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한의과대학 학부생 연구팀, 국제학술지에 논문 게재
2022-03-11 연구/산학
실습수업에서 시작한 연구, ‘학부생연구지원사업’으로 탄력받아
한의학과 엄재영 교수 지도로 간독성에 대한 나복자의 효과 연구
나복자의 알코올성 지방간 및 간질환 치료제 가능성, 한약 기반 천연물의 유효성 확인 성과
한의과대학 16학번 김재진·김태곤·노준학 학생은 한의사 국가시험을 앞두고 뜻깊은 소득을 얻었다. 1년간 연구했던 내용이 국제저널에 게재된 것이다. 이들은 한약재 ‘나복자(萊?子)’의 알코올성 간질환에 대한 효과 및 작용 기전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Raphani Semen (Raphanus sativus L.) Ameliorates 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by Regulating De Novo Lipogenesis’라는 논문으로 국제학술지 <Nutrients>(IF=5.7) 온라인판에 지난 12월 게재됐다. 한의사 국가시험 이후 이들을 만나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의사 국가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이들에게서 홀가분함을 엿볼 수 있었다.
실습 과목 중 실험 결과 토대로 학부생연구지원사업 참여
나복자는 십자화과의 무(Raphanus sativus L.)나 같은 속 식물의 씨를 이용해 만든 약재이다. 냄새가 없고 맵고 단 맛이 나는 특징이 있다. 기를 통하게 하고 체기를 내리는 효능이 있어, 한의학에서는 복부 창만이나 트림, 위산과다, 설사 등에 사용한다. 가래를 삭이고 마른기침이나 천식, 변비에도 효능이 있다. 식욕부진 치료나 오래된 담, 오래된 기침을 멈추게 하고, 약리작용으로 포도상구균 등의 억제작용, 피부진균 억제작용, 혈압강하작용, 항염증 등이 보고됐다.
연구팀은 ‘간독성에 대한 나복자의 효과 연구’를 주제로 2020년 6월부터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 연구는 지난해, 대학혁신지원사업의 ‘학부생연구지원사업’에 참여하며 탄력을 받았다. 노준학 학생은 “실습 과목 중에 나복자를 활용한 실험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복자의 효능에 관심이 생겼다”라며 연구 시작 시점을 떠올렸다. 학부생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은 2020년 6월부터 12월까지였는데, 그 이후 2021년에는 한의학과 엄재영 교수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노준학 학생은 “엄재영 교수님께 무작정 찾아가서 연구를 계속해봐도 되는지 여쭤봤었다. 교수님이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지도도 해주셔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고, 연구실의 박사님들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연구팀은 알코올(에탄올)을 투여한 동물모델과 유리지방산인 팔미트산(Palmitic acid)을 처리한 간세포주인 HepG2 세포를 이용해 알코올에 의한 간독성 모델을 확립했다. 나복자는 물추출해 실험에 썼는데, 이는 해당 물질의 수용성 성분만 추출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 나복자는 알코올에 의해 발생한 간독성과 지방간을 회복시켰다. 또한 지방 생성에 관여하는 인자인 SREBP1, C/EBPα, PPARγ, Lipin-1의 발현을 감소시켰다. 나복자가 알코올성 지방간과 간질환 치료에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였다.
김재진 학생은 “학부 실습에서는 한약 배오(配伍)의 원리인 약대(藥對)의 실험적 입증을 위해 나복자와 숙지황(熟地黃)을 함께 사용했는데, 알코올성 지방을 분해했다. 그래서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두 약재의 동시 사용 사례와 개별 사용 사례를 모두 수행했다. 결과적으로는 나복자 단독 활용 시의 결과가 좋아서 나복자에 더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학부생연구지원사업 지원 종료 이후에도 1년 넘게 연구와 학업 병행해 결과 도출
연구에는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학부생으로서 연구와 학업을 병행하기는 어려움이 많았다. 학부생으로 부족한 부분은 있었지만, 세 학생은 본인들이 자신 있는 분야를 맡으며 분업했다. 김재진 학생은 “연구는 하나의 연결된 과정이라 단계별로 맡은 작업을 정확하게 처리해야 했다. 약물 주입, 전기영동 작업, 결과물 촬영이 모두 중요한데, 중간에 한 번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더라. 연구가 고된 작업임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웃음)”이라고 연구 과정을 설명했다.
처음 진행한 연구에 부족한 점은 많았지만, 엄재영 교수와 약리학교실 연구원들의 도움으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었다. 노준학 학생은 “한의학 전공생 대다수가 한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기초연구는 임상과는 유리됐다는 인식과 전통적 한의학을 추구하는 학생이 많아 생화학적 기전에 관심 없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하지만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공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느꼈다. 후배들도 대학 재학 시기에 연구에 참여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재진 학생은 “우리와 같은 시도가 늘었으면 좋겠다. 연구가 결국은 한의사라는 직업에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학과에서도 관련된 교육이 늘어나도 긍정적일 것 같다”라고 밝혔다. 김태곤 학생은 “임상만이 아니라 기초연구도 직접 해보니 연구의 흐름을 알 수 있어, 이해도가 높아졌다. 연구가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 기회가 됐다”라고 연구의 소회를 밝혔다.
이들은 학부생 연구의 장점을 ‘자유로움’이라고 밝혔다. 기존 연구에 얽매이기보다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입학과 동시에 친해진 세 사람의 관계는 연구에도 활력소가 됐다. 김재진 학생은 “노준학 학생의 권유로 연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연구 과정에서 도움을 주신 교수님과 연구실 구성원 모두 감사하다”라고 말했고, 노준학 학생은 “저도 학구적인 성향이 아닌데, 관심만 있다면 연구에 도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연구에 쏟는 노력과 시간을 보니 연구자들에 대한 경외심도 들었다”라고 밝혔다. 김태곤 학생은 “연구를 준비하고 수행하며 생각할 것들이 많았고, 그 과정의 경험이 무엇보다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엄재영 교수는 “학생들이 본과 2학년 약리학실습 시간에 진행한 연구 결과에 흥미를 갖고 지속한 연구이다. 학부생 연구라는 점, 나복자가 알코올성 지방간과 간질환 치료에 활용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확인한 점, 실습내용을 선행연구로 해서 학부생지원사업을 통해 지속한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면서 졸업을 앞둔 제자들을 칭찬했다. 이어 “학부생은 연구에 고정관념이 없어,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의과대학에서 학부생 연구를 장려하고 있는데, 이는 한의학의 국제화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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