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마지막 월급 600만원까지 기부
2018-09-28 교육
박훤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년퇴임 맞아 미원사업기금 기부
“‘문화세계의 창조’에 일조하고 싶다”
박훤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정년퇴임을 맞아 마지막 월급 600만 원을 미원사업기금으로 기부했다. 박 교수는 이로써 총 1억 원을 기부하고 경희 캠퍼스를 떠나게 됐다.
2000년 전임강사로 경희대 강단에 선 박훤일 교수는 지난 8월 31일까지 18년간 법과대학과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국제거래법을 가르쳤다. 시간강사 경력까지 포함하면 23년 만에 맞은 정년이다.
박 교수는 경희에서의 첫 기억을 떠올리며 “은행에 다니다가 경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임용됐다. 저를 이끌어주신 법과대학 교수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기부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라식 수술비, 해외 탐방 등 지원
기부의 또 다른 계기는 지도학생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다. 학생 상담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딱한 사정을 접한 박훤일 교수는 “지정 장학금제도를 이용해 학교 이름으로 해당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가정형편상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밝힌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시력이 좋지 않은 학생의 라식 수술비 일부를 지원하기도 했다. 해외탐방도 중요하게 생각해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박 교수는 “경희대 덕분에 외부 용역과제를 수행했기에, 기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교수는 아산사회복지재단 신임교수, 중견교수 연구비 지원을 받고, 연구결과를 집문당에서 단행본으로 출판했다. 그는 “정부로부터 전문가로 인정받았고, 두 번째 책은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됐다”며 “이는 모두 경희대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낡은 컴퓨터, 빔 프로젝터를 보면 가슴 아팠다”
박훤일 교수는 대학에 기부하는 것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경희정신을 구현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강의실의 컴퓨터, 빔 프로젝터 등이 낡은 것을 보면 불편함을 느끼기 전에 가슴이 아팠다”며 “대학 구성원으로서 기부에 동참해 대학다운 미래대학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부와 세금을 비교하며 기부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기부는 언뜻 세금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발적으로 한다는 점,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확연하다”며 “연말정산으로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매달 월급에서 20만 원씩 법학연구소에 기부해온 박 교수는 “이는 지지하는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것과 같다”며 “많지 않은 금액이라도 기부를 습관화하면 기부자에게도 도움이 되고,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길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기부를 독려했다.
위키피디아식 법률 백과사전 계속 만들 것
박훤일 교수는 학생들에게 “학교에 다니는 것 자체가 장학금을 받는 것임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 글로벌 존과 같은 학교 시설, 창업지원, 해외연수 등을 적극 활용하면 장학금 이상의 결과를 가져갈 수 있다”며 “도서관이 구독하는 전자도서 DB의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강조했다.
좀 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다는 박 교수는 그 동안 해온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위키피디아 형식으로 한국의 법률문화정보를 영문 백과사전으로 만들어 무상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제공하는 ‘KoreanLII(Legal Information Institute, http://koreanlii.or.kr)’를 운영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1,800여개 항목에 달하는데, 이 같은 콘텐츠가 향후 인공지능 학습 자료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며 “언젠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정년을 맞아 경희 캠퍼스를 떠나게 되었지만, 마음은 늘 경희와 함께”라며 “경희대와 관련해 예상 밖 수입이 생기면 ‘기부’라는 단어부터 떠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훤일 교수 프로필>
前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1975)하고, 한국산업은행 재직 중 암스테르담 대학원 유럽통합과정(International Course in European Integration, diploma)(1987), 미국 댈러스 소재 SMU 로스쿨 LL.M과정(1994)을 수료했다. 2000년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법과대학에 전임강사로 임용, 2011년 법학전문대학원 정교수가 됐다. KISA의 자문교수와 법무부 국제거래법연구단 위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북한 등 체제전환국의 담보제도를 연구하며 법원행정처의 특수사법제도 연구위원을 지냈고, 법무부 통일법령 특별분과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주요저서로는 <개인정보의 국제적 유통에 따른 법적 문제와 대책>(집문당), <남북경협 확대에 대비한 북한 담보제도의 정비방안>(집문당), <글로벌 프라이버시 보호>(E.엘가) 등이 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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