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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경희 공학'의 미래

2018-02-27 교육

레트로 게임기를 들고 모여 앉은 소프트웨어융합학과 17학번 황승원, 주민하, 박채영 학생(사진 왼쪽부터). 2017년 신설된 소프트웨어융합학과의 첫 신입생으로서 보낸 한 해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프트웨어융합학과 학과 소개(3) - 재학생 인터뷰
‘텀 프로젝트’ 등 스스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강의에 만족
“교수님과 함께 프로그램 개발하는 프로젝트식 강의 원한다”

‘경희공학’은 미래과학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4차 산업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희 고유의 융합교육 모델 KHU-CEM(Kyung Hee University Convergence Education Model)을 수립하고 지난해 소프트웨어융합학과에 이어 올해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을 신설했다.

컴퓨터공학과와 소프트웨어융합학과를 포함하는 새로운 단과대학이 ‘경희 공학’의 미래를 열어나가고 있다. 소프트웨어융합학과의 도전과 성취, 다전공과 부전공을 살펴본 데 이어, 이번에는 소프트웨어융합학과 재학생들을 만났다<편집자 주>.

전자정보대학 1층에 위치한 오픈랩 ‘무한상상공간’의 문을 열자 익숙한 음악이 들려왔다. 음악은 오래된 게임기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2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게임기 앞에 소프트웨어융합학과 17학번 박채영, 주민하, 황승원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익숙한 음악의 정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게임 시리즈 ‘슈퍼마리오’의 배경음악이었다.

1990년대나 봤을 법한 레트로 게임기 ‘패미콤’은 주민하 학생이 게임 개발을 위해 구입한 것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유행했던 게임기를 가지고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다니. 이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2017년 신설된 소프트웨어융합학과의 첫 신입생으로서 보낸 한 해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
Q. 소프트웨어융합학과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황승원(이하 황): 재미있겠다싶어 지원했습니다.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고요. 신설학과다보니 동기끼리 잘 뭉칠 수 있겠다 싶었죠.

박채영(이하 박): ‘알파고(AlphaGo)’를 접하고 인공지능(AI)에 관심이 생겨 그쪽으로 공부하고 싶었는데 소프트웨어융합학과에 데이터사이언스 트랙이 있는 것을 보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주민하(이하 주): 오랫동안 꿈꿔왔던 게임 분야를 마음껏 공부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원했습니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만 배우는 게 아니라 다른 분야와 만나 뚜렷한 결과물을 산출해낸다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끌렸어요.

Q. 입학 후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무엇인가요?
황: 동기들 대부분이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게 가장 맘에 듭니다. 교수님, 학생들 모두 열정적이어서 시너지 효과가 상당합니다. 2017년 처음 개최된 SW 페스티벌에 동기들이 많이 참가했고, 주민하 학생은 수상도 했습니다. 교수님들로부터 호평도 받았고요. 학부 수준을 넘어선 것 같은 동기들이 꽤 많아요. 좋은 자극이 됩니다.

주: 교수님들이 좋고, 전공 강의도 맘에 들어요.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융합개론, 파이썬(Python, 프로그래밍 언어) 등 핵심기초를 배우고 ‘텀 프로젝트(Term Project)’라고 해서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절벽에 던져 놓고 ‘알아서 올라와’ 이런 느낌이지만.(웃음)

정해진 기준이나 틀이 없어서 자유로운 점이 좋았고, 그렇기에 잘해보자는 의지가 생겼어요. 학생들이 하고 싶은 만큼 다 할 수가 있었거든요. 본인 의지에 따라서 움직이니 재미있고,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박: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텀 프로젝트는 자유주제였는데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해내려 하다 보니 인터넷과 책에서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스스로 공부하면서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동기들도 많이 도와줬고요. 신설 학과라 선배들이 없으니 동기들끼리 서로 도와주는 문화가 형성된 부분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학생들은 “동기들 대부분이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게 가장 맘에 든다”며 “교수님, 학생들 모두 열정적이어서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 동기들끼리 서로 돕는 문화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컴퓨터 전문가가 아닌 트랙별 전문가가 목표
Q. 소프트웨어융합학과는 자율성을 많이 강조하는 것 같아요. 융합교육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주: 소프트웨어융합학과는 간단히 말하자면 소프트웨어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를 융합시키는 것인데, 이것을 구체화시킨 것이 트랙입니다. 우리 학과에서는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라, 트랙별 전문가가 목표예요.

소프트웨어를 공부하고 나서 ‘이제 무얼 할까?’가 아니라, ‘번역기를 만들어볼까? 그럼 인공지능과 언어학을 공부해야겠다’와 같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전문지식에 방향성을 추가하는 것이죠.

학과 교수님께서 ‘유목민’이라는 표현도 하셨는데, 트랙별로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학과에서 추구하는 융합이 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데이터사이언스 트랙의 경우 데이터센터프로그래밍 등 기술적인 부분도 배우지만, 통계학이나 경영과학 등 산업경영 관련 공부도 해야 돼요.

게임콘텐츠 트랙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3D모델링, 코딩 말고도 스토리텔링, 게임학, 사운드 디자인, VR/AR 등을 배우며 시대가 바뀌어도 창의적 게임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배웁니다.

