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학문과 평화 2022: 전환시대의 큰 희망’
2022-01-07 교류/실천
2022년 경희학원 시무식···각급 기관장·보직자·행정 참여자 온라인 화상·웹캐스트 참여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송재룡 경희대학교 중앙도서관장 ‘전환문명’ 신년 대담 진행
“지구적 차원에서 상황 대전환할 가치·문화 기류 만들어 ‘큰 희망’의 미래 열어야”
‘2022년 경희학원 시무식’이 지난 1월 3일(월)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종전과 달리 올해 시무식은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과 송재룡 경희대학교 중앙도서관장의 대담으로 이뤄졌다. ‘학문과 평화 2022: 전환시대의 큰 희망’이 대담의 주제였다. 대담을 통해 조인원 이사장은 “‘희망 또는 굴복’의 문명사적 기로에 서 있는 우리는 경희학원의 전통과 함께 더 큰 희망의 활로를 열어야 한다”는 새해 메시지를 전했다. 행사는 △영상 상영 △신년 대담 △신년 음악 순으로 진행됐다. 각급 기관장, 보직자, 행정 참여자 400여 명이 온라인 화상, 웹캐스트로 참여했다.
“우리는 지금 엄혹한 선택의 순간에 처해 있다”
신년 대담에 앞서 전환기 문명사적 위기의 실상을 담은 영상을 공유했다. 이 영상은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10월 31일부터 2주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행한 연설과 BBC, CNN, CBS, ABC, GUARDIAN, WION 등 외신 보도, 미국항공우주국(NASA) 관측 자료를 담고 있다.
이 시대 위기의 심각성은 “우리는 지금 엄혹한 선택의 순간에 처해 있다”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제 충분하다고 말할 때다. 생물다양성을 잔인하게 대한 것도 충분했고, 탄소배출로 우리를 자해한 것도 충분했고, 자연을 화장실 다루듯 한 것도 충분했고, 불태우고 채굴한 것도 충분했다”면서 “우리는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경한 경고의 배경에는 전쟁, 테러, 기아, 질병, 양극화, 인권 같은 인류의 오랜 난제와 기후, 환경, 생태 문제 등 인류 역사상 이례적인 문명사적 복합위기가 자리한다. 지난여름 북극 시베리아는 섭씨 38도를 기록한 곳이 있는가 하면 남극 기온도 매우 이례적으로 18도까지 올라간 곳이 있었다. 같은 시기 캐나다와 미국의 기온은 섭씨 50도 가까이 치솟았다. 그 영향으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전역에서 30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2019년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를 초토화한 허리케인 도리안에 이어 2021년에는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남부를 강타했다. 아이다는 기록적인 강풍과 폭우를 동반하며 1만여 명의 기후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이외에도 지구촌 전역에서 전례 없는 대규모 가뭄과 홍수, 산불과 들불 피해가 동시에 일어났고, 이상 기온에 따른 물고기 떼죽음, 흉작, 가뭄과 기근 등 치명적인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학계와 국제기구는 나날이 급속도로 강도와 빈도를 더해가는 열파와 전례 없이 빠르게 녹아내리는 지구 빙권, 이상 현상을 보이는 제트기류와 해류, 관측 사상 최악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메탄 농도 등으로 머지않아 문명 붕괴에 이르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시기를 10여 년 전에는 금세기 말로 전망 또는 희망했지만, 지금은 2050년, 2040년, 2030년으로 매우 급히 앞당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과 함께 호주 태즈매니아엔 기후 대재앙과 인류의 대응 방식 관련 데이터를 훗날 후손들이 살필 수 있는 ‘지구 블랙박스’가 설치된다.
영상 마지막 부분은 CNN이 지난해 4월 보도한 미확인 항공 현상(UAP; 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을 다뤘다. 2015년 미 해군 전투기 조종사가 포착한 UAP는 시속 122km로 부는 바람을 거슬러 비행하고 있었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해 6월 25일 사상 처음으로 UAP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 공식 보고서를 공개했다.(미 당국은 공식 조사가 착수된 이래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란 말 대신 UAP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보고서는 2004년경부터 2017년까지 미 해군이 조사·분석해온 총 144건의 UAP 영상과 자료를 담았는데, 한 건을 제외한 143건은 지구상 기술을 뛰어넘는 미확인 항공 현상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래의 현실에 더 많은 관심 기울이면서 도전적 과업 풀어가야”
송재룡 관장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격정적인 목소리가 귀에 맴돈다. 팬데믹과 혼돈의 시대에 놓인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신년 대담의 말머리를 잡았다.
