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전일적 세계관, 현대적 사유와 실천의 난제 풀어가는 대안”
2021-09-30 교류/실천
제40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 기념식
‘전환문명의 전위,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주제로 9월 17일 개막···12월 17일까지 네 차례 시리즈 대담
미래세대와 지식인, 지속 가능한 미래 위해 우주적 차원의 의식 전환 강조
제40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 기념 ‘Peace BAR Festival’이 지난 9월 17일(금) 개막했다. 유엔은 매년 9월 21일을 ‘세계평화의 날’로 선포해 평화의 이상을 기념·고양하도록 한다. 전 세계 모든 유엔 회원국, 유엔과 산하 기관 및 기구, NGO, 대학 등은 매년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경희는 매년 세계평화의 날 즈음에 Peace BAR Festival(이하 PBF)을 개최해 정신적으로 아름답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며 인간적으로 보람 있는(spiritually Beautiful, materially Affluent, humanly Rewarding) 지구공동사회가 구현되는 미래문명의 길을 모색한다. 올해는 ‘전환문명의 전위,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No Time to Lose: A Quest for Immediate Action for Planetary Crisis)’를 주제로 인류사회의 어제와 오늘을 성찰하고, 다가올 미래, 문명사적 붕괴 가능성에 대처할 사유와 실천의 지평을 찾아 나섰다.
올해 PBF는 9월 17일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과 어빈 라즐로(Ervin László) 부다페스트클럽 설립자 겸 회장 대담을 시작으로, 12월 17일까지 네 차례 시리즈 대담이 이어진다. 행사는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하며, 기념식과 대담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했다. 기념식은 △세계평화의 날 경과보고 △조인원 학교법인 경희학원 이사장의 기념사 △미래세대 목소리 △기념시 낭송 △어빈 라즐로 부다페스트클럽 설립자 겸 회장의 기조연설 △축하 음악 순으로 진행됐다.
조인원 이사장, “인간 실존을 위한 지구적 공론의 장과 대안 모색 적극 펼쳐야”
조인원 이사장은 “축의 변동, 전환의 미래”라는 주제의 기념사를 통해 “인간의 생존 자체가 스스로 불러온 위기 앞에 크게 흔들리는 지금, 인간 실존과 행동의 축이 현대사회의 현실정치를 넘어 세계의식, 미래를 위한 책임정치로 이동하고 있다. 그 이행을 위한 지구적 공론의 장과 대안 모색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때 우리는 희망의 또 다른 지평을 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기념사 서두에 유엔이 40년 전 ‘세계평화의 날’과 ‘세계평화의 해(1986년)’를 제정한 이후, 미·소 양국의 합의로 이뤄진 동서 화해의 기류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당시 ‘얽힘과 중첩’ ‘상호연결’의 세계를 말하는 ‘양자역학’에 대한 정치진영의 이해가 몇 차례 연설에서 강조됐다. 그러나 희망의 불씨는 머지않아 사라질 운명을 맞았다. 오랜 갈등과 대립의 역사적 관성에 묻힌 ‘전환적 세계관’의 씨앗은 새로운 정신과 가치의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또다시 배회하게 됐다”고 평가한 조 이사장은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강경한 표현처럼 ‘굴복(surrender), 아니면 희망(hope)’이라는 절박한 선택지를 받아 든 지금은 40년 전에 만들어낸 그 희망의 가능성을 현실로 전환해내야 한다. 마주한 위기의 긴박성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의식과 실천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이를 위해 “‘과거 방식대로(business-as-usual)’를 넘어 시대전환의 새 활로를 찾아 나서는 일과 새로운 의식, 협력의 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의 조건을 이어가려는 ‘생명정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학계와 국제사회는 길게는 100여 년, 짧게는 30여 년 전부터 현대문명의 파괴적 기술 확산과 환경·생태·기후체계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그러나 인류는 그 경고를 절실히 다루지 않았다”면서 현대화·산업화에 따른 성장과 팽창의 틀 안에서 작동해 온 사회심리와 행동 기저, 현대사회 국가·정치의 이념과 문화, 규범과 관행에 따른 생활을 이어가는 한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밝힌 뒤, “우리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근저를 살펴봐야 한다. 그 근저를 관리해야 할 기성정치가 문제해결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개인과 시민사회가 또 다른 인식의 활로를 찾아 나서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길 찾기는 “개인의 표현과 현현(顯現), 생명과 안전을 이어갈 수 있는 ‘내면의 인간적 혁명’을 이루어가는 일이 출발점”이라고 제시한 조 이사장은 “세상 모든 것의 초연결성을 인식하는 ‘전일적 세계관’이 현대적 사유와 실천의 난제를 풀어가는 대안일 수 있다. 그런 세계의식을 기반으로 ‘우주적 감수성’ ‘의지와 실천의 지도성’을 찾아가려는 노력과 함께 주어진 인류의 책임을 다하는 일이 ‘지구적 재난의 시대’ ‘아주 큰 전환의 시대’에 주어진 책무다. 개인과 지구적 집단지성을 통해 문명사적 재앙의 가능성에 대처하는 ‘책임정치’의 성과를 미래세대에 남겨줘야 한다. 미래를 미래세대에 돌려주는 일. 그 일이 이 시대, 기성사회의 책무다”라고 밝혔다.
