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류 문명을 위한 종교의 재발견
2021-12-08 연구/산학
종교시민문화연구소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 선정
종교생태담론, 시민생태문화, 국가생태정책으로 이어지는 ‘종교 협치’ 연구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인문 사회 분야 연구소의 특성화·전문화를 목적으로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선정된 연구소는 연구거점으로 국가·사회 문제에 대응할 연구 집단을 육성한다. 경희대학교에서는 아프리카연구센터, 종교시민문화연구소 등 두 개 연구소가 사업에 선정, 앞으로 6년간 연구를 수행한다. 이번에는 종교시민문화연구소 소장 송재룡 사회학과 교수와 연구책임자 서동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를 만나 사업 운영 현황과 목표를 들었다.<편집자 주>
지구 문명이 생태적으로 긴급한 상황을 마주했다. 코로나19 확산, 기후위기 등 문제가 전 지구를 덮쳤다. 문제가 복합적이기에 해결책도 융합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종교단체를 포함하는 시민사회 간의 협치가 중요해졌다. 이런 사회적 변화의 역동적 관계를 다학제적으로 분석하고 글로벌 시대 한국시민문화의 정신적 토대를 구축하고자 ‘종교시민문화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설립됐다.
연구소는 최근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주제는 ‘포스트팬데믹시대 종교거버넌스 패러다임 연구: 종교 생태담론을 중심으로’다. 앞으로 6년간 20억 원을 지원받아 연구를 진행한다.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종교의 생태담론 입장을 밝히고, 시민사회의 생태문화와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또한 이를 제도적으로 국가 생태정책에 반영할 방안까지 탐색한다.
‘종교거버넌스 패러다임’으로 ‘종교 생태담론’ 분석해 동아시아 연구거점으로 성장
연구소는 지난 4년간 한국·중국·일본의 종교적 토착화 및 한국 종교정책에 관한 전문 저서 5권을 출판했다. 또, 매년 2회 발간하는 영문학술지 <Asian Journal of Religion and Society>가 2018년에 KCI 등재후보지로, 2020년에는 KCI 등재지로 선정되면서 학술지의 국제화를 위한 기초도 마련했다. 종교 정책적으로는 국가생명윤리정책원과 협약을 체결해 시민 주도적 생태시민문화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햇수로 5년 차인 신생 연구소지만 외부 활동도 활발히 진행해 왔다. 동아시아종교사회학회(East Asian Society for the Scientific Study of Religion, 이하 EASSSR) 창립 멤버이자 2대 회장인 송 교수는 연구소를 EASSSR 본부사무소로 정하고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ASSSR은 동아시아 사회에서 종교적 다양성과 사회적 변화 문제를 사회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서구 문명과 다른 동아시아 종교의 문화적 중요성(significance)을 발견하고자 설립됐다.
EASSSR의 학문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연구소 설립이 국제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송 교수는 “동아시아 종교의 이론적·실천적 연구는 미국·유럽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한국·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맥락에서 이해하는 역할이다”라며 “이번 연구는 기독교뿐 아니라 유교·불도·도교(이하 유불도) 등 동아시아 종교 전통에 적합한 생명 존중 문화를 정책적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계별 연구소 발전계획 세워 연구 주제 심층 분석
동아시아 유불도 전통과 서구 기독교 전통은 서로 다른 시민문화의 발전을 겪으며 성장했다. 연구소는 서로 다른 종교거버넌스 패러다임을 2단계로 나눠 종합적으로 통찰한다. 송 교수는 “우선, 한국 시민사회의 세속성과 종교성을 객관적으로 조사해 분석하고, 종교가 어떻게 도덕적·윤리적으로 세속의 현대시민사회를 지지하며 제어하고 있는지 연구할 예정이다”라며 “이는 철학자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와 종교사회학자 로버트 벨라(Robert N. Bellah)의 ‘시민종교’ 개념을 한국적으로 재정립하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계획은 한국의 종교거버넌스 담론을 미국·유럽과 다른 동아시아 담론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서 교수는 “EASSSR을 통해 중국·대만·일본 학자들과 국제적 비교연구를 기획하고, 종교거버넌스가 동아시아 시민사회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탐구할 예정이다”라며 “동서양 주요 국가를 포함하는 글로벌 비교연구도 추진해 현대문명을 지탱하는 도덕성의 수준과 정체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를 파악하는 내용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경희 창학이념 ‘문화세계 창조’, ‘세계평화 증진’에 발맞춰 실천적으로 기여할 것”