조인원 이사장은 “우선 어렵고 힘든 시기에 기관 행정을 위해 애써주신 구성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특히 의료기관은 감염병에 대응하면서 환자를 돌보느라 어려움이 더욱 컸을 텐데,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의 희망과 달리 올해도 힘겨운 상황이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 구테흐스 사무총장 연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류는 대단히 위중하고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 모두의 ‘생존’과 ‘실존’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과학자와 국제기구가 오래전부터 제기해온 문제를 너무 소홀히 했다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 지금 당장 우리를 둘러싼 현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도전적 과업을 풀어가야 한다.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인류가 유사 이래 처음 겪는 위기와 재앙의 시대를 넘어설 큰 희망을 만들어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서 “‘시간이 다 돼 간다’ ‘지금은 전시와 같은 속도로 대처해야 한다’ 이것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온 학계와 전문가,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오늘의 엄중한 현실”이라고 말한 그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국제사회가 말해온 위기를 넘어선 ‘지구적 긴급사태(Global Emergency)’라면 우리 의식도 이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 국가와 민족, 이념과 당파의 경계를 넘어 지구사회가 함께 힘을 모으지 않으면 풀 수 없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그동안 국제사회와 각 나라의 대응이 대단히 미흡했다는 상황을 인식하고, 시민 개개인이 힘을 보태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 진실에 관한 참된 지식과 정보를 찾아 나서고, 이를 바탕으로 실상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각자가 위기 극복의 활로를 개척하는 역사의 주체라는 생각으로 일상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럴 때만이 지구적 차원의 위기를 전환시킬 가치와 문화, 희망의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의식, 지구의식의 새로운 지평과 활로가 필요하다”
송 관장은 ‘문명 전환’이 긴급한 시대 상황 인식에 공감하면서 “현 위기의 중심에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환경 재앙의 문제가 있는데, 기후변화 문제의 위중함과 긴급함을 말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고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조 이사장은 “그동안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고군분투해왔다. 학계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했고, 지구사회를 향한 집단성명을 여러 차례 발표해왔다. 국제사회도 역시 비슷한 시기부터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설립해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나섰고, 세계 기후·환경·생태 관련 시민단체, 지구적 연대를 모색하는 미래세대의 움직임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왜 위기와 재앙이 오히려 깊어지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기후 문제가 전 세계의 관심과 이목을 끈 것은 40여 년 전이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1985년 미 의회 청문회에서 ‘금성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급작스럽게 누적되면서 표면 온도가 약 450도에 이르는 행성으로 급변했다’고 증언했다. 3년 후 같은 자리에서 NASA 기후과학자 제임스 핸슨(James Hansen)은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산업활동에서 기인한 것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이 일어나게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당시 세계는 전환적 국면을 이끌지 못했다. 기후변화의 ‘진실’ 혹은 ‘거짓’ 공방만 지루하게 이어졌다.
