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탄소중립을 위한 여정, 세계 곳곳에서 머리 맞대

2021-08-13 교류/실천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2021 기후에너지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토론은 환경 전문가 패널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캠퍼스 행복기숙사 오픈랩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마이클 그럽 교수(영국 런던대학교), 토시 아리무라 교수(일본 와세다대학교), 홍이슬 분석가(세계은행)는 화상으로 토론에 참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오형나 교수(경희대학교 국제학과), 이창훈 박사(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오일영 과장(환경부 기후전략과).

세계 환경의 날 기념 ‘2021 기후에너지 정책 세미나’ 개최(2) 토론
학계·정부·국제기구 관계자 패널로 참석해 탄소중립 위한 과제와 재정투입 상황 등 논의

미래문명원이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해 ‘2021 기후에너지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경희는 지난해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진행된 ‘2020 Peace BAR Fastival’ 국제 회의에서 팬데믹과 기후위기 속에서 미래 세대와 함께 나아갈 방향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국내외 기후에너지 정책 전문가와 함께 전 지구적 위기에 대해 더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각국이 펼치고 있는 정책의 방향은 어떠한지 등이 주제였다. 이번이 두 번째 기사로 특강 이후 진행된 토론의 내용을 담았다. 토론에는 학계·정부·국제기구의 관계자가 패널로 참여해 탄소중립을 위한 과제와 재정투입 상황 등을 논의했다.<편집자 주>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논의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경희도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2021 기후에너지 정책 세미나’를 개최해, 기후에너지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세미나 마지막 순서인 토론은 유튜브에서 생중계됐으며, 경희대 국제학과 오형나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토론 패널에는 영국 런던대학교 마이클 그럽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교 토시 아리무라 교수, 세계은행 에너지 기후금융 전문가 홍이슬 분석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창훈 박사, 환경부 오일영 기후전략과장 등이 참여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200여 명의 학생과 시민이 온라인상에서 이들의 토론을 지켜봤다.

토론은 오 교수 질문을 시작으로 사전에 받은 학생·시민 질문에 대한 논의까지 진행됐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과제는 무엇이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충분한 재원이 투입되고 있는지 등이 의제였다. 더 나아가 탄소중립을 위한 계획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학생·시민은 대학과 일반 대중이 탄소중립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현재의 편리함을 유지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 등을 질문했다. 패널로 참여한 학계·정부·국제기구 관계자 등 환경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섰다.

오 교수는 토론 첫 순서로 패널들에게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를 물었다. 이창훈 박사와 오일영 과장은 패널들과 화상으로 마주하며 탄소중립을 위한 논의에 참여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탄소중립의 대표적 과제로 비용 문제를 들었다. 재생에너지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지만, ‘탄소배출 없는 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없다면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해가 뜨고 바람이 불어야 사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양적으로 확보하고 질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한국에 재생에너지 시설을 대규모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오 과장은 “한국 정부가 재생에너지와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기후대응기금’을 준비 중이다”라고 전했다.

