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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2016-05-31 교육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시대 개막, 인류는 미래 준비해야
“인공지능과 사람의 협업 능력이 미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월드컵 이후 가장 많은 외신기자들이 한국을 찾은 사건은 바로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치러진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바둑기사로 평가되는 이세돌 명인을 상대로 인공지능이 100만 달러의 상금을 놓고 결전을 벌인 것이다. 인공지능이 역사상 정복되지 않은 가장 복잡한 게임이라는 바둑마저 이길 것인지 아니면 역시 인공지능의 한계를 확인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따라서 이 경기는 이세돌에게는 개인의 경기가 아니라 인간 전체의 대표로서 하는 경기였다.
사람들은 이 바둑 경기를 한 수 한 수 손에 땀을 쥐고 관람했다. 프로기사들이 생각지도 못한 수를 알파고가 두었을 때 해설자가 잘못된 수라고 평가했지만 게임은 결국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최종 결과는 4대1로 이세돌은 1승을 거두는 데 만족했고, 전문가들은 그 1승이 인간이 알파고를 상대로 거둔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인간보다 능력 있는 인공지능 활성화로 일자리 감소될 것
왜 이 사건이 세계적으로 큰 뉴스가 되었고 한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트렸을까? 알파고가 사용한 기술이 바둑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술이기 때문이다(좀 더 구체적으로는 딥러닝, 강화학습 기술, 게임트리 탐색 기술, GPU 및 병렬처리 기술 등). 즉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전문적이고 어려운 분야까지 인공지능이 더 잘할 수 있음을 현실에서 보여준 사건이었기에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피부로 느끼며, 나보다 능력 있는 인공지능의 출현에 나와 우리 자식들의 장래를 걱정하게 된 것이다.
지난 50년간 정보화 시대에 잘 적응해왔던 우리를 놀라게 한 최신 인공지능 기술은 기존의 프로그램과 무엇이 다를까? 가장 큰 차이는 기존 프로그램은 프로그래머가 작성한 프로그램을 수행할 뿐 지능의 가장 큰 특징인 스스로 학습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50여 년간 인공지능 연구가 있어왔고 자료로부터 학습하는 방법들을 꾸준히 연구해왔지만 2012년 획기적인 성능을 보여주는 딥러닝 학습법이 소개되며 현실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 기반의 기존 컴퓨터 구조로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 “인간에게는 어려운 일이 로봇(컴퓨터)에게는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은 로봇(컴퓨터)에게 어렵다.”)로 알 수 있듯이, 인간이나 동물은 잘하는데 컴퓨터가 잘 못하는 분야가 있었다. 그런데 사람의 뇌 신경을 모방한 신경망을 모델로 사용하는 딥러닝 기법으로 인간만이 잘하던 영상 및 음성 이해, 언어 처리 등을 비롯해 전문가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로봇 기술이 인공지능과 결합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보 제공 수준을 넘어 실제 물리 세계에서의 일까지 대신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화·세계화·로봇 등으로 인해 역사상 처음으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전 세계 일자리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인간보다 능력 있는 인공지능이 활성화됨으로써 일자리 감소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에 함몰된 가치관, 인간 중심으로 바꿔야
바둑보다 더 쉬운 체스는 이미 20여 년 전에 컴퓨터가 인간을 앞질렀다. 그리하여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경기에 참가하고 다양한 조합으로 팀을 만들어 경기를 하게 되었는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은 프로그램과 사람의 혼성팀이었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 줄 알면서도 체스를 잘 아는 사람으로 구성된 혼성팀이 인공지능팀이나 인공지능과 프로급 선수의 단순 결합팀보다 성적이 좋았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협업 능력이 미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앞으로 필요한 교육이나 인력 양성의 방향은 문자 문맹과 디지털 문맹을 벗어나는 것뿐 아니라 인공지능 문맹을 극복하고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라도 하기 어려운 비정형적인 일, 인지조작 협응 능력이 필요한 일, 소통과 설득의 일, 포괄적 시각과 유연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일, 감성적인 대인 스킬이 필요한 일, 창조적인 일 등 이성적인 뇌를 모방하는 인공지능으로는 어려운 일이 남아 있으므로 그 분야로 교육 및 일자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적 목적이 아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치 있는 일자리를 개발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동안 경제 능력에 따라 사람의 가치를 판단해왔다. 그런 가치관을 바꾸어 인간 자체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능력이 아닌 자기만의 독특한 가치를 가진 소중하고 의미 있는 존재로 서로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어야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힘든 노동에서 해방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가 된다면, 그곳이 바로 이생에서의 천국이 아니겠는가.
정태충(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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