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폐섬유증 유발 물질 예측 가능 마커 발굴, 라멜라 구조체 응용 가능성 연구
2021-04-05 연구/산학
동서의학연구소 박은정 교수 연구성과, 살균·소독제 사용 위험성 예측 마커 발굴
관련 연구 성과 <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 온라인판 게재
코로나19로 인해 살균·소독제가 필수품이 됐다.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서 살균·소독제를 볼 수 있다. 음식점이나 건물의 출입구 등이 특히 그렇다. 살균·소독제 사용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이에 함유된 물질에 장기간 노출될 가능성도 커졌으며, 이들 물질에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때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해졌다. 또한, 미국 화학물질 등록시스템(CAS, Chemical Abstract Service)에 새로 등록되는 화학물질이 평균 27초에 하나일 정도로 수많은 화학물질이 등장하고 있다. 화학물질은 다양한 환경성 질환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에 이런 물질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중요하다. 하지만 관련 연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살균·소독제의 호흡기 노출과 폐 질환 관련성 연구의 후속 연구
지난해 코로나19로 사용량이 급증한 ‘살균·소독제의 호흡기 노출이 폐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 동서의학연구소 박은정 교수가 후속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폐섬유증 유발 가능 물질을 세포 수준에서 빠르고 간단하게 예측할 수 있는 마커 발굴 연구였다. 마커는 라멜라 구조체(Lamellar Bodies)로 가습기 살균제 성분 물질을 포함한 총 7종의 화합물을 이용해 세포 내 구조적 변화를 비교해 결과를 얻었다. 연구 결과는 ‘섬유성 병변의 예측 마커로서 세포 내 라멜라 구조체의 동정(Detection of intracellular lamellar bodies as a screening marker for fibrotic lesion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SCI급 저널인 <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박 교수 연구팀은 국가기술표준원 지원으로 고려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강정원 교수 연구팀과 함께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물질 2종과 함께 살균·소독제로 쓰이거나 쓰였던 7종의 살균·소독제 성분을 사람의 기관지 상피세포주에 노출했다. 이를 통해 각 성분의 LC50(Lethal Concentrarion 50) 값을 도출했다. LC50은 특정 시험물질을 노출했을 때 50%가 사망하는 농도이다. 그 후, 기관지 상피세포에 각 물질의 LC50 농도를 24시간 동안 처리한 후, 전자현미경을 사용해 각 물질에 의해 변화된 세포 내의 구조적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폐섬유증을 유도했거나, 또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알려진 성분들에서 라멜라 구조의 형성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라멜라 구조는 지질 이중층으로 만들어진 막이 겹겹이 쌓인 구조인데, 소량의 물을 포함하면 인지질 중 가장 안정된 구조를 보인다. 라멜라 구조는 체내 독성의 축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메틸이소치아졸리논과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CMIT)의 복합성분인 케톤(Kathon)의 경우 라멜라 구조의 형성은 미비하지만 미토콘드리아 손상과 핵(Nuclear Matrix)의 분열이 매우 뚜렷하게 발견됐다. 다중핵거대세포Multinucleated Giant Cells)로의 변형은 케톤을 함유하는 제품에 노출된 세포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더 나아가 일부 물질의 경우 라멜라 구조를 특이적으로 많이 형성한 농도에서 미토콘드리아의 모습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박 교수 연구팀은 기관지 상피세포주에서 생성되는 라멜라 구조체가 동물 폐 조직에서도 형성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 시험물질을 호흡기로 한 번 투여한 후 14일까지 관찰해 호흡기 노출에 따른 각 해당 물질의 LD50(Lethal Dose 50) 값과 LD0(모든 동물이 생존하는 농도) 값을 동물 수준에서 다시 도출했다. 그리고, 실험 과정에서 사망한 쥐와 14일 동안 생존한 실험동물의 폐에서 라멜라 구조체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을 관찰했다.
“잠재적 독성 물질 규제에 큰 도움될 연구”
이번 논문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은 “폐섬유화를 유발할 수 있는 살균·소독제를 신속하게 스크리닝할 수 있는 시험 방법의 개발은 잠재적 독성 물질을 규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소독제로 사용하는 물질들의 독성과 관련된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향후의 연구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라며 박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평가했다. 연구팀은 현재 이번 연구 결과를 한국표준과학원 참조표준센터에서 관리하는 참조표준독성데이터로 등록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박 교수는 안정성평가연구소와의 공동연구를 통해서도 바이오마커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Repeated intratracheal instillation of zinc oxide nanoparticles induced pulmonary damage and a systemic inflammatory in cynomolgus monkeys’라는 논문으로 <Nanotoxocolgy>에 게재를 준비 중이다.
박 교수는 “독성학자로서 독성물질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질환을 예측할 방법을 찾는 것이 내게 주어진 숙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번에 발견한 마커를 전자현미경을 쓰지 않고 더 쉽게 찾을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살균·소독제 외에 다른 물질도 이 스크리닝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물리·화학적 성질이 다른 다양한 물질을 이용해 검증해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라멜라 구조가 세포와 동물에서 생성되는 과정을 연구하면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특발성 폐섬유증의 기전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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