한국은 탄소가격 정책 중 하나인 ‘탄소배출권거래제(ETS)’도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기업이 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이 제도는 재생에너지 사용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일본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첫걸음으로 ‘탄소가격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아리무라 교수는 “일본의 민간 분야에서 재정 지원을 포함한 많은 지원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며 “민간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세수(세금을 통해 정부가 얻는 수입)를 늘릴 필요가 있다. 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방출 시 부과되는 ‘탄소세’가 유용한 정책 수단이 될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정부의 탄소중립 실천 정책 중 하나인 ‘탄소예산’을 활용할 방침이다. 그럽 교수는 “영국이 영국의 큰 자원인 해상 풍력을 확대하고, 투자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영국은 정부·산업계·개인 모두가 노력할 수 있는 분야인 ‘전기 자동차’의 상용화를 중요시했다. 그럽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제조업체들이 전기차를 만들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충전 인프라를 잘 갖춰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세계은행은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기여하기 위해 정부와 개인 모두를 지원하고 있다. 홍 분석가는 “정부를 대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재정투자를 진행한다. 소비자 대상으로는 인식 제고를 위한 저탄소 소비 캠페인을 지원하고,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 등 청정에너지 장비 구매를 위한 자금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의 지원은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과제인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성, 석탄의 단계적 사용 중지’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탄소중립을 위한 재정투입 상황, 그리고 실효성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모든 과제를 지원할 만큼 충분한 재원을 가진 국가는 없다. 코로나19 이후 정부 부채가 늘어난 상황도 겹쳤다. 이에 패널들은 민간 분야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국은 해상 풍력에 15년 만기 계약을 맺어 민간 자금을 저렴하게 동원하고, 한국은 민간 분야의 탄소중립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세계은행도 공공 재원만으로는 필요한 자금을 모두 충당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홍 분석가는 “민간의 투자가 에너지 전환 가속에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간투자만큼이나 계획의 실효성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럽 교수는 우리가 미래에 탄소배출이 적으면서 상대적으로 값싼 에너지를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가용을 전기차로 대체하는 등 운송 분야에서 탈탄소화가 가능하다는 기대를 바탕으로 했다. 그럽 교수는 “영국도 유럽처럼 적극적으로 전기차 생산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저탄소 산업이 기존 산업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딜레마가 있다”며 “그래서 탄소가격제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 탄소배출량의 30%가 이 제도 밖에 있다. 한국이 제조업 중심의 경제를 가졌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목표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됐다. 이 박사는 “탄소배출권거래제 바깥 영역에도 탄소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라며 “아직은 전략을 구상하는 단계라 효과에 대해 평가하긴 이르지만, 탄소중립 사회·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역시 제조업이 강점인 국가다. 영국에서는 CCS(탄소 포집·저장 기술) 역할을 제한적으로 봤지만, 일본 산업계는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 아리무라 교수는 “철강 분야와 같은 대규모 산업은 완벽한 탈탄소화를 이루기 쉽지 않다”며 “그래서 CCUS 기술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소 가격이 너무 비싸다. 일본에는 청정 수소를 생산할 재생에너지가 충분치 않다”며 “호주에서 수소를 생산해 일본으로 수입하는 게 합리적인 가격에 가능하다면, 일본은 탄소중립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전 지구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
아리무라 교수는 전 세계적 탄소중립을 위해 개발도상국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이 개도국에 화력발전소를 수출하는 것은 탄소중립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진국은 개도국의 재생에너지 확보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개도국은 환경보호보다 경제발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개도국이 환경 친화 정책을 채택하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홍 분석가는 아리무라 교수의 의견에 공감하며 “선진국이 나서서 다양한 기후대응펀드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개도국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지구환경기금’, ‘녹색기후기금’ 등을 가지고 있다. 개도국이 이 같은 재원을 활용하면 에너지 전환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홍 분석가는 “이런 금융 메커니즘에 세계은행이 집행기관으로 참여해 개도국에 기술적 전문지식과 재무구조 관련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패널들은 선진국과 개도국이 똑같은 책임을 갖는 게 공평한지, 개도국의 친환경 전환 지원 계획에 관해 대화했다. 오 과장은 개도국과 선진국이 비슷한 책임을 지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내년에 녹색기후기금의 공여금을 늘리는 등 개도국에 대한 녹색기후금융 확대 전략을 검토 중이다”라며 “한국과 더 많은 선진국이 개도국에 대한 기후금융 지원을 늘려 전 지구적 탄소중립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럽 교수는 개도국에는 다른 방식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는 “일부 국가에서 재생에너지가 상당히 저렴해진 이유는 3~4% 저금리 금융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라며 “개도국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인식 때문에 자금 상환 금리가 훨씬 비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도국이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해 저금리 금융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저탄소 투자 위험을 국제적으로 보증해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화상으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과제, 이를 위한 재정투입 상황 그리고 개도국의 역할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오 교수는 학계·정부·국제기구 패널들의 답변을 들으며 학생·시민 질문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탄소중립 이루는 데 대학이 중요한 역할 하게 될 것”
토론을 지켜보던 학생·시민은 삶의 터전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기업의 동참, 대학과 일반 대중의 행동 참여 등에 관심을 보였다. 우선, 아리무라 교수는 “탄소중립을 이루는 데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대학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캠퍼스 내 전기 공급원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게 한 방법이다”라며 “일본 와세다대학도 에너지 관리 시스템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을 위한 대학의 노력에 이어 기업의 자발적 녹색 전환은 탄소중립의 핵심이 된다.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는 기업은 마케팅 측면에서 녹색 전환이 비교적 쉽지만, 정유회사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의 경우 생산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녹색 전환이 다소 어려운 편이다. 그럽 교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는 일어난다”며 “강력한 정부 정책이 있다면 더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학과 기업, 그리고 일반 대중의 노력까지 더해진다면 탄소중립 계획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아리무라 교수는 “소비 행태를 바꾸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자제품을 살 때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구매하면 전기세를 덜 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실천 방안이다”라고 설명했다. 토론을 진행한 오 교수는 “일반 시민의 탄소중립 경제 기여에는 에너지 절약과 재생에너지 발전기 설치가 가장 효과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현재의 편리함을 유지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홍 분석가는 100%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예로 들었다. 그는 “100% 재생에너지로 구동되는 전기차가 있으면 자가용과 같은 편리한 이동수단을 포기할 필요가 없고, 에너지 효율이 향상 되면 에너지 절약이라는 명목으로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괴로운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현재 수준의 편리함을 유지하는 건 중요한 문제다”라며 “사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탄소중립은 일반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그린뉴딜, 탄소중립 이끌까?
한국과 유럽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을 포함했다. 일상에서 편리와 직결되는 난방·가전제품 등을 통해 건물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이 부분은 스마트 미터링, 가정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이 기술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건물 관리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 교수는 한국의 인구밀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탄소중립을 향한 여정과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까 우려했다. 이에 이 박사는 ‘태양 공유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이 프로젝트는 농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농사가 이뤄지는 동시에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수천 건을 시행 중이지만, 한국은 20~30건에 불과하다. 이 박사는 “농업인들의 또 다른 수입원이 될 수 있어서 소득과 에너지 전환이 함께 발전하는 좋은 사례다”라며 “한국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기후위기와 지속가능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토론은 탄소중립을 위한 이정표가 됐다. 오 교수는 “세미나 특강과 토론을 통해 여러 나라와 단체들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인사이트를 얻으셨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 손은주 eve@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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