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흥미로운 비건 생활, 어디서나 베브리웨얼과 함께

2021-08-11 교육

호텔관광대학 재학생들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됐다. 양혜리, 조새연(이상 외식경영 18학번), 황유하(조리서비스경영 17학번) 학생은 비건(Vegan)과 비건이 아닌 사람 모두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호텔관광대학 양혜리·조새연·황유하 학생, 중기부·창업진흥원 예비창업패키지 선정
비건 플랫폼 구축 목표로 비건 콘텐츠 제공하는 ‘베브리웨얼(Veverywhere)’ 창업 준비

‘비거노믹스(Veganomics)’는 ‘비건(Vegan, 채식주의자)’과 ‘이코노믹스(Economics, 경제)’의 합성어로 채식을 포함해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물건을 생산하는 산업 전반을 이르는 말이다. 비건 열풍과 함께 부상한 단어로 신념과 가치관을 따른 ‘가치소비’와 환경 가치를 중시하는 유행을 반영한 신조어다. 국제채식인연맹(IVU)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채식 인구는 1억 8천만 명이고, 이 중에는 유제품과 동물의 알 등 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이 5천 4백만 명으로 추산된다. 채식에 관한 관심이 늘어 그 인구는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경희 구성원 중에도 비건을 알리는 활동을 하는 학생이 늘고 있고 대학 주위에도 비건을 위한 식당이 눈에 띈다. 이런 와중에 비건 생활을 영위하며 이를 창업에도 연계한 호텔관광대학 학생들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창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돼 5천5십만 원을 지원받게 됐다. ‘베브리웨얼(Veverywhere)’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양혜리, 조새연(이상 외식경영 18학번), 황유하(조리서비스경영 17학번) 학생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캡스톤디자인 강의에서 발굴한 아이템 발전 시켜 사업 선정
“비건은 어디에나 있다(Vegan is everywhere)” 양혜리, 조새연, 황유하 학생이 정한 ‘베브리웨얼’의 의미이다. ‘어느 곳에나 있을 수 있는 비건을 지지한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비건과 논 비건이 경계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비건 식품만이 아니라, 라이프, 화장품, 문화체험 등 다양한 분야의 비건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비건 문화 정착을 위한 플랫폼으로의 발전이 목표다. 비건이 하나의 특이 취향이 아니라 문화로 인정받길 원하며 아이템을 잡았다.

베브리웨얼은 지난해 9월 호텔관광대학 캡스톤디자인 강의인 ‘음식관광론’에서 싹을 텄다. 양혜리, 조새연 학생은 ‘음식 관련 투어 상품 개발’이란 과제를 받고 주제를 고민했다. 친구들과의 대화 중 비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른 친구의 이야기 속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비건에 대해 알아가며 본인들과 같은 초보 비건에게 비건 식당과 비건의 개념을 알려주는 투어 상품을 기획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비건 매장의 자영업자들을 만나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들었다. 최종 결과는 ‘비건 미식 투어’ 상품으로 나왔고, 이 과제가 베브리웨얼의 기반이 됐다. 양혜리 학생은 “김태희 교수님의 강의였는데 창업에 도전할 용기를 주셨다. 베브리웨얼을 기특하게 생각해주셔서 현실적인 조언도 주셨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을 소개해주기도 하셨다”라며 강의를 떠올렸다. 이어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극복할 수 있게 진심으로 도와주셨다. 인생의 멘토로 삼을 수 있는 분이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캡스톤디자인 강의 이후, 창업 작업에 착수했다. 창업을 준비하며 황유하 학생이 합류했다. 세 학생은 창업 아이템의 사업성을 확인하고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에 지원했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창업을 돕는 사업으로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

전공 강의, KVP 프로그램과 단과대학 교수진의 도움으로 창업으로 나아가
베브리웨얼은 예비창업패키지 이전에 캠퍼스타운사업단의 창업경진대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선정이 되지 못했지만 베브리웨얼의 아이템을 구체화할 계기가 됐다. 양혜리 학생은 “성취욕이 강해서 노력한 일이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질 때 만족감을 느낀다.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니 안도감이 들고, 자극됐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열정을 다해야겠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조새연 학생은 “감격스러웠고, 사업에 대한 책임감도 들었다. 사업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짜릿했다”라고 말했다. 황유하 학생은 “개인적으로는 첫 도전에 선정돼 영광이면서도 기분 좋았다. 날도 새고 합숙도 하면서 준비했는데, 베브리웨얼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 열심히 해야겠다”라며 다짐했다.

