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젊은 대륙 ‘아프리카’는 청춘이다
2021-11-22 연구/산학
외국어대학 아프리카연구센터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 선정
국내 유일 인문학 기반 아프리카 연구기관·데이터와 해외 네트워크가 장점
“아프리카에 존재하는 무궁무진한 기회를 잡길”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인문 사회 분야 연구소의 특성화·전문화를 목적으로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선정된 연구소는 연구거점으로 국가·사회 문제에 대응할 연구 집단을 육성한다. 경희대학교에서는 아프리카연구센터, 종교시민문화연구소 등 두 개 연구소가 사업에 선정, 앞으로 6년간 연구를 수행한다. 첫 순서로 아프리카연구센터 홍명희 교수를 만나 사업 운영 현황과 목표를 들었다. <편집자 주>
2009년 지역연구원 산하 연구소로 설립된 외국어대학 아프리카연구센터는 2013년 경희대학교 부설 연구소로 재출범했다. 이후 여러 연구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우수 연구소로 학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 연구책임자인 프랑스어학과 홍명희 교수는 “사업 선정으로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활용해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선정 소감을 밝혔다.
기존의 국내 아프리카 연구는 경제협력을 목표로 정부와 기업체가 주도했다. 자연히 경제 자료 외에 아프리카 대륙의 문화, 인문학, 민간 학술 연구는 관심 밖에 머물렀다. 홍명희 교수는 “아프리카연구센터는 국내 유일 인문학 기반 아프리카 연구기관”이라며 “향후 10년 이내 아프리카 국가와 많은 교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프리카연구센터는 그때를 대비해 필요한 기초 자료를 수집·연구하고 있다.
양극화된 관점 넘어 아프리카의 주체성 조망
아프리카연구센터는 10년 이상의 긴 전통에 걸맞게 많은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문화 관련 데이터의 양은 국내 최고 수준이며 주축 연구진이 프랑스어학과 출신이라는 점 역시 경쟁력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절반 수준인 27개 국가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국가들을 ‘아프리칸 프랑코포니’라고 부른다. 다른 아프리카 연구팀은 언어 문제로 아프리칸 프랑코포니 국가 연구에 제약이 있지만, 아프리카연구센터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실제로 아프리카연구센터는 아프리카 7개국에 직접 방문해 현지 연구팀과 교류하며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 결과로 세네갈 다카르 대학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홍명희 교수는 “10년 넘는 세월 동안 축적한 연구실적과 데이터,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실전적 연구가 연구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아프리카를 분석할 때는 ‘식민주의’를 그 도구로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 서구와 비서구와 같이 양극화된 관점으로 아프리카를 해석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연구센터는 ‘트랜스 아프리카 : 현대 아프리카 문화의 역동성과 주체성’을 주제로 고정관념을 극복하려 한다.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 트랜스에스닉(Trans-Ethnic), 트랜스컬쳐(Trans-Culture) 등 트랜스는 ‘국가, 민족, 문화적 경계를 벗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홍명희 교수는 “트랜스는 현시대를 고찰하는 주요 담론에 빼놓을 수 없다. 트랜스의 의미를 가장 잘 담은 곳이 아프리카”라며 “대륙과 민족의 경계를 넘어 문화의 주체로 아프리카가 세계 속에 일으키는 변화를 담고 싶다”며 바람을 나타냈다.
아프리카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줄일 방법 모색
지난 2020년 ‘아프리카 인구 약 13억 명 중 70%가 30세 이하’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아프리카연구센터는 아프리카의 젊은 계층에 주목했고 그 속에서 문화적 주체성을 발견했다. 홍명희 교수는 “젊은 세대는 기존 세대와 달리 과거 부채 의식에서 벗어나 있다. 또한 이들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 새로운 기술을 쉽게 수용한다. 타자의 문화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해 고유의 콘텐츠를 재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아프리카의 한 영상예술가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토착 종교와 관련지어 재해석한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영상을 통해 익살스러우면서도 신랄하게 부패한 이들을 비판했다. 홍명희 교수는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 아프리카의 젊은 세대는 유행에 밝고 진취적이며 고유문화에 대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과제로 아프리카연구센터는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 파트너십 구축에 매진할 계획이다. 아프리카는 ‘가장 젊은 대륙’이라는 별칭답게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유럽, 중국, 일본 등 국제사회도 아프리카를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으로 바라보고 발 빠르게 투자를 늘리며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낮은 이해와 심리적 거리감으로 아프리카 진출에 소극적이다. 아프리카연구센터는 아프리카 이해도를 높이고 거리감을 줄일 정책도 제안할 계획이다.
아프리카연구센터는 정책적 방안으로 문화산업에 주목했다. 나이지리아는 미국, 인도에 버금가는 영화 산업의 중심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렇듯 잠재력이 높은 아프리카 문화시장에 한국이 문화 콘텐츠 개발 방법을 지원할 수 있다. 아프리카가 가진 고유한 문화자원을 개발해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홍명희 교수는 “다양한 문화연구와 네트워크 구축은 한국과 아프리카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나아가 경제적, 문화적 결합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속 연구 세대 양성 역시 아프리카연구센터의 주요 과제이다. 미래 잠재성이 매우 큰 아프리카지만 지역 전문가는 적은 상황이다. 홍명희 교수는 “아프리카연구센터에 9명의 학부생 연구보조원이 있다. 여건이 허락하면 아프리카를 방문할 때, 이들과 함께 갈 예정이다. 아프리카를 직접 느끼고 경험하는 현장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교육과정을 일부 보완해 아프리카 이해를 높일 과목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궁무진한 기회가 존재하는 아프리카, 젊은 세대가 기회를 잡길”
홍명희 교수는 아프리카에 대한 대중 인식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17년 아프리카연구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학생 20%만이 아프리카에 진출할 기회가 생기면 참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홍명희 교수는 “대중이 아프리카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례”라면서 “아프리카는 다양한 민족, 문화의 복합체로 수많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빈민, 기아와 같은 단면적인 이미지만 떠올리면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가 민주화를 이루고 있고, 경제도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홍명희 교수는 “경제적으로 많은 가치와 기회를 지니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관심을 기울여 기회를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연구센터의 단기적 목표는 ‘국내 아프리카 연구 허브로 도약’이고 장기적 목표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아프리카 연구기관으로 성장’이다. 아프리카연구센터는 단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 아프리카 연구 현황을 교류하며 학제 간 아프리카 연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홍명희 교수는 “정부 기관, 대학연구소, 개인 연구자로 나뉘었던 아프리카 연구 주체를 연결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해외에 진출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겠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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