미래자동차·로봇 트랙도 전기전자회로, 물리학, 프로그래밍 등 핵심적인 것뿐 아니라 자동차로봇디자인, 자동제어, 영상처리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는 융합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예 새로운 트랙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요. 말 그대로 유목민이죠. 전자정보대학에만 머무르는 학생은 없습니다.

학생 개인별 홈페이지 제작, ‘살아있는 포트폴리오’
Q. 학과 내 활동도 소개해주세요.
박: 트랙별로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데이터사이언스 트랙은 ‘모아(MoA)’를 만들었어요. 2~3명씩 조를 짜 각자 맡은 부분을 가르쳐주는 식으로 데이터사이언스 입문서 스터디를 했고요, 데이터사이언스 관련 프로젝트, 코딩할 때 사용되는 모듈이나 툴을 소개하는 사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친구들마다 하고 싶은 게 달라요. 주식 등 경제 분야에 관심이 있어 모의 투자를 해보자는 친구들도 있고, SNS를 분석해 감정 상태를 알아보자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런 의견을 모아 동아리 내에서 분야별로 발표하고 피드백하는 활동도 이뤄질 계획입니다.

황: 게임콘텐츠 트랙은 ‘레트로(retr0)’라는 게임개발동아리가 있어요. 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융합학과 모두 가입할 수 있고요, 동아리 내에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게임제작팀을 조직하고 게임을 만듭니다. 회장님이 능력자여서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게임콘텐츠 트랙의 실력을 책임지고 있는 동아리예요. 미래자동차?로봇 트랙은 ‘COMA’라는 동아리가 있습니다. 동아리 활동방향을 논의 중에 있습니다.

Q. 소프트웨어융합학과만의 특별한 것이 있다면?
박: 학과 홈페이지(http://swcon.khu.ac.kr/)에 가면 학과구성원 학부 학생 목록이 나오는데, 학생 이름 옆에 개인홈페이지가 링크돼 있어요. 개인홈페이지에는 텀 프로젝트했던 영상, 파이썬 강의 등이 업로드 돼 있는데요, 각 홈페이지가 학생들의 살아있는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황: 학과 홈페이지는 이성원 학과장님이 만드셨고요. 학과장님께서 직접 여러 질문들에 답도 달아주십니다. 공지도 직접 올려주시고, 18학번 신입생들을 위해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주셨습니다. 이렇게까지 학생과 소통하는 교수님이 계시다는 게 우리 학과의 특별한 점 같습니다.

주: 소프트웨어융합학과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위키도 있습니다. 이름은 ‘소융위키’(http://www.swcon.wiki)인데요. 저와 황승원, 차수환 학우가 힘을 모아 만들었습니다. 학과 소개부터 공지, 행사, 트랙별 설명 등이 자세히 나와 있고, 소프트웨어융합학과 학생이라면 입력, 수정이 가능합니다.

스티븐 잡스의 ‘차고’ 같은 공간 필요
Q. 소프트웨어융합학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주: 제가 2017학년도 소프트웨어융합학과 학생회장으로서 학우들의 의견을 모아봤는데, 전임교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 교수 임용 시 학위, 논문 등의 기준보다는 실제 개발한 프로그램, 실무경험을 위주로 평가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얼마만큼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수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학우들이 교수님과 함께 직접 코딩을 하는 프로젝트식 심화 강의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이론은 인터넷으로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코세라(Coursera), 유데미(Udemy), 인프런(Inflearn) 등의 사이트에서는 대학에서 제공하지 않는 양질의 강의가 있거든요.

학생들은 프로젝트식 강의를 수강하며 실질적인 능력, 즉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느냐에 답할 수 있는 역량을 쌓을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교육방식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알맞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황: 밤새도록 공부하고 실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납땜을 하는 등 무언가를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합니다. 스티븐잡스의 ‘차고’ 같은 공간이 필요해요. 누구든지 쓸 수 있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학생 스스로 노력하면서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었으면 합니다.

또 교양강의와 전공강의 간 밸런스 조절도 필요합니다. 교양교육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지만 수강하고 싶은 전공선택 과목이 많은데 교양 33학점을 채우다보면 못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습니다.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육과정에 대해서 학교 측에서 유연하게 고민해주길 바랍니다.

Q.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주: 입학 후 시간을 역행하며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 개발한 게임이 테트리스예요. 다음 목표는 90년대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고요. 이렇게 차근차근 전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바로 실무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요.

황: 저는 원래 게임콘텐츠 트랙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데이터사이언스 트랙에 흥미가 생겨서 데이터사이언스 트랙으로 결정을 했고요. 현재 웹 개발을 공부하고 있는데, 전문 분야를 정해 거기서 프로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박: 일단은 교직이수를 하고 싶어요. 실무에 뛰어들어 실무자가 되고 싶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소프트웨어융합학과 학생들은 ‘학생교수’를 도입해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아직은 교육과정에 속해있지 않은 웹 개발, 게임 개발 프로그램 등을 배우고 있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 있다면 선생님으로 모시고 배우겠다는 것. ‘경희 공학’의 더 큰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들의 ‘열정’이다.

▶ 관련 기사 보기
소프트웨어융합학과(1) - 학과 소개
소프트웨어융합학과(2) - 다전공·부전공

박은지(커뮤니케이션센터, sloweunz@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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