양혜리 학생은 “예비창업패키지는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필수 관문 같은 사업이다. 선정에 대한 욕심보다 도전 의식이 앞섰다”라며 “호텔관광대학 학생들이 운영하는 ‘늘품’ 활동에서 재고관리나 마케팅 관련 부분을 간접적으로 배웠다. 기존 메뉴를 BCG 매트릭스로 분석해 인기 메뉴를 도출하고 개선점을 찾기도 했다. 이런 과정이 창업에 모두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BCG 매트릭스는 미국의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개발한 전략평가 기법으로 시장점유율과 사업의 성장률을 기준으로 분석한다.

조새연 학생은 “가장 큰 도움이 된 부분은 KHU Valley Program(KVP)이었다. 창업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KVP에 참여해 창업의 세계에 눈을 떴다”라며 “당시 멘토였던 코드스테이츠의 김인기 대표께서 사업 시작부터 사업계획서 작성에 대해서도 조언해주었다”라며 베브리웨얼의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베브리웨얼(Veverwhere)’은 호텔관광대학의 캡스톤디자인 강의인 ‘음식관광론’에서 시작됐다. 양혜리, 조새연 학생은 ‘음식 관련 투어 상품 개발’이란 과제에 비건을 주제로 삼았다. 이후에 창업을 준비하며 황유하 학생이 동참했다. 사진은 베브리웨얼의 양혜리, 황유하, 조새연 학생의 모습(사진 왼쪽부터)

비건 플랫폼 구축 위한 예비 단계 착실히 밟아
베브리웨얼은 비건 플랫폼 구현이라는 목표를 위한 예비 단계를 착실하게 밟고 있다. 플랫폼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와 이용자의 관심 유도를 첫 계단으로 삼았다. 베브리웨얼 이름으로 SNS를 운영하며 비건의 정보, 비건 식당과 카페 리뷰, 비건 요리법 등을 담은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 전공을 살려 비건 식품도 개발하고 있다. 비건 파스타 소스가 이들이 준비한 첫 제품이다.

황유하 학생은 “9월에 준비한 제품이 나온다. 호텔관광대학의 최수근 교수님께서 강의를 통해 소스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셨는데, 교수님을 뵙고 조언도 받았다”라며 출시를 앞둔 소스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학과 수업에서 조리만이 아니라 영양에 대해서도 배우는데, 출시할 소스에 영양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 영양에 대해서는 윤혜현 교수님께 전화로 여쭤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베브리웨얼이 개발한 비건 파스타 소스는 향후 펀딩 채널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세 학생은 효율적 운영을 위해 업무 분야를 정했다. 양혜리 학생은 경영기획과 영업을 맡고, 조새연 학생은 마케팅과 기획, 황유하 학생은 제품 연구와 개발을 담당한다. 초기 스타트업으로 모든 활동과 의사 결정은 함께 한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든 순간이 성장의 계기가 된다.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이 창업의 과정에서 현실과 융화하며 몸으로 배우는 경험이 쌓이는 중이다.

베브리웨얼은 비건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다. 지금은 비건 파스타 소스만을 만들고 있지만, 향후에는 비건 제품을 판매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 등의 발전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비건과 비건이 아닌 사람이 모두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다. 베브리웨얼의 세 학생도 음식, 화장품 등을 모두 비건 제품으로 사용하진 않는다. 세 학생 모두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식물성 음식을 주로 먹지만, 고기류도 함께 먹는 사람)이다.

다양한 이유로 비건 생활 시작, “선한 영향력에 자부심”
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비건 생활을 시작했다. 조새연 학생은 “일주일에 3일 정도는 비건식만 먹고 아침은 꼭 토마토와 사과, 당근 등을 갈아 마신다. 비건의 가장 큰 장점은 속이 편한 점으로 유제품을 안 먹고 있는데, 얼굴에 뾰루지가 나지 않더라(웃음)”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환경과 동물 보호에 일조하고 있다는 뿌듯함은 덤이다. 지구 생태계를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도 있다”라고 말했다.

