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독립연구’ 본격 시행
2016-03-15 교육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연구 주제 선정해 한 학기 동안 과제 수행
‘교육에서 학습으로’ 교육 패러다임 전환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를 향한 교육’을 기치로 2011년 출범한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올해 ‘후마니타스 2020’과 함께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한다. 지난 해 <포브스(Forbes)>지 아시아 10대 교양 대학의 하나로 선정된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지난 5년의 성과를 토대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 첫 걸음으로 후마니타스칼리지는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습권을 보장하는 ‘독립연구(independent study)’ 교과를 신설했다. ‘독립연구’는 2009년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총학생회가 도입한 ‘배움학점제’와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시민교육’ 교과의 취지를 확대,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한 자유이수교과(2학점)이다.
‘총장과 학생과의 대화’에서 제안된 의견 교과과정에 반영
‘독립연구’는 지난해 7월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문명의 미래, 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총장과 학생과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조인원 총장과 학생들이 마주 앉아 <미래대학리포트 2015>(재학생 1만 4천여 명이 참여한 대학생 인식 조사 보고서)에 대한 심층토론이 진행된 이 자리에서 한 학생이 ‘독립연구’ 도입을 제안했다.
박예지(정치외교학과 15학번) 학생은 “전공교육이 새의 몸통이라면 전공지식이 올바른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두 날개가 필요하다. 한 날개는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배운 가치들이고, 다른 날개는 그 가치들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해외 자료를 찾아봤는데, 미국 브라운대학의 경우 ‘독립연구’라는 과목이 있었다. 이런 제도를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조 총장은 “독립연구 도입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고, 2016년 봄 학기부터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자율성, 창의성, 탐구력, 협동심을 북돋워주는 독립연구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독립연구’는 학생들이 개인, 혹은 팀을 구성해 자율적으로 연구 과제를 설계하고, 이를 직접 섭외한 담당교수의 지도 아래 한 학기 동안 탐구한 뒤 평가를 받는다. 담당교수 1명은 총 4개 팀까지 지도가 가능하다.
연구과제 77개, 지도교수 57명, 학생 170여 명 참여
독립연구 주제는 연구(전공·교양), 실천, 참여, 창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이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다. 연구과제에 구상을 마친 학생들은 연구계획서를 작성, 미리 제출한 계획에 따라 함께 독립연구를 수행하고, 학기 말이 되면 ‘활동보고서’와 ‘활동 결과 실적물(논문, 포트폴리오, CD 등)’을 제출한다. 성적은 절대평가 방식(PASS 또는 NON-PASS)으로 평가된다.
이번 학기에 시행될 ‘독립연구’는 지난 2월 중순부터 3월 8일까지 서울과 국제캠퍼스 후마니타스타스칼리지 행정실을 통해 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연구과제 77개(서울 55개, 국제 22개)가 접수됐고, 총 57명의 지도교수와 17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한다.
접수된 과제들 중에는 ▲중력파로 보는 상대성 이론 ▲제국의 위안부와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관한 탐구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한국 경제 정책 연구 등 학생 각자의 전공과 교양 분야에 대한 연구 성격의 과제가 가장 많았다.
미디어 매체를 활용해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를 알리거나, 해외 지진피해 지역을 위한 교육 지원 활동 등 국내외적으로 과제를 실천하는 팀도 있다.
정경대학 학생 3명으로 구성된 ‘네팔프로젝트’팀(우대식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은 지난해 4월 지진피해를 겪은 네팔 다딩 지역의 임시학교에 도서 및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네팔 지역 학교들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 지원뿐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기금모금과 행사 진행, 메디피스·EPF-Nepal 등 NGO단체와의 연계협력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나랏말싸미’팀(이선이 한국어학과 교수)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도움이 되는 한국의 문화를, 내국인에게는 몰랐던 한국의 숨은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팟캐스트’ 서비스를 활용할 계획이다. 방송에 내보낼 대본부터 영상까지 모든 것을 직접 제작하고, 독립연구가 끝난 후에도 방송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해외봉사를 통해 개도국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깨달은 한 학생의 ‘개발 및 교육관련 국제 NGO 설립’ 과제나, 해외의 공유경제 사례에서 착안한 ‘서울시 소외계층을 위한 도움 나눔 플랫폼 개발’ 등 학생들의 독립연구는 연구, 실천, 참여, 창업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국내 대학 최초로 교양·전공 불문, 전교생 대상으로 개설
무엇보다 경희대의 ‘독립연구’는 국내 대학 최초로 교양과 전공을 불문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개설되었다는 점, 기존의 학제와 학문이 담보해주지 못하는 창의적 연구·실천 영역을 학생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시도가 주목된다. 지난해부터 경희대 내부에서는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이 ‘교육에서 학습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일방향적 지식 전수에서 벗어나 교수자와 학습자, 또 학습자와 학습자가 양방향으로 소통하면서 교육, 연구, 실천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새로운 모델을 모색해왔다. ‘독립연구’는 현장 활동을 중시하는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시민교육 교과와 함께 고등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독립연구의 총괄PD을 맡은 김동건 교수는 “경희대를 포함한 일부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선정해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수업을 개설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자기주도형 학습 모델을 반영한 수업방식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고, 학생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해 나가는 능동적인 자세와 학문에 대한 근본적 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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