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꿈의 물질’ 그래핀, 딥러닝으로 찾는다

2021-08-16 연구/산학

컴퓨터공학과 배성호 교수와 소프트웨어융합학과 신휘명 학생이 세계적인 석학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을 찾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신휘명 학생, 배성호 교수

컴퓨터공학과 배성호 교수·소프트웨어융합학과 신휘명 학생 세계적인 석학과 공동연구
딥러닝 네트워크로 그래핀 찾는 알고리즘 개발해
“그래핀 추출 시간 단축, 기술이 개선되면 그래핀 실용화를 더욱 앞당길 것”

2차원 물질은 3차원 물질과 같이 두꺼운 구조가 아닌, 원자가 평면을 이루고 있는 매우 얇은 구조를 지녔다. 2차원 물질은 같은 원자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물질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다. 대표적인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은 흑연, 다이아몬드와 같이 탄소로만 이뤄진 탄소 동소체다. 같은 탄소 동소체여도 흑연, 다이아몬드, 그래핀은 구조에 따라 모두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핀은 강한 강도와 뛰어난 탄성, 높은 열전도율로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는 ‘꿈의 물질’로 불린다.

학계에서는 2차원 물질을 이용해 새로운 물리적 특성을 발견하거나 2차원 물질을 결합해 유용한 특성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산업계에서는 2차원 물질을 활용해 반도체, 태양광 등 신소재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2차원 물질은 많은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생산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숙달된 연구자만 추출 가능한 그래핀, 효율적인 시스템 절실
컴퓨터공학과 배성호 교수와 신휘명(소프트웨어융합학과 18학번) 학생이 하버드 대학 김필립 교수, 미국 브룩헤이븐 국가연구소 신영재 박사와 ‘2차원 물질을 좀 더 쉽게 생산하자’는 목표 아래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차원 물질을 구분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설계해 2차원 물질 생산과정을 자동화시켰다. 논문은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2D Material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그래핀을 대상으로 딥러닝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기존에는 탄소 덩어리에서 테이프를 이용해 그래핀을 추출한다. 이 방법은 그래핀이 무작위로 생성되고 주위에 오염 물질이 섞여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그래핀이 나올 때까지 추출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그래핀은 매우 얇아 현미경을 이용해 찾아야 한다. 이때 그래핀과 현미경 뒷배경이 잘 구분되지 않고, 빛의 세기에 따라 뚜렷함이 달라져 숙달된 연구자만이 그래핀을 추출할 수 있었다. 배성호 교수는 “원하는 모양의 그래핀을 추출하기까지 꼬박 하루 이상의 시간이 소모되는 일이 빈번했고, 고급 인력이 단순 반복 작업에 투입돼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배성호 교수는 “숙달된 인력만이 추출 가능한 구조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동화된 딥러닝 네트워크로 시간 단축, 다른 2차원 물질에도 적용 가능해”
일정하지 않은 그래핀의 질과 다양한 변수는 그래핀 생산 자동화를 막는 요소였다. 연구팀은 조명의 색과 세기, 렌즈의 종류, 그래핀의 크기 등 다양한 정보를 딥러닝 네트워크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현미경이 물체를 스캔하면 약 1,000개의 그래핀 이미지를 학습한 딥러닝 네트워크가 물체를 판별한다. 작업 소요 시간은 5시간 정도로 연구원이 종일 반복 추출하던 과거에 비해 많은 시간을 단축했다. 신휘명 학생은 “숙달된 인력만 수행할 수 있던 일을 자동화시켰다. 이로 인해 연구자는 연구에 몰입할 수 있다. 컴퓨터 성능이 좋아지면 작업 시간도 단축할 수 있어 후속 연구 개선에 따라 그래핀 실용화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딥러닝 네트워크는 그래핀 외에 다른 2차원 물질을 찾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어 이목을 끈다. 연구팀은 딥러닝 네트워크의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해 2차원 물질인 ‘hBN’ 발굴에도 활용했다. hBN은 그래핀보다 희귀해 데이터가 적었음에도 그래핀 추출 알고리즘이 hBN 추출에도 유의미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배성호 교수는 “이 실험을 통해 딥러닝 네트워크가 다양한 2차원 물질을 찾기 위한 핵심 기술이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라고 강조했다.

“자율적이면서도 능동적인 연구환경이 인상적·딥러닝 기초 기술 확보하는 것이 목표”
이번 연구는 배성호 교수의 개인적인 연을 계기로 진행했다. 배 교수는 “박사 후 연구원으로 미국에 있었을 때 김필립 교수와 신영재 박사를 만났다. 당시 재료과학 분야에 사람이 수동으로 하는 일이 많아 인공지능으로 해결하자고 약속했다”며 “2017년 경희대 부임 이후 당시 약속을 지켜 공동연구를 진행했고 좋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신휘명 학생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주관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사업의 지원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2019년 당시 1학년이던 신휘명 학생은 이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던 인턴십에 선정돼 하버드 대학에 방문해 연구했다. 신휘명 학생은 “1학년 때 큰 프로젝트에 참여해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어 “세계적인 석학과 협업하며 지도를 받았다. 특히 자율적이면서도 능동적인 연구환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환경의 영향을 받아 더욱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폰에 딥러닝 기술이 적용되며 일상을 바꾸고 있다. 배성호 교수는 딥러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현재 딥러닝은 데이터와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는 문제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량화, 최적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초 기술을 확보해 딥러닝 기술의 진보를 이루고 싶다”라고 말했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 많이 본 기사

  • 멀티미디어

    • 개강 맞은 캠퍼스

      개강 맞은 캠퍼스

      2024-03-19

      More
    • 2024학년도 입학식

      2024학년도 입학식

      2024-03-05

      More
  • 신간

    •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

      2024-03-27

      More

      아픈 마음과 이별하고 나와 소중한 이를 살리는 법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

    •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2024-02-28

      More

      2024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지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