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좋은 것보다 ‘더’ 좋은 것을 나눠야죠”
2021-03-05 교육
2020-2 독립연구 우수사례(3) ‘베러댄굿’, 지역 아동 대상 비대면 예술 교육 콘텐츠 기획
창의성 및 공간지각능력 키우는 아트북·아트키트 제작, 지역아동센터에 기부 계획
캠퍼스타운 지역연계 교육 프로그램 대상 수상, 서울시 청년참·경희대 창업동아리에도 선정
대학 교양교육을 획기적으로 쇄신해온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지속가능한 미래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글로벌 교양교육’ 구현을 목표로 학습권을 대폭 강화해왔다. ‘독립연구’가 대표적이다. 독립연구는 학생의 자율성, 창의성, 탐구력, 협동심을 북돋기 위한 교과로, 2016년 본격 시행돼 2018년 대학 내 모든 전공으로 확대되며 경희 교육의 새로운 특성이자 학풍으로 자리 잡았다.
독립연구는 학생이 개인이나 모둠별로 자유롭게 교과를 설계하고 담당 교수의 지도 아래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연구(학습), 실천, 참여, 창업, 창직 등 모든 분야가 가능하다. 2020학년도 2학기에도 학생들은 관심 및 전공 분야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독립연구를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베러댄굿’ 팀을 만났다. 베러댄굿 팀은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아동을 위해 비대면 예술 콘텐츠를 기획했다.<편집자 주>
“아이들은 미래의 씨앗이다. 그들의 가슴에 사랑을 심고, 지혜와 삶의 배움으로 물을 주라.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라.” 이는 인디언들의 삶의 지침 중 하나이다. 미래의 씨앗인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해주기 위해 베러댄굿 팀이 나섰다. 베러댄굿 팀은 회화과 18학번 권담윤 학생과 주거환경학과 18학번 손은우, 윤찬주, 이승연, 전태리 학생이 모인 팀이다.
베러댄굿 팀은 좋은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추구한다. 팀원들은 공공인재로 성장할 지역 아동, 그중에서도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 주목했다. 윤찬주 학생은 “공동주거디자인 강의에서 그룹 홈이라는 비혈연 가정에 대해 알게 됐는데, 그룹 홈에서 독립한 청년들에게 사회진출의 기회가 많지 않다는 문제를 확인했다”라며 “교육과 진로 체험의 기회가 적었던 탓이다. 이를 해결해보고자 진로 체험형 교육봉사를 기획했다”라고 계기를 밝혔다. 논의 과정에서 예술 교육 봉사로 범위를 좁혔고, 타깃이 명확할수록 콘텐츠의 가독성이 올라간다고 판단해 대상은 유아 및 저학년 초등학생으로 정했다.
베러댄굿은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아동, 청소년의 건전한 자립을 돕는 예술봉사 플랫폼을 기획했다. 처음에는 지역 아동의 독립심,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는 클래스를 지역 커뮤니티와 아동센터에서 진행하고, 클래스에 참여한 지역 아동이 다시 클래스 보조강사로 활동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었다. 실질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해 서울시 청년 커뮤니티 지원사업인 ‘청년참’에 지원했고, 선정돼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경희대학교 창업동아리, 캠퍼스타운 지역연계 교육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계획했던 클래스는 무산됐고,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야 했다. 전태리 학생은 “코로나19로 학습권이 위협받고 있었다. 특히 상상력과 비평적 문해력을 기르고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예술 교육이 위축되고 있었다”라며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해 공간 지각 능력을 키우는 아트북과 아트키트를 만들어보기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주제 수정 과정을 설명했다.
색채 표현 및 공간 지각 능력 키울 수 있는 아트북 제작
아트북은 미술 교육에 중점을 두고 제작했다. 등장인물인 ‘동물 친구들’ 이야기를 색채 표현 능력, 공간 지각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도안과 연결해 내용을 구성했다. 팀원들은 아이들에게 맞는 완성도 있는 책을 구현해보고자 마지막까지 수정을 거듭했다. 아트키트는 아트북 속 동물 친구들이 주는 선물을 콘셉트로, 집 모양의 모빌을 색칠하고 조립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트키트를 제작하면서 자신의 공간을 가지기 어려운 아이들이 ‘나만의 집’을 상상하고, 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주체적으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손은우 학생은 “주거환경학과에서 배운 실내건축, 공간디자인 등을 접목했다. 건축이나 공간디자인은 초등학교에서 체험해볼 기회가 적고, 특히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꾸미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동화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참여형 책이어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도 있다. 권담윤 학생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재혼가정 등 다양한 가족을 고려했다.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어제 엄마랑 놀았어’ 같은 사소한 말에도 상처받는 경우가 있더라. 일반 동화책에도 엄마, 아빠 같은 단어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엄마, 아빠 같은 단어를 등장시키지 않고, 성별도 최대한 모호하게 설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손은우 학생은 “따라서 틀에 갇힌 공간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야기의 배경을 숲으로 하고, 주인공을 제외한 인물은 동물로 설정했다. 가구는 채소로 만들었다. 고정관념을 벗어나 다양하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 펀딩 및 출판 계획 중
제작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처음 만들어보는 책이기에 스토리 및 도안 구성도 쉽지 않았다. 전태리 학생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떤 것을 좋아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난이도 설정도 쉽지 않았다. 누구나 아동이었던 시절이 있지 않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보았다”고 언급했다.