▶ 조인원 이사장 기념사 “축의 변동, 전환의 미래” 전문보기
어빈 라즐로 박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 기회가 있다”
기조연설에 나선 어빈 라즐로 박사도 현재 직면한 위기 속에서도 변화의 기회와 희망을 찾아 나섰다. 라즐로 박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No Time to Lose)’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변화는 재앙의 서막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는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지, 아니면 더 큰 위기와 혼란으로 빠져들도록 내버려 둘지 선택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함께 힘을 모아 건설적인 변화에 나서야 한다. 변화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즐로 박사는 “전례 없는 비상사태에 직면한 인류사회는 문명 붕괴를 막기 위해 삶의 방식을 바꿔 전혀 새로운 차원의 글로벌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그로 할렘 브룬틀란(Gro Harlem Brundtland) 전 노르웨이 총리 겸 세계환경개발위원회 위원장의 경고와 “역사적으로 에너지가 한 곳으로 집중되고 사회적 기회가 더 많아지고 예언적 기대가 급증할 때가 있었는데, 지금도 큰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는 사회발전론 연구자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의 말을 인용하며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라즐로 박사는 “지금은 전례 없는 비상사태이며 우리는 이에 맞서 대응해야 한다”면서 “현 위기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빠르게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인류 개인의 생존은 물론 문명 전체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오늘날의 위기는 전염병, 기후변화, 테러, 근시안적 정치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 방식 문제”라고 진단한 뒤, “문제해결의 실마리 역시 우리 안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우주가 그 능력과 힘을 줬고, 우리 몸의 세포에 내재돼 있다. 그 힘은 인간이 자연생태계, 사회, 지구, 우주의 일원이며, 모두 서로 연결되도록 해준다”면서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해 조화를 이루는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협력을 잘하는 사람이 생존, 번영할 수 있다. 이를 인정해 함께 생존하고 번영하는 진화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점점 더 심화되는 위기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는 우리의 인식과 가치, 열망과 행동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라즐로 박사는 기조연설에서 “미래는 우리의 인식과 가치, 열망과 행동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개인과 집단의 안녕과 생존을 위해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지적하면서 “현 시스템에서 많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시스템이 변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 라즐로 박사는 “다행스럽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과는 다른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리 모두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의식을 갖고 행동하면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의식을 확산할 수 있는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도 갖고 있다. 보다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인간적인 세계로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라즐로 박사는 “이제 더는 허비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PBF와 같은 자리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위기를 초래한 책임 의식을 갖고,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은 큰 위기인 동시에 큰 기회”라며 기조연설을 마무리했다.
▶ 어빈 라즐로 박사 기조연설 'No Time to Lose' 전문보기
미래세대, “기후변화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기념식에서는 기후변화와 지구의 위기에 대한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담은 “우리가 살 미래” 영상을 공유했다. 기성세대의 각성을 요청한 미래세대들은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말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손서연 학생(대원외국어고등학교 2학년)은 “‘거대한 위기 앞에서 나 하나의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내 노력을 의심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늦었다고 해서 실천을 포기해 버리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생각이다. 늦었다고 생각한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낭송한 기념시는 미래세대가 요청하는 실천을 가능케 하는 사유 방법뿐만 아니라 좌표를 상실한 현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혜안을 제시했다. 기념시는 세계평화의 날 제정을 최초로 제안한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가 쓴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땅을 보라」였다. 이 시는 우주의 기원을 향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창조적 사유의 여정을 통해 끝없이 흐르는 영원한 순간의 인간을 성찰하고 우주의 현상과 본질, 삶의 가치를 관조하면서 나와 세계, 대자연의 전일적 사유의 존재 이유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전 비틀즈 멤버 링고 스타(Ringo Starr)가 지난 2016년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발표한 헌정곡 ‘Now The Time Has Come’을 감상하며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 곡에는 단 하루만이라도 지구 시민들이 모두 한 마음이 돼 전쟁과 파괴를 멈추고 평화와 사랑을 실현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경희학원은 올해 세계평화의 날 40주년을 맞아 12월 17일까지 네 차례의 PBF 시리즈 대담을 계속해 세계 석학과 함께 문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인류 공통의 미래를 위한 지구적 거버넌스 창출을 제안한다. 학원 안으로는 글로벌·공공협력 의제들을 기획·실행하는 범 경희 미래평화사업 플랫폼을 구축한다. 대학과 사이버대학, 의료기관, 병설학교를 아우르는 ‘미원평화학술원’ 체제를 출범해 더 나은 지구문명의 전환설계를 위한 여정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 PBF 첫 번째 시리즈 대담은 다음 기사에서 계속됩니다. 관련 영상은 향후 Peace BAR Festival 행사 홈페이지(http://pbf.khu.ac.kr)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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