 청운관 입구에 순박한 하모니카 소리가 퍼졌다. 한 무리의 공연단이 경희대를 방문했는데, 이들은 ‘한국근육장애인협회’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장애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경희대를 찾았다. 미래혁신원 장애학생지원센터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관하며 진행을 도왔다.
‘근육장애인 삶과 이야기’는 이들이 펼친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청운관 앞에서 부스를 운영하며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했다.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장면은 근육장애인으로 이뤄진 하모니카 공연단인 ‘힐(heal)모니카’의 공연과 그들의 삶을 담은 수필 낭독회였다. 시험 기간을 맞아 학생들은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지만, 몇몇은 근육장애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공연을 감상하기도 했다.
유엔 지정 5대 희귀난치성 질환인 신경근육계 질환, 대중 인식 높이기 위한 행사
신경근육계 질환은 일반 대중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유엔이 지정한 5대 희귀난치성 질환인데, 갑작스럽게 근력 기능이 떨어지며 일상생활에 장애를 갖게 된다. 전신의 근육세포가 파괴돼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질병이다. 국내에는 3만 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이 대표적이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는 이런 근육병 당사자와 가족의 뜻을 모아 2003년 창립한 협회이다. 정책 제안과 사회제도 개선에 앞장서고, 최중증근육장애인의 사회적응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개발·지원하고 있다. 24시간 활동 보조, 희귀질환 지원정책, 근육병 치료연구, 긴급 의료비 지원, 보조기구 지원, 호흡기 의료부속품 지원, 동료 상담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서울시 지원을 받아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의 보조사업자로 참여했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양지원 사무국장은 “근육장애는 생명에 지장을 주는 최중증 장애이다. 혼자 밥을 먹기 힘들기도 하고, 호흡이 어려워 인공호흡기를 착용하는 분들도 있다”라며 “그런 장애인 친구들을 위해서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라고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공연 악기로 하모니카를 선택한 이유도 있다. 근육장애인은 폐활량 저하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다. 하모니카 연주는 폐활량을 증진할 방법이다. 양지원 사무국장은 “폐활량 증진을 위해 연주도 하고, 문화 인식개선 활동으로 공연도 기획 중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온라인으로만 공연해왔는데, 첫 외부 공연으로 경희대를 찾았다”라고 말했다.
경희대 동아리 ‘해피플러스’ 활동 계기로 뭉친 직원들 모교 찾아
협회가 경희대를 찾은 것에는 양지원 사무국장 및 직원과 경희대와의 인연 탓도 있다. 양지원 사무국장과 대외협력팀 이희재 팀장, 사업팀 이혜영 팀장은 모두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출신이다. 이희재 팀장이 05학번, 이혜영 팀장은 08학번, 양지원 사무국장은 10학번으로 학번은 다르지만, 미래혁신원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동아리 ‘해피플러스’에서 만나 친분을 쌓았다. 장애인식개선 활동 동아리로 근육장애인이었던 양지원 사무국장과 이들은 동아리 활동에서 대학 생활을 누리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활동을 계속했다. 양지원 사무국장은 “경희대의 뿌리로 연결된 관계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높은 동아리라 즐거운 경험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힐모니카 이후에는 근육장애인의 삶을 담은 수필 낭독이 이어졌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아티스트팀의 권덕희 씨는 삶에 대한 자세를 밝혔다. 권덕희 씨는 동갑내기 고종사촌 형제에 관한 부러움을 토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동네에서 같이 자라 초등학교도 함께 다닌 형제였는데, 가족을 이룬 그를 보며 아쉬움이 든다는 고백이었다.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성적도 좋았던 권덕희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정체불명의 병에 걸려 투병을 시작했다. 그는 절망하기도 했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권덕희 씨는 “33년간의 장애와 투병 생활에서 생긴 인고의 경험이 내적 인내력을 키워줬다. 그리고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환경을 직면하고 수용하는 용기도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배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권익 보호 활동에 앞장서 왔고, 2020년에는 우수활동가 상을 받았다. 2021년부터는 한국근육장애인협회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비록 스스로 손 하나 못 움직이는 몸이지만, 도전하는 정신으로 포기하지 않고 나름 열정적인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라며 “인생의 마라톤에서 꼴찌로 힘겹게 가고 있지만, 때로는 자신에게 ‘괜찮아, 어차피 경기는 내가 도착해야 끝나는 것이야’라며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라며 낭독을 마쳤다.
낭독회 이후에는 설문조사와 장애인의 날 관련 O/X 퀴즈가 진행됐다. 행사를 마무리한 이들은 공연장을 정리하고 청운관 앞을 나섰다. 장애 인식개선은 큰 꿈이 아니라 이들에게 당연한 권리이다. 무지와 무관심이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갈 기회를 박탈하기도 한다.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서로의 차이를 깊이 이해하고 누려 마땅할 삶을 누린다는 당연한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정민재 communication@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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