조인원 이사장은 그 비극의 원인은 눈앞 욕망에 경도된 현실정치 문제, 이를 가능케 한 현대문명의 틀과 시민의식에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문명은 산업화와 성장경제의 구조적 틀 안에서 이익과 편익, 과도한 생산과 소비 패러다임을 만들어왔다. 시민의식도 그 패러다임에 부지불식간에 몰입했다. 그런 가운데 상황은 매우 빠르게 악화됐고, 지구 운명의 날, 종말의 날(Doomsday)을 말하는 것이 더는 이상하지 않은 시대에 이르렀다. 학자마다 입장은 다르다. 하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또는 2도 이상 높아지면 지구에서 벌어지는 극한의 기상이변이 가공할 속도와 규모, 빈도로 다가서게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후학자들이 사석에서 말하는 ‘기후 카지노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운이 없으면 기후재앙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국제사회는 ‘희망 또는 굴복’ ‘진화 또는 멸절’ ‘국제협력 또는 붕괴’를 말한다”고 설명한 그는 “이제 ‘종전의 방식대로(Business as Usual)’ ‘기성정치의 틀 안에서(Politics as Usual)’ 더 이상 희망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세상의 현실정치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 위기의 징후가 피부로 느껴지고 한 해 700만 명의 기후재앙 관련 희생자와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선 이를 넘어설 시민의식과 지구의식이 필요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개인과 타자, 사회와 자연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인간의 ‘인간적 시간과 공간 붕괴’가 운위되는 이 시점엔 그런 노력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생존·실존 위협 넘어 상생·공영하는 가치와 문화세계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
마지막으로 송 관장은 “우리가 왜 시급하게 ‘문명 전환’을 이뤄내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이야기해주셨는데, ‘문명 전환’이라는 문제의식은 경희학원의 설립 정신과 철학, 교육·학술·실천의 지향점과도 아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 현시점에서 경희학원의 설립 정신이 갖는 시대적 의미가 특별할 것 같다. 이에 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아울러 새해 구상과 화두, 기관 행정의 기조와 원칙, 구성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이사장은 “경희학원은 ‘전일사관(全一史觀)’과 ‘문화세계’에 대한 성찰과 창조의 전통을 이어왔다. 얽힘과 연결, 미시와 거시 세계의 전일성에 기반해 나와 타인, 사회와 세계, 자연과 문명의 연결에 관한 인식과 실천의 지평을 열어왔다. 인간의 인간을 위한 미래를 열어가는 집단 이성과 가치를 탐색해왔다. 경희학원 전통은 위기를 초래한 현대적 인식론 너머 세계를 재발견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생존과 실존의 위협을 넘어 함께 상생하고 공영할 수 있는 가치와 문화세계를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것이 경희의 전통이 주는 시대적 의미가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새해 구상과 관련해선 “이제 경희학원의 오랜 전통 위에 과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하면서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서로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위기의 규모가 유례없이 크고 긴급한 만큼 이를 대처하는 ‘기회의 창’도 더 크게 열려야 한다. 또 열릴 수 있다는 도전 의식을 가져야 한다. 평상시와 같이 기관의 탁월성 과업에 매진하면서, 시대의 위기가 요청하는 화두, ‘진실과 희망의 지평’을 찾아 나서는 일에 함께 노력하자”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앞선 영상에서 봤듯이 이 시대는 우리에게 또 다른 과업을 요구한다. 금기와 조롱의 대상이었던 UFO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지구상의 물리법칙을 뛰어넘는 이 현상은 현대문명이 만들어온 가설에 큰 변화가 필요한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다. 빌 넬슨 NASA 원장은 ‘저 밖에 누가 있는지’ ‘우리는 지구행성에서 어떻게 진화했고, 문명을 건설해왔는지’ 그리고 ‘우주가 복수로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까지 이야기한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 우주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시사하는 이런 현상들은 인류문명이 만들어온 사유체계를 크게 뒤흔든다. 우리는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교육과 학습, 연구와 실천의 기조를 새롭게 해야 한다. 성격은 다르지만, 미래세대와 미래 시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지구적 가치를 공유하는 경희학원의 각급 기관은 전환시대의 큰 기류와 함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래세대의 미래는 기성세대가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 삶과 미래를 둘러싼 위기의 실체가 무엇인지 탐색하고, 그 해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화두를 제시한 뒤 “모든 기관이 창의적인 상상력과 탁월성을 근거로 오늘을 성찰하고, 다가올 낯선 미래에 담대하게 도전하는 지구적 여정에 함께 노력을 기울이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교육, 연구, 실천, 의료 분야의 탁월성 추구를 축으로 개인과 사회, 세계와 미래에 기여하는 경희학원의 전통을 더욱 확장시켰으면 한다. 이를 위해 기관 행정은 넓고 깊은 안목과 미래를 내다보는 시야로 안정성, 역동성, 미래 지향성, 위기 시대에 걸맞은 책임성을 키우면서, 진실과 희망의 미래, 특히 미래세대의 미래를 위해 도전하는 노력을 기울이자”고 당부했다.
시무식은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온라인 합창(Virtual Choir)으로 부른 곡을 함께 감상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 곡은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지구적 난제를 함께 해결해나가자는 치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온라인 합창 ‘Bridge Over Troubled Water’ 유튜브 영상 보기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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