이승연 학생은 “애니메이션 영화의 내용을 떠올려보거나 유아,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책을 구매해서 읽기도 하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같은 단어도 의성어, 의태어를 써서 직관적이면서 생동적인 느낌이 들도록 했다”라고 그간의 노력을 풀어냈다.
팀원들은 현재 지역아동센터 아이들뿐 아니라 더 많은 아이가 책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펀딩 및 출판을 계획 중이다. 책을 보게 될 아이들을 생각하며 배경 삽화, 캐릭터의 표정, 글씨체의 두께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수정 및 보완을 계속해 나가며 콘텐츠의 질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베러댄굿 팀은 캠퍼스타운 지역연계 교육 프로그램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창업 동아리, KVP 등 취·창업 프로그램 도움받아”
독립연구를 준비하며 논문을 찾아본 팀원들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심영옥 교수를 찾았다. 권담윤 학생은 “심영옥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교수님께서 기획서를 보시고 흔쾌히 지도교수님이 돼주셨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연락드려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후마니타스칼리지 정치화 교수님과 이명상 산학협력단 매니저님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독립연구를 수행하는 데 대학에서 제공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됐다. 윤찬주 학생은 캠퍼스타운 지역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독립연구 참여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눈 경험을 언급하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이 많더라. 사회적 활동이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나도 지치지 않고 열심히 활동해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권담윤 학생은 창업동아리 활동을 추천했다. “학교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참여하지 않는다. 지원금뿐 아니라 대기업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 강연 등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준다”라고 강조했다.
권담윤, 윤찬주 학생은 ‘투더리더’ 팀으로도 활동했다.(관련 기사: “작은 목소리 귀 기울여 문제 해결하는 ‘투덜이들의 리더’”) 학업 외에 다른 활동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을 묻자 윤찬주 학생은 “주거환경 및 교육환경 분야에서 전공을 살려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KHU Valley Program(KVP)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KVP 때 배운 것들, 경험한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다른 친구들도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권담윤 학생은 “활동을 이어나가며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우린 봉사형 커뮤니티로 모든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사회 다방면에 관심을 지닌 다양한 커뮤니티가 늘어나고 참여자 또한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했다.
독립연구 수행하며 성취감 느껴, “도전에 용기가 생겼다”
이승연 학생은 이번이 두 번째 독립연구다. 2019년 창업 강의를 듣고 창업에 매력을 느껴 글로벌소셜다이닝 플랫폼 ‘35table’을 주제로 독립연구를 수행했다. 이승연 학생은 “창업 강의를 수강하며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아이디어를 구축해 실행해볼 수 있는 독립연구가 도움이 됐다”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전공지식을 접목해 재능기부 형태로 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었고 보람찼다”고 활동 소감을 전했다.
캐릭터 제작에 관심이 많은 이승연 학생은 캐릭터 디자인과 공간 디자인을 연계한 캐릭터 브랜딩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 “올해 송아지 캐릭터인 ‘쏭아(SSONGA)’를 창작해 관련 굿즈 등을 서울일러스트페어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 캐릭터 브랜딩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해 내고 싶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전태리 학생은 “자율적으로 활동을 주도해나가며 성취감을 느꼈다. 도전에 용기가 생겼다. 친구들이 재밌는 일을 하는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좋은 기회로 상까지 받았다. 자신의 영향력을 스스로 가두지 않고 이것저것 많이 해보면서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사회에 자리 잡은 이후에도 후배에게 계속 배우며 생각을 수정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손은우 학생은 “언택트 시대를 맞닥뜨리면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봉사를 해볼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해보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윤찬주 학생의 목표는 공간디자인 분야 사회진출이다. 윤찬주 학생은 “여성이 취업 후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퇴사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싶다. 나의 활동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언급했다.
권담윤 학생은 미술 경영 분야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 권담윤 학생은 “예술이 사회 전반에 좋은 영향을 주도록 구조적인 변화를 끌어내고 싶다. 한국에서는 예술의 선한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인은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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