황유하 학생은 “공장 사육의 폭력성에 대해 알게 되고 기후위기에 육식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비건식을 하게 됐다.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여럿의 불완전한 비건의 영향력이 크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건은 샐러드만 먹는다는 편견이 크더라.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서 비건 조리법을 개발해 SNS로 공유하고 있다. 가족들이 비건 음식에 좋은 반응을 보일 때 뿌듯하다. 가치소비가 큰 화두인데, 작지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 계속하게 된다”라고 비건의 장점을 설명했다.

양혜리 학생은 “무엇보다 마음이 편하다”라며 비건 생활의 소감을 이야기한다. 양혜리 학생도 육식을 위한 동물 착취에 대해 알게 되며 비건에 대해 고민했다. ‘문제를 안 이상 아무것도 안 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으로 생활하고 있다. 양혜리 학생은 “플렉시테리언으로 비건을 지향하면서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비건 식단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고, SNS 콘텐츠를 만드는 활동을 보는 사람이 ‘비건 별거 아닌데? 할만하잖아?’라는 식으로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더 보람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베브리웨얼은 곧 온라인으로 판매처를 개설할 예정이다. 직접 제작한 제품만이 아니라 라이프, 화장품 등 비건 브랜드를 유치해 소비자가 비건과 관련한 다양한 제품을 접하게 도울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 호텔관광대학 출신 창업 브랜드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와도 접촉해 판매를 확정했다. 각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유통망을 활용한 홍보와 협업 등도 기획 중이다.

베브리웨얼은 개발한 비건 레시피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과 다양한 비건 콘텐츠를 담은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신을 알리고 있다. 사진은 베브리웨얼의 유튜브 채널 갈무리 사진.

창업은 ‘현재’지만 ‘종착역’ 아니야, 창업은 앞으로 삶을 위한 성장 과정
세 학생에게 베브리웨얼은 비건으로서의 일상을 관통하는 ‘현재’지만 종착역은 아니다. 모두 새로운 경험과 미래를 꿈꾸고 있다. 양혜리 학생은 평소에 ‘열정, 성장, 밝음’을 마음속에 새기며 생활하는데, 모든 일에 열정과 진심으로 성장하겠다는 가치관이다. 최종 목표는 ‘돈 버는 방법을 꿰뚫는 것’이다. 양혜리 학생은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을 보면 이유 없는 경우가 없더라. 여러 경험을 통해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빛을 발하고 있었다”라며 “베브리웨얼 시작도 캡스톤디자인 강의에서 열정과 마음을 다했기 때문이다. 베브리웨얼을 통해 생산성 있는 활동을 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스스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베브리웨얼의 성공적 창업 이후에는 다른 사업도 꿈꾸고 있다. 양혜리 학생은 어머니와 함께 패션과 인테리어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머니와 관심사가 같아 대화도 잘 통하고, 이를 통해 창업도 생각하고 있다. 카페와 패션, 인테리어를 융합해 쇼룸형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 양혜리 학생은 “향후에는 제대로 된 브랜딩과 콘셉트를 세워서 다른 도전에도 나서보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조새연 학생은 베브리웨얼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살린 일을 하며 성장하고 싶어 한다. 조새연 학생은 “음식에 대한 애정으로 경희대로 편입도 했고, 창업도 하고 있다. 앞으로 푸드 업계에 내 이름을 알리고 싶다”라며 “창업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보니 코딩, 빅데이터, 광고, 외국어, 비건 요리 자격증, 와인 소믈리에 등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모든 분야를 모두 할 수 있는 ‘만능 조새연’이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황유하 학생의 인생 모토는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즐겁게 살기’이다. 졸업을 미루고 베브리웨얼에 합류한 이유이기도 하다. 황유하 학생은 “못해서 후회하는 인생이 아니라 어렵고 힘들어도 모두 다 도전해서 인생을 좀 더 즐겁게 사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라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베브리웨얼을 하면서 공부도 더 하고 싶다. 조리만 7년간 공부하니 영양 관련 지식에 갈증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는 꼭 저만의 와인바를 만들어 비건, 논 비건 모두 만족할만한 메뉴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고 싶다”라는 목표를 밝혔다.

베브리웨얼은 해외 진출도 고민 중이다. 비건 문화가 상대적으로 발전한 해외에 베브리웨얼을 알리고 해외의 비건 문화도 경험하고자 한다. 조새연 학생은 “베브리웨얼을 알릴 방법이기도 하고, 셋이 같이 해외의 비건 문화를 접하는 새로운 경험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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