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기술 발전의 키, 인류가 쥐어야”
2018-09-28 교육
인공지능 분야 세계적 석학, 맥스 테그마크 MIT 교수 ‘미원렉처’ 특강
‘생명, 인공지능, 인류의 미래’ 주제, 인공지능이 몰고 올 미래 전망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은 곧 다가올 미래에 축복이 될 수도 있고 동시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선택은 인간에게 달려 있다.”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 MIT 교수가 지난 9월 6일(목) 오후 3시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네오르네상스관 네오누리에서 ‘미원렉처’의 연사로 나섰다. 미원렉처는 경희대 설립자 故 조영식 박사의 호인 ‘미원(美源)’을 따서 이름 지은 특별강연으로, 우리 사회와 인류 문명의 새로운 안목, 평화로운 미래에 기여하기 위해 2010년부터 시작했다.
스웨덴 출신의 물리학자이자 우주론 학자인 맥스 테그마크 교수는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탁월한 성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날 네오누리를 가득 채운 2백여 명의 청중들의 표정에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생겨날 변화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핵무기 금지처럼, 자율살상무기 개발 막아야”
이날 미원렉처는 테그마크 교수의 특강과 김상욱 이과대학 교수와의 심층 대담 순으로 진행됐다.
인공지능의 발전상을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한 테그마크 교수는 “걷지 못하던 인공지능 로봇은 현재 공중제비도 할 수 있다”며 “인간만이 사고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사고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 삶에 편리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증대시킨다. 테그마크 교수는 “자율살상무기를 갖게 되면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사용할 것이다. 이 때문에 핵확산금지조약(NPT,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과 같은 조약을 통해 개발 자체를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전한 인공지능 연구를 위해 ‘생명의 미래 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 2017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실로마에서 개최된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아실로마 인공지능 원칙’을 발표했다. 이 원칙은 연구 이슈(5개항), 윤리와 가치(13개항), 장기 이슈(5개항) 3가지 범주로 구성됐다.
이 원칙의 23번째 원칙이 ‘공동선(Common Good)’이다. 범용인공지능이 특정한 나라나 특정 조직, 특정 개인을 넘어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서만 개발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공지능이 강력한 통제 아래 인류 전체의 공익을 위해서만 사용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원칙에는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의 연구자 816명과 관계자 1천 200여 명 등 2천여 명이 서명했다. 이 중에는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2045년에 온다고 예측한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을 비롯해 애플, 페이스북, IBM 등 주요 기업 인사들도 포함됐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혜택은 사회적으로 공평하게 분배돼야”
테그마크 교수는 “현재 우리가 마주한 문제점 중 하나가 ‘부의 불평등’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으로 인해 새로운 부가 발생할 것인데, 이것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며 부의 사회적 분배를 강조했다.
분배와 함께 테그마크 교수가 강조한 것은 인공지능 연구의 ‘방향성’이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돕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올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최근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범용인공지능이 가까운 시일 내에 개발될 것으로 예측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개량하며 인류를 능가하는 존재가 되면 인류에게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가난한 자들이 부자가 돼 모두가 부자가 될 수도 있고, 끝없는 군비 경쟁으로 인류가 공멸할 수도 있다. 테그마크 교수는 “기술이 인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목표를 달성하는 지능이 인공지능 연구진의 목표
특강 이후 테그마크 교수와 김상욱 교수의 대담, 그리고 사전에 받은 청중들의 질문에 테그마크 교수가 대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김상욱 교수는 테그마크 교수에게 인공지능의 ‘지능’과 ‘의식’의 정의에 대해 질문했다.
테그마크 교수는 “‘지능’은 ‘복잡한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지능이 있다는 것은 목표를 더 잘 달성한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지능은 IQ처럼 특정한 영역이 없어 측정할 수 없다. 복잡하고 포괄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지능은 인공지능 연구진들의 목표다.
테그마크 교수에 의하면 ‘의식’은 ‘경험’과 관련된다. 그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예를 들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소리, 음성, 주변 환경을 데이터로 처리한다. 하지만 인간은 경험적인 요소를 첨가해 운전한다. 이 둘의 차이가 의식이라는 것이다.
일반 대중도 인공지능에 관심 두고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해야
청중들의 질문에 대한 답도 이어졌다. 한 청중은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 물었다. 테그마크 교수는 “인류가 인공지능이 감정을 갖길 원하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술적으로 감정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 청중은 핵무기나 생화학무기처럼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기를 몰래 만드는 사례가 있어 인공지능 무기가 인류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테그마크 교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한다”며 “인공지능 무기 개발이 나쁜 일이라는 낙인을 찍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인공지능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테그마크 교수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일반 대중이 인공지능에 대해 작은 관심이라도 갖고 있어야 인공지능이 악용되는 사례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인공지능 분야의 석학인 맥스 테그마크 교수는 테드(TED) 강연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눈앞에서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감명깊었다”며 “인공지능을 연구하면서 스스로 기술적으로만 접근하고 있었던 점을 반성하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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