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김영동 교수, 세계 반도체물리위원회의 리더가 되다
2021-11-29 연구/산학
한국인 최초 IUPAP 반도체물리위원회 위원장 선출, 3년간 세계 반도체물리학 대표해
“인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반도체물리 학계의 연구성과, 인류 발전 위해 노력할 것”
김영동 물리학과 교수가 지난 10월 22일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물리학 국제기구인 ‘국제순수·응용물리학연맹(International Union of Pure and Applied Physics, 이하 IUPAP)’의 반도체물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김 교수는 오는 12월까지 인수인계를 받은 후 2022년부터 3년 동안 세계 반도체물리학을 대표하는 자리를 맡는다.
IUPAP는 물리학의 국제협력과 과학의 세계적 발전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국제 조직으로 입자물리, 통계물리, 응집물리, 자성물리, 저온물리, 생물물리 등의 다양한 분과위원회를 두고 있다. 김 교수는 이 중에서 반도체물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선출돼 IUPAP 본부 회의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반도체물리의 지속 발전과 인류공헌 추구할 것”
IUPAP 반도체물리위원회는 전 세계 반도체물리 분야를 대표하는 14명의 학자로 구성돼 있다. 반도체물리학의 발전 및 학자 간의 교류를 돕고, 2년마다 진행되는 관련 분야의 학술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관리한다. 또, 젊은 반도체물리학자를 선발해 수상하고, 여성 물리학자를 발굴하는 등의 인재 양성에도 힘쓰는 단체다. 김 교수는 “물리는 우주와 자연의 이치를 발견해 인간이 그것을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게 연구하는 학문이다”라며 “IUPAP 반도체물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반도체물리학이 인류의 발전에 더 공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출 소감을 밝혔다.
김 교수는 반도체물리학자로 반도체분광학과 응집물리학 실험이 주된 연구 분야였다. 지난 2006년 국가지정연구실(NRL)로 지정된 ‘경희대 나노 광물성 연구실’에서 나노구조체의 비파괴분석법을 개발해왔다. 교내에서는 연구처장과 산학협력단장으로 일했고, 이과대학 학장직도 맡은 바 있다. 연구의 탁월성을 인정받아 2009년에는 경희 Fellow 교수로 선정됐다. 2014년도부터는 IUPAP 반도체물리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총무로도 일했다. 2015년도에는 투명디스플레이에 사용 가능한 초박막 다이오드 개발에 참여해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을 게재했다.
김 교수는 한국물리학회 반도체물리 분과에서 활동하고 응용물리 분과의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한국물리학회는 내년에 70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국내 정상의 학회다. 김 교수는 “한국물리학회가 7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간 국제 교류를 위해 미국·일본 등의 물리학회와 교류 협정을 체결했고, 국제 기구인 IUPAP, AAPPS, APCTP 등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물리학회 국제교류위원장도 맡아 각종 국제학술대회를 조직해 한국 물리학자의 위상을 높여 왔다.
한국 물리학 세계 상위 수준 되려면, 과학 외교 병행해야
국내에서 연구와 학회 활동을 해온 김 교수는 “솔직히 나이 40이 넘어서야 IUPAP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세계는 넓지만, 우리는 여전히 세계를 잘 모르고 살고 있다. 우수한 수준의 한국 물리학이 아직 세계 상위 수준에 오르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라며 “문화예술계가 좋은 예시다. 가수 BTS, 영화 <기생충>, <미나리> 등이 해외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며 K-컬쳐가 국제 수준으로 올라섰듯이 과학계도 과학 외교 분야에 힘쓸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물리학 분야의 과학 외교는 김 교수가 한국물리학회에서 ‘IUPAP 위원회’를 조직한 게 시작이 됐다. 그는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가가 과학 외교를 담당한다. 하지만 한국물리학회에서는 IUPAP 위원회가 국제교류위원회 산하의 소위원회인 상황이다”라며 “과학 외교가 개인의 역량에 좌우되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도 이제는 선진국처럼 과학 외교를 담당하는 정부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IUPAP 반도체물리위원회 위원장이란 직책은 김 교수 개인에게도 큰 부담이다. 그에게 위원장 직책은 공직과도 같다. 국제 과학계에서 한국의 얼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목표도 생겼다. 세계 연구계에 한국 물리학 연구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다. 그는 ‘나 스스로부터 한반도의 한계를 넘자’고 다짐했다. 김 교수는 뒤늦게 해외로 시선을 돌렸지만, 적극적으로 세계를 배우고 있다. 그는 “한국물리학회를 대표해 2014년에 처음으로 IUPAP 총회에 참가했다. 이 첫걸음이 한국인 최초로 IUPAP 본부 회의에 들어가는 여정의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이런 활동은 한국물리학회에도 역사적인 일이다.
“산학협력과 국제협력으로 한국 반도체물리 발전 이끌겠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 문화를 여러 번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반도체는 우주산업과 AI, 태양전지, 자동차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로 시작된 비대면 사회에서 AI 시장은 확대됐고, 동시에 반도체 기술에 대한 관심도 세계적으로 커졌다. 김 교수는 반도체 기술의 성장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현실화된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에 AI 기술이 더해질 예정이다. 김 교수는 “하지만 아직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 상태다. 국내 반도체물리 학자와 관련 기업 등의 산학협력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더 발전해서 세계 시장을 선도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어 그는 “한국물리학회에서 응용물리 분과를 4년 만에 거의 두 배 규모로 키운 것처럼, 이번 과학 외교 기회를 통해 한국의 반도체물리 위상을 높여 보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물꼬를 튼 과학 외교 분야에는 연구실적만큼 국제 교류에 열려있는 연구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최석호 응용물리학과 교수도 호주 학자들과 긴밀한 국제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여름에 진행되는 ‘세계반도체물리학술대회’에서 최 교수가 현재까지는 유일한 한국인 초청강연자로 선발됐다”고 소식을 알렸다. 경희의 물리학, 더 나아가 한국 물리학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 손은주 eve@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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