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시나리오 기반 가상공간에서 의료현장 실습
2021-08-02 교육
VR·AR 콘텐츠 개발(3) 간호과학대학 아동간호학실습Ⅱ
2009년부터 시뮬레이션 강의 프로그램, 2015년부터는 가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
의료현장에서 접할 다양한 사례 경험 기회 제공, 학생의 성찰적 디브리핑 도와
디지털 뉴노멀 시대는 교육의 지형을 바꾸기 시작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교육 분야에 적용되는 주요 기술이다. 학생이 체험에 기반한 실감형 교육이고 몰입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경희는 2020년 12월 ‘첨단 테크놀로지 콘텐츠 설계 및 교육적 활용’ TF를 출범해 디지털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는 양질의 가상현실, 증강현실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의과대학 ‘해부학’ 강의와 간호과학대학 ‘아동간호학실습Ⅱ’, 공과대학 ‘CAD/CAM’ 강의에서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의과대학과 공과대학에 이어 간호과학대학 신현숙 교수의 ‘아동간호학실습Ⅱ’의 강의 현장을 찾았다.<편집자 주>
가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 실습 진행
예비 간호사들은 임상 실습에 앞서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다. 이 선서는 간호사로서의 윤리와 간호 원칙을 담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순간은 학생이 간호인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예비 간호사들은 현장에 나가기에 앞서 다양한 간호 사례와 상황을 대면하고 간호 문제 해결 과정을 분석하며 훈련하고 의료인으로서의 메타인지를 기른다. ‘현장과 최대한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실습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사람과 유사한 기구를 사용한 실습, 다양한 상황을 상정한 실습을 구성해야 한다.
이에 간호과학대학 신현숙 교수는 ‘아동간호학실습 Ⅱ’ 수업에 ‘MUVE(Multi-User Virtual Environments) 시뮬레이션’을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이다. 미국 기업이 만든 가상현실 플랫폼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와 비디오 게임 개발 엔진인 ‘유니티(Unity)’를 바탕으로 가상세계를 만들었다. 의료현장에서 간호사가 접할 다양한 사례를 시나리오로 구성해 실습에 활용한다.
신 교수 연구실에는 게임용 노트북이 준비돼 있다. 가상 시뮬레이션 강의를 위해서는 높은 사양의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연구실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학생들은 다양한 공간에서 강의에 접속했다. 아직은 실험적인 강의기 때문에 기기가 필요한 학생들은 간호과학대학의 실습실에 준비한 노트북으로 강의에 참여했다. 다양한 공간에 있었지만 모두 한 공간에서 같은 상황을 공유하고 있었다. 조별로 나눠 실습을 진행하는데 신 교수는 모든 학생의 실습 상황을 살핀다.
이날 주어진 상황은 열이 나는 아이와 보호자가 등장하는 상황이었다. 학생들은 간호사로서 아이에게 필요한 조치와 응답 등을 선택하고 본인의 처치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이후에는 신 교수와 함께 실습한 학생들이 적은 피드백을 확인하고, 본인의 실습 영상을 다시 확인하며 복습했다.
신 교수가 강의에 활용하는 MUVE 시뮬레이션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임상 판단 증진영역 △특수간호상황 경험영역 △환자 안전 영역이 그것. 임상 판단 증진영역은 증상 사정 및 관리, 기술 획득 시나리오로 구성했고, 특수간호상황 경험영역은 특수상황과 특수사례, 특수부서 등의 내용을 담았다. 환자 안전 영역은 간호 시 투약오류와 수혈 관련 오류 시 적정 대응 및 사고 처리와 보고 등이다. 모두 간호 영역의 세부적 행동으로 실습해 실제 의료 환경을 체험하게 했다.
성찰적 디브리핑으로 학생의 메타인지 강화 유도
MUVE 시뮬레이션에는 ‘성찰적 디브리핑’ 학생 방법을 적용했다. 간호사로서의 메타인지를 훈련해 간호 역량을 향상하는 방법이다. 시뮬레이션에서 간호 상황을 수행한 직후에 가상공간에서 간호 상황에 대한 개념지도와 SBAR(Situation, Background, Assessment, Recommendation)을 작성한다. 이후 동료 피드백이 녹화된 수행자 화면을 ‘임상 판단 루브릭’에 기반해 스스로 성찰한다. 본인이 정리한 개선점과 강점을 그룹디브리핑 공간에 공유한다. 가상공간에서 실시하는 이 과정을 통해 사고 과정의 전환을 이루고 학습자의 메타인지 강화를 유도한다.
