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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
2016-05-31 교육
수능 위주 대입 변화, 학생 주도·창의적 학습 유도
잠재력 가진 미래 인재 선발 등 성과 거둬
대학입시는 대학이 우리 사회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필요한 ‘미래 인재 양성’과 ‘고등교육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출발점이다. 최근 대학입시정책의 기조는 대입전형의 간소화이다. 이러한 기조에 맞추어 모든 대학들이 수시 4개, 정시 2개 이내로 전형 수를 줄이고 전형 요소를 간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
또 다른 기조는 학생부 위주의 전형 확대이다. 이에 따라 여러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해왔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활동과 더불어 비교과 활동을 종합적으로 정성 평가하는 전형이다. 이 전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는 이제 3년이 되었다. 아직 그 공과를 판단하기에는 좀 이르지만 최근 입시 결과를 살펴보면 학생부종합전형이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득계층 다양화·지역 간 불균형 해소에 기여
우선, 학생부종합전형은 입학생의 ‘소득계층 다양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 입학전형연구센터에서 2015학년도 경희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저소득층 대상 위주의 국가장학금 수혜율은 학생부종합전형(정원 내) 입학생이 44.9%로 가장 높고, 논술전형 27.7%, 수능전형이 20.6%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한 선발이 보다 고른 입학 기회를 제공해 소득계층 간 고등교육 기회의 불균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다양한 지역의 고교생들이 선발됨으로써 ‘지역 간 불균형의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경희대의 조사에 따르면 학생부종합전형 입학생 가운데 수도권 출신은 48.4%로 수도권 인구 비율 49.5%보다 적은 수치이다. 반면에 논술전형 입학생은 77.3%, 수능전형 입학생은 61.8%가 수도권 출신이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수도권 고교생에 편중되지 않고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바람직한 성과인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우리 사회의 발전과 번영에 필요한 창의성과 인성을 갖춘 미래 인재의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데도 기여한다. 이제 세계는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는 로봇이 단순 기술이 필요한 직업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를 위해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어려서부터 학교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특히 중·고교에서 자기주도적 교과 활동과 더불어 독서, 체험, 봉사, 동아리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통해 배양된다. 최근 초미의 관심사였던 인공지능 알파고의 개발책임자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학창 시절 특별활동 수업에 열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고교의 교과수업과 연계된 다양한 비교과 활동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 인성을 키우는 데 아주 중요한 교육과정의 일부이다.
여러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는 이유는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인성 등 미래 인재로서 잠재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다. 매년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됨에 따라 고교교육 현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간 수능 위주로 대입을 준비하던 고교들이 학생부 위주 전형,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자 이에 부응해 수업 방식을 개선하고 비교과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학생들이 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학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확대로 교과 수업 혁신 노력 고교에 확산
이러한 긍정적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각에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특목고나 특정 지역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희대 사례와 같이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보다 다양한 지역과 계층의 학생들이 선발되고 있다. 이 전형은 특정 고교나 특정 지역에 유리한 전형이라기보다 우수한 교과 활동과 이와 연계된 비교과 활동을 균형적으로 내실 있게 수행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다.
또 하나의 비판은 평가 기준이 애매해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시각이다. 많은 대학들이 지난 8년 동안 입학사정관전형과 이를 계승한 학생부종합전형을 시행하면서 평가 기준과 사례들을 수험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적극 설명하고 평가의 전문성을 높이는 등 공정한 평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매년 여러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해온 것은 다년간의 평가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됐기에 가능했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일각의 비판은 이 전형의 전반적인 긍정적 성과는 간과하고 부분적 현상만 바라본 것이다.
대학입시가 학생부 위주 전형 중심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는 고교교육이 공교육 중심으로 제 모습을 찾아가는 데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 매년 확대됨에 따라 교과 수업을 혁신하고 교내 비교과 활동을 다양화, 내실화하는 노력들이 여러 고교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창의성과 인성을 갖춘 미래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공교육이 마땅히 나아갈 바이고, 우리 모두가 지향하는 ‘고교교육 정상화’의 본질인 것이다.
김현(경희대 입학처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처: 2016년 3월 30일자 한국일보 31면 오피니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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