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원편광 발광재료 설계의 상식을 깨다

2019-07-15 연구/산학

최석원 정보전자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신개념 원편광 발광재료의 설계지침을 제시, 디스플레이의 발광 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최석원 정보전자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 신개념 원편광 발광재료 설계지침 제시
디스플레이의 발광 효율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
“경희대가 경쟁력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 느껴”

빛은 직진할 때 좌우, 위아래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면서 뻗어 나간다. 그중 원을 그리며 나선형으로 나아가는 빛을 원편광(圓偏光)이라고 하는데, 반딧불도 그중 하나다. 원편광은 빛의 응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원편광 발광재료의 제작이 복잡하고 어려워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최석원 정보전자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신개념 원편광 발광재료 설계지침을 제시해, 디스플레이의 발광 효율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이 제시한 방법은 분자가 자발적으로 모여 형성되는 나선형의 짧은 섬유가닥 사이에 발광체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설계를 대체할 새로운 방법이다. 이를 이용하면 양자 암호화 통신도 구현할 수 있어, 센서, 통신, 보안 분야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아라오카 후미토(Araoka Fumito) 박사와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교육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기본연구) 및 국제협력사업(NRF-JSPS 한일협력연구사업), 그리고 BK21플러스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6월 11일 게재됐다(논문명: Circularly Polarized Luminescence Induced by Chiral Super Nanospaces).

“저렴하고 간단하게 원편광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신개념 원편광 발광재료의 개념도. 최석원 교수
연구팀은 분자의 자발적인 응집으로 형성되는
나선 형태의 단섬유와 단섬유 간의 공간에 발광
체를 도입해 원편광 발광 현상을 성공적으로
확인했다.

최석원 교수는 “복잡하지 않은 화학 구조로 플랫폼을 만들어, 저렴하고 간단하게 원편광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라고 연구 성과를 언급하며 “경희대가 주도한 연구결과가 세계적인 저널에 실렸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향후 이 연구 개념이 적용된 원편광 발광의 색 변환 재료를 개발해 미래 디스플레이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는 필터를 이용해 빛을 원편광으로 변환시켜왔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컸고, 투과광의 강도도 떨어졌다. 따라서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높은 투과 강도를 지니며, 색 변조를 할 수 있도록, 원편광을 직접 생성하는 재료에 관심이 높았다. 일반적으로 원편광 발광재료에는 희금속(rare metal)이 이용되거나, 시계·반 시계 방향 중 한쪽으로 회전하는 원편광을 발산하기 위해 발광재료도 반드시 복잡한 화학구조로 설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는 고가일뿐더러, 분자 설계 및 합성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최 교수 연구팀은 단순한 화학구조를 지닌 분자들로만 구성된 혼합물에서 원편광 발광 특성을 볼 수 있도록 신개념 원편광 발광재료를 설계했다. 원편광을 발광할 수 있는 분자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이 발광재료에서는 분자들의 자발적인 자기조립 및 분자 간의 상 분리 현상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 결과 복잡한 합성기술을 적용하거나 특수한 분자설계 및 복잡한 유기합성 또한 불필요하게 됐다. 다채로운 조합이 가능해 재료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재료 선택에 따라 발광 파장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색 변환 재료로 개발해 디스플레이 소자에 적용할 수도 있다.

최석원 교수는 “디스플레이 소자의 특성을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원편광 발광재료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며 “우리 연구실은 분자의 자기조립 및 자기정렬성을 이용해, 기능성을 지닌 재료를 연구하는 연구실로, 자연스럽게 분자들의 자기조립 특성을 이용한 원편광 발광재료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편광의 강도, 성능 향상하기 위한 연구 계속할 것
이번 연구의 제1, 2, 3저자가 모두 경희대 학생이라는 점도 의미 있다. 최석원 교수는 “어려운 도전이었고,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처음 연구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원편광 발광 현상을 확인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학생들이 어려운 길을 견뎌줘서 고맙다”며 “연구자로서의 기쁨을 맛볼 기회였다. 또한 각자 과제에 매달리지 않고 연구실원들이 서로 협력해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보람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연구팀은 원편광의 강도, 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최 교수는 “10년 후, 20년 후 과학 기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 멀리 보여주는 교수가 되고 싶다. 학생들도 연구자로서 먼 미래를 먼저 경험하고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제1저자인 김병천 학생은 오는 8월 석사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확정지었다. 김병천 학생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구하는 게 조금 힘들긴 했는데, 좋은 결과를 거둬서 기쁘다. 연구실을 떠나게 된 점이 아쉽지만, 교수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내 자리에서 열심히 연구할 계획이다”고 교수님과 연구실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저자로 함께 참여한 최현준(석사 3기) 학생은 “데이터 확보를 위해 일본에 가서 실험했는데, 선배가 했던 실험을 직접 해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 좋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앞으로도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관점으로 연구를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으로서 한 학기를 마친 이재진(석사 1기) 학생은 “빛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어서 연구실에 들어왔다. 교수님의 가르침과 선배들의 도움으로 즐거운 연구 생활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해나갈 계획”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최석원 교수 프로필>

경희대학교 정보전자신소재공학과 교수. 도쿄공업대학에서 박사학위 및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JST) 박사 후 과정, LG 디스플레이 선임연구원, 일본 JST 연구원, 스티븐스 공과대학교 방문 과학자로 지냈다. 광학 및 광 디바이스용 액정 재료가 주요 연구 분야이다. 주요 논문으로 <Liquid-Crystalline Blue Phase Laser with Widely Tunable Wavelength>, <Polymer Stabilization of Liquid-Crystal Blue Phase II toward Photonic Crystals>, <Enhancing and reducing chirality by opposite circularly-polarized light irradiation on crystalline chiral domains consisting of nonchiral photoresponsive W-shaped liquid crystal molecules>, <Photomodulated Supramolecular Chirality in Achiral Photoresponsive Rod-Like Compounds Nanosegregated from the Helical Nanofilaments of Achiral Bent-Core Molecules> 등이 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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