연구소는 시민사회의 발전을 지원하고 선도하는 종교거버넌스 거점 연구소로 발전할 계획을 세웠다. 해외연구소와 지속해 교류할 수 있는 국제적 종교거버넌스 연구소로 성장시키려는 목표도 있다. 송 교수는 “성장을 통해 한국 사회가 직면한 환경·생태위기 문제에 사회적 합의와 소통을 만들어내 종교담론의 공공성과 시민적 연대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적 연대 강화를 위해 연구소는 시민주도형 또는 시민참여형 종교거버넌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그 첫번째 시도로 공공도서관인 서울도서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공동으로 시민문화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시민의 생태의식과 종교적 인식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 교수는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준비는 마쳤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내년 2월에 유불도 등 세계 종교와 관련한 내용으로 9번에 걸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송 교수는 이번 연구를 진행하는 데 학교의 도움이 컸다고 전했다. 그는 “경희대가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연구소 중심의 연구인프라를 구축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학과 중심의 폐쇄적 전공 교육을 지양하고 후마니타스교육과 전공을 연계한 개방형 교육을 추구하고 있는 것도 연구소의 연구 방향과 잘 맞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한국의 종교거버넌스와 생태담론>을 주제로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과목을 개설하고, 사회학과나 정치외교학과 같은 관련 학과의 대학원 과정에서 종교거버넌스 관련 세미나와 논문지도를 병행할 계획이다.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과 경희대 평생교육원 시민대학에서 <종교거버넌스와 생태담론> 시민교육 강좌를 운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또, 종교거버넌스에 관심이 있는 종교단체와 연계해 세미나와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종교단체·정부·시민단체 및 학계 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시민사회가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종교거버넌스 제도화 필요
이번 연구의 최종 목표는 전환 문명 시대에서 생태적 시민사회를 지향하는 종교(영성)의 전일적(holistic) 통합 거버넌스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현대 시민사회의 생태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책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거버넌스 개념으로 탐구한다. 동아시아 공동체 목표를 달성하고자 종교거버넌스를 통해 정책의 입안·결정·집행 등 전 과정에서 종교단체의 참여 양성과 제도화 방법도 연구할 계획이다.
송 교수는 “대다수 연구에서 종교가 정책적·이론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설명되곤 한다”며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사적영역으로 치부돼 종교사회학이나 정치철학에서 하나의 정책자원으로 정당하게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헌법상 국가와 종교의 분리가 명시된 한국의 경우, 종교는 규범 영역에 머물렀고 국가는 종교 문제에 대해 정책적 중립을 유지해야 했다”며 “지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인구의 약 46%가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종교적 사유체계가 사회생태적 차원과 연관돼 인식되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 개신교, 유불도 등을 중심으로 각각 종교 전통을 해석해 규명하는 국내외 연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다양한 종교 생태담론과 관련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시민사회의 질적 변화에 필요한 생태적 종교 정책담론이 개발돼야 하는 이유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하는 종교거버넌스 개념은 향후 유불도 전통을 공유하는 동아시아적 종교 생태정책 발전에 중요한 개념적 기초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지구적 차원에서 인류문명 고민하는 전일적 통찰, 종교의 재발견 될 것”
연구소가 지향하는 연구 방향은 ‘거대한 전환’이다. 송 교수는 “학교가 추구하는 문화세계의 창조, 세계 평화, 문명적 전환, 우주적 질서 등의 서사가 우리 연구소의 연구 목적에도 반향돼 있다”며 “그동안 사회가 요구해 온 거대 전환은 결코 현실 정치 및 기업 영역 등에서 이뤄내지 못했다. 결국은 종교(영성)가 이에 대한 대안적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간 실존은 종교 또는 영성 차원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며 “지구문명이 처한 생태적 위기 상황 속에서 종교가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새롭게 통찰할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이번 연구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참고자료로 이용될 수 있을 거로 전망했다. 그는 “헌법 정신을 위반하지 않는 방식으로 종교 거버넌스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선구적으로 탐구하는 연구가 될 것이다”라며 “향후 현대시민사회에서 종교의 개인적·사회적·국가적 역할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참고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한국 문화 전통에 맞는 정책과 입법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시민사회의 법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글 손은주 eve@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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