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끊임없는 질문, 원활한 소통’ 학생 역량 강화로 이어져
2021-03-08 교육
2020 경희 Fellow(2) 교육 부문 수상자 정치외교학과 정종필 교수 인터뷰
‘마지막 1분까지’ 진정성과 열정, 강의에 담아
“스스로 연마하면 반드시 빛을 본다” 코로나19 위기 속 학생들에게 당부
2020 경희 Fellow(교육) 수상자가 선정됐다. 원자력공학과 장윤석 교수, 정치외교학과 정종필 교수, 의학과 박승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경희대학교는 교육을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2017년도부터 경희 Fellow(교육) 제도를 운영하며, 교육 실적이 탁월한 교원을 선정해 시상 및 포상하고 그 사례를 구성원과 공유하고 있다.
2020 경희 Fellow(교육) 수상자 정종필 교수를 만났다. 수상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이 드는 동시에 막중한 책임을 느꼈다는 그에게 교육 철학과 강의 노하우를 들었다. <편집자주>
“마지막 1분까지 열정적인 강의가 이어져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모든 에너지를 다 쏟게 만드는 강의다.” 이는 정종필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탁월한 역량을 높이 평가받은 정종필 교수가 경희 Fellow(교육)의 주인공이 됐다.
정종필 교수에게 경희 Fellow(교육)은 교수자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상이었다.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먼저 수상하신 교수님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다. 물론 연구도 중요하지만, 교육 부문은 학생들에게 인정받는 것이고, 이는 교수로서 가장 보람 있는 일 중 하나다”라며 “영광스럽고 행복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정종필 교수는 진정성을 강조한다. 이는 정 교수의 교육 철학이기도 하다. 교수자의 생각과 마음, 그날의 상태를 학생들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해 소통에 진정성을 담는다. 정 교수는 “학생들은 교수의 뛰어난 연구 성과에도 관심 있지만, 교수가 얼마나 열정을 갖고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잘 전달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실제로 교수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라며 “그래서 진정성이 중요하고, 진정성이 있어야 열정이 생긴다”라고 강조했다.
한 학기 강의는 ‘16부작 다큐멘터리’, 다음 강의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예고편’ 중요해
정종필 교수에게 강의는 1주에 1부씩 방영되는 16부작 다큐멘터리이다. 제작, 감독부터 내레이션까지 정종필 교수가 맡는다. 정 교수는 “1부를 봤으면 2부도 보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학생들이 궁금해하면서 일주일을 기다릴 수 있게 하는 예고편이 필요하다. 총괄 기획을 잘해야 한다”라고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이러한 교육 철학은 강의 노하우로 연결된다. 핵심은 소통이다. 먼저 정 교수는 강의의 서론과 결론 부분에 긴 시간을 할애한다. 강의의 서두에서는 지난 강의 요약과 오늘 강의 내용, 그 연결 지점을 전달한다. 반복을 통해 학생들이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대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국제화, 취·창업 프로그램을 소개해 준다.
강의의 말미에는 다음 강의 때 배울 내용을 언급한다. 확실한 예고편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장하지 않되 재미있게 얘기하며 학생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준다. 이에 맞춰 함께 읽을 만한 기사, 논문, 책 등을 소개하고 생각의 방향도 일러준다. 그래서 정 교수의 강의는 초반 10분, 후반 10분이 중요하다.
중간고사 이후 강의 평가, 학생과 함께 수업 만들어나간다
중간고사 이후 자체 강의 평가를 진행한다. 정 교수가 직접 만든 중간 강의 평가지를 활용해 마음에 들었던 혹은 들지 않았던 부분, 개선점 등을 묻고, 개선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 말의 속도가 빨라지는 문제, 수업 참여 방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나간다.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끊임없는 질문 또한 정종필 교수의 강의 노하우 중 하나다. 학생 대부분이 강의 초반에는 묵묵부답이다. 이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뜨리는 건 정종필 교수의 격려다. 정 교수는 “학기 초에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때 누군가 용기 내 대답하면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정답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답한 용기를 칭찬한다. 그러면 학생들이 하나둘 참여하며 열띤 토론으로 이어진다”라고 언급했다. 업데이트도 중요하다. 정종필 교수가 강의하는 중국 정치와 외교는 늘 변화가 많다. 그래서 정 교수가 담당한 강의의 이름은 같아도 강의 내용은 매 학기 바뀐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업 환경 변화는 정종필 교수에게도 쉽지 않은 변화였다. 강의실 한가운데서 뿜어내던 열정을 줌(ZOOM) 화면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학생들이 ‘교수님 화면으로 들어가실 것 같아요’라고 얘기하더라. (웃음) 학생들이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의 게시판을 활용한다”라고 코로나 시대 강의법도 언급했다.
문의 게시판 적극 활용, 열띤 토론의 장 만들어
문의 게시판에 질문이 올라오면 정종필 교수는 바로 답하지 않는다. 함께 수업 듣는 학생 다섯 명 이상이 답변해야 정 교수가 나선다. 강의가 진행될수록 학생들이 문의 게시판을 통해 적극적으로 논쟁에 뛰어든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교육과 학습이 이뤄진다. 정 교수는 수업 들어가기 전 모든 글을 꼼꼼하게 정독하고 피드백을 한다. 미처 답하지 못한 질문은 기말고사 전에 주제별로 묶어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정종필 교수는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이름을 전부 외우려고 노력한다. 정 교수는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니 긴장도가 올라가고 딴짓을 할 수가 없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덤이다. 학생들을 많이 괴롭힌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정 교수는 학생들을 괴롭힌다고 표현하지만 이는 학생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열정적으로 강의할 수 있는 원동력을 물었다. 정종필 교수는 “학생들을 보면 행복하다”라고 대답했다.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고, 가르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는 것이다. 이러한 애정을 기반으로 정 교수는 다양한 학교 업무를 수행하며 학생 역량 개발을 위해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외연을 확장해왔다.
“학생들을 보면 행복하다”
또한 대학이 제공하는 좋은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UN·국제기구 인턴십 프로그램 등 국내외 인턴십, 교환학생, 봉사 프로그램, 대학원 진학 등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며 참여를 유도한 결과 많은 학생들이 국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정종필 교수의 향후 계획은 교재 집필이다. 정 교수는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중국정치론 교재를 집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종필 교수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남겼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지구적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고 말할 수는 없다. 채용도 많이 줄고 취업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낙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통학 시간 같은 기회비용이 줄었다. 자기 주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이 갖춰졌다. 대학 생활을 미친 듯이 보내라. 공부뿐 아니라 동아리 활동, 연애 등 본인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그 무엇도 괜찮다. 무엇을 하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자유롭고, 돌아봤을 때 아름다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희망을 잃어버리지 말자.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어둠 속에서 실력을 연마하라는 말이 있다. 1980년대 중국 대외 정책을 일컫는 용어인데 적을 만들지 않고 조용히 수세에 힘쓰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연마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반드시 빛을 보는 날이 온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 관련 기사 보기
2020 경희 Fellow(1) 교육 부문 수상자 원자력공학과 장윤석 교수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
많이 본 기사
-
멀티미디어
-
-
신간
-
아픈 마음과 이별하고 나와 소중한 이를 살리는 법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
-
2024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지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