신 교수는 간호 교육에 가장 적합한 가상 시뮬레이션 템플릿을 고민해왔다. 교육 요소, 가상 요소, 시나리오 개요로 나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교육 요소는 학습 대상, 학습 목표, 교육 설계, 교육과정의 흐름, 피드백 전략, 추적관찰 및 평가, 디브리핑 구조, 인적 자원으로 구성된다. 가상 요소는 프레임워크, 가상성 수준, 가상자원 설계 등의 시스템의 성향이 담겼다. 시나리오 개요는 시나리오 대상, 학습 목표, 평가, 과정 흐름, 관련 지식 및 기술, 환경 설정, 시나리오 배경, 프로토콜, 간호 중재, 알고리즘이 포함된 스토리보드, 문서형식, 기계적 지원, 시나리오 등장 캐릭터, 기타 부속품 및 디브리핑 구성 요소 등이다. 교육의 전 과정과 이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고민해 요소를 채웠다.
간호대학이 진행한 시뮬레이션 강의에서 상호작용은 교육의 성패를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학생과 인공지능이 행동을 결정하는 아바타나 가상 인물의 유형과 기술적 수준, 연계 장비의 수준에 따라 그 효과가 천차만별이다. 가상 인물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은 표준화 환자를 활용한 기존 시뮬레이션의 교육적 효과를 그대로 거둘 수 있다. 또한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간호 분야의 가상 인물은 다양한 수준으로 가상 표현된 학습자와 상호작용하는 환자, 함께 일하는 간호사와 의사 등의 의료진, 환자와 가족 등으로 나뉜다. 신 교수가 수업에서 활용한 장면에도 간호사와 환자의 가족 등이 등장했다.
시뮬레이션 강의에는 발전의 여지도 있다. 현재 사용하는 가상 인물은 인공지능 1단계에 해당하는데, 상호작용에 한계가 있어 기술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시뮬레이션 상에서 상황이 진행된 이후에는 비교적 진화된 수준인 인공지능 2단계의 가상 인물이 등장한다. 프로그램의 제어를 받는 알고리즘으로 학습하지 않고 정해진 방식으로 행동한다. 보다 현실적이고 몰입도 높은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구성을 위해서는 가상 인물이 지정된 맥락이 아니어도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지속적 연구개발로 미래사회의 대안적 교육 모델 구축
MUVE 시뮬레이션에서는 가상 인물의 구현 형태도 상황마다 다양하게 등장한다. 실제 사람의 반응을 촬영한 영상과 2D, 3D의 가상 아바타 등을 활용했다. 가상 인물의 반응도 동일 맥락의 영상과 다른 상황의 발췌 영상, 3D 아바타의 움직임 등으로 시각화했고, 텍스트를 추가해 행동의 수행 여부를 나타냈다. 학습자와 가상 인물의 상호작용은 텍스트와 직접 발화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발화를 선택한 경우에 음성인식 단계가 추가로 필요하고, 일정한 의사소통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면 학습이 중단되는 한계가 있다.
학습 수준을 결정하는 상호작용 수준과 몰입도는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과 HMD(Head Mounting Device)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연계 장비가 중요하다. 신 교수의 강의에서도 HMD와 햅틱·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한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해당 장비를 구매할 수 없어 교내 실습에서만 활용한다.
신 교수는 “학교에 서버를 두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육혁신사업단의 도움으로 서버와 노트북도 받을 수 있어서 실습이 조금 수월해졌다”라며 “가상 시뮬레이션에는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시나리오를 탑재했다. 세부적인 상황들에 간호인이 해야 할 의료 행위를 담았다”라며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어 “아직은 관련 기술 때문에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우리 전공에 적합한 내용을 담은 이런 강의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학생들에게 필요한 실습을 적절하게 제공하고 있다”라며 “이런 프로그램은 타 대학도 많이 관심 두는 부분이다. HMD만 있으면 VR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로 제작해 향후에 관련 기기를 모두 갖추면 더 생생한 실습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간호학 실습에서 사용하는 가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특허 출원해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신 교수는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가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의료상황에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의료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국의 몇 군데 간호학과에서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라며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개발을 계속해서 향후에는 메타버스(Meteverse)로 대변되는 미래사회의 대안적 교육 모델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
많이 본 기사
-
멀티미디어
-
-
신간
-
아픈 마음과 이별하고 나와 소중한 이를 살리는 법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
-
2024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지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