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가정용 PC 한 대로 신경세포칩 설계
2018-09-05 교육
강경태·이민형 응용화학과 교수 연구팀, 그래핀 신경세포칩 설계 연구
나노 분야 세계적 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논문 게재
“그래핀의 산화·환원 패턴 이용, 세포 정렬 쉽고 간단하게 구현”
복잡하고 정교한 신경세포칩 설계를 가정용 컴퓨터 한 대로 누구나 할 수 있게 됐다. 강경태, 이민형 응용화학과 교수 공동연구팀 덕분이다. 연구팀은 적외선 레이저를 활용해 그래핀(Graphene) 물질 위에서 신경세포의 흡착 및 신경돌기 성장 방향을 제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논문명: Neurite Guidance on Laser-Scribed Reduced Graphene Oxide)를 발표했다.
이민형 교수는 “그래핀의 산화·환원 패턴을 이용해 세포 정렬을 쉽게 할 수 있고, 동시에 패턴 자체가 전극 역할을 해 매우 간단하게 신경세포칩을 구현할 수 있다”라며 “신경세포칩 연구 분야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기존 연구는 화학적 제어가 필요하거나 기판 제작이 쉽지 않았으며, 생체 적합성이 문제시됐다. 강경태 교수는 “화학 반응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우며, 제작이 쉽고, 생체 내 거부 반응이 적은 신경세포 성장 기판을 개발해냈다”라며 “체내 바이오 칩 이식 과정에 효과적이며, 이를 이용한 새로운 연구 방향도 제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은 지난 7월 나노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온라인판에 게재됐고, 표지논문으로 실릴 예정이다.
뇌의 메커니즘에 관심 많아
연구의 출발은 ‘뇌’였다. 아인슈타인도 뇌의 극히 일부분밖에 쓰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뇌는 인간의 신체에서 미지의 영역 중 하나이다. 연구팀은 평소 뇌의 메커니즘과 주변 환경이 신경세포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강경태 교수는 “그러던 중 그래핀 유도체들이 생물학적 시스템에 적합한 성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산화그래핀 응용 실험을 하던 이상화 학생(제 1저자, 응용화학과 석사)을 만나 기판을 제작해 신경세포를 키워보게 됐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신경세포칩은 살아있는 신경세포를 이차원 기판의 전극 위에서 배양해 낸 바이오칩으로, 신경계 정보처리와 뇌 기능 연구, 인간 뇌와 상호작용하는 전자소자 개발, 인공뇌 연구 등의 기반이 된다.
미래의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은 흑연의 한 층인데, 0.2㎚의 두께로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이 매우 높다. 생물학적 시스템에 적합하고 신경세포의 성장을 자극하는 특성이 있어, 이를 이용해 신경세포칩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신경 전자 기기 및 센서 분야에서도 큰 관심 보일 것
연구팀은 적외선 레이저로 그래핀 표면에 패턴을 형성하고, 이 패턴에 따라 신경돌기의 방향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그래핀 신경세포칩을 설계했다. 이민형 교수는 “산화그래핀에 적외선 레이저를 쬐면, 레이저가 닿은 부분이 환원되면서 신경세포 친화적으로 변화한다”라며 “환원된 산화그래핀에 신경세포가 흡착, 발달하는 특성을 이용해 신경망의 구조를 간편히 제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경세포는 자랄 때 신경돌기가 무작위로 성장해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복잡한 방법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연구방법을 이용하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적외선 레이저로 직접 패턴을 조절해가며 신경돌기 성장을 쉽게 제어할 수 있다.
이때 사용되는 적외선 레이저는 일반 PC에 달린 DVD 드라이브와 레이블용 이미지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것으로, 전문성이 없는 사람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뉴런에 적용했던 기존의 기판들에 비해서 생체에 적합하며 뉴런 성장의 주요 원인을 기판의 지형(topography)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화학적 제약이 없다. 특히 전기적 신호가 중요한 뉴런의 신경계에서 산화그래핀과 부분적으로 환원된 그래핀 각각의 특성을 상호 보완해 전기적 신호를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 전자 기기 및 센서 분야에서도 큰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융합연구로 창의적인 결과 낼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강경태 교수 연구팀과 이민형 교수 연구팀의 합작품이다. 공동연구팀에는 이상화 학생, 이한별(응용화학과 12학번) 학생, 김윤영(응용화학과 석사 2기) 학생이 제1저자로, 정재렬 학생(응용화학과 석사 4기)이 저자로 참여했다. 융합연구로 거둔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미세하고 연약한 신경 배아세포를 다루는 실험이다 보니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세포가 모두 죽거나 오염되는 일이 많았다. 김윤영 학생은 “세포가 죽어버리면, 임신한 지 18일 정도 된 랫(실험용 쥐)에서 얻은 새끼 쥐의 뇌에서 뉴런을 얻어야 하는 등 처음부터 다시 키워야 했다”라며 “실험하는 동안 최대한 청결을 유지하고, 실험을 자주 반복해 손에 익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정재렬 학생은 “두 분 교수님 실험방이 서로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더욱 창의적인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윤영 학생도 “응용화학과는 생화학, 유기화학, 무기화학, 물리화학, 분석화학 등 세부 분야가 다양해 폭 넓게 배울 수 있고, 각 분야마다 유능한 교수님들이 계시고, 융합을 강조하셔서 창의적인 발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윤영 학생은 “신경세포로 시작했지만, 신경퇴행성질환인 알츠하이머에 관심이 많다”며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을 알아내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정재렬 학생도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거나 이산화탄소를 환원시켜서 에너지로 쓰일 수 있는 메탄가스를 만드는 등 대체에너지에 연구의 중점을 두고 있다”며 “에너지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학부연구생으로 참여한 이한별 학생은 “신경계 시스템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성과를 통해 자신감이 생겼다”며 “신경세포의 생존 능력을 높이는 뇌 신경회로 설계방법을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관심 있는 분야가 명확하고 자신의 길에 확신이 있다면 학부연구생으로 지원해 미리 경험해보는 것이 전문성을 키우고 견문을 넓히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신진연구, 중견연구),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경기도지역협력연구센터(GRRC)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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