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우주과학과 박수종 교수, <네이처>에 논문 게재
2011-12-29 연구/산학
새로운 우주 폭발현상 ‘두 번 죽는 별’ 발견
경희대가 개발한 시퀸카메라가 연구에 큰 기여
경희대학교 응용과학대학 우주과학과 박수종 교수가 새로운 형태의 우주 폭발현상을 발견해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 논문을 게재했다. 박수종 교수는 서울대 임명신 교수 등 국내 연구진 6명을 포함해 스페인, 미국 등 10개국, 34명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에 소속돼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경희대와 서울대가 공동 개발한 시퀸(CQUEAN)카메라를 이용해 얻은 관측 자료가 큰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12월 1일 자에 발표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스위프트 위성은 지난해 12월 25일 감마선 폭발을 발견하고, 이를 세계 천문학자들에게 전달했다. 때마침 미국 텍사스의 맥도널드 천문대에서 시퀸카메라로 천체를 관측하고 있던 박수종·임명신 교수 연구팀은 이번 감마선 폭발의 잔광 현상을 지상에서 가장 먼저 추적했다. 감마선 폭발 직후, 가장 이른 시간대의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자료를 확보해 천체의 특성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박수종 교수는 “모든 연구를 독자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개발한 카메라로 관측한 초기 잔광 자료가 이번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별은 한 번 죽는다’는 기존 학설 뒤집는 발견
태양보다 수십 배 무거운 별은 초신성 현상을 일으키면서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어 일생을 마친다. 이처럼 별이 죽거나, 두 개의 중성자별이 충돌할 때 감마선 폭발이 일어난다. 그 에너지는 ‘우주의 모든 별빛을 합한 만큼 매우 밝은 빛’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일반적으로 몇 초에서 수백 초 동안 현상이 나타나지만, 이번에 발견된 감마선 폭발은 30분 이상 지속됐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이어진 잔광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다른 감마선 폭발과는 달리 수만 ℃에서 시작해 점차 식어가는 흑체복사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초신성 폭발 후 생긴 중성자별이 주위에 있는 다른 별과 합병하면서 또 다른 폭발을 유발했고, 폭발 후 남은 천체는 블랙홀이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성자별로 변한 별은 더 이상 진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조건만 맞으면 블랙홀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별은 한 번 죽는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었다.
이번 감마선 폭발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론적으로만 예측했던 새로운 현상이다. 따라서 동일한 관측 대상을 놓고, 다른 모델이 형성되기도 했다. 박수종 교수는 “우리는 이번 감마선 폭발이 약 43억 광년 떨어진 먼 은하에서 일어났다고 판단했는데, 이탈리아의 다른 연구팀은 태양계가 속해있는 우리 은하, 즉 몇 천 광년 떨어진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발표했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모델이 없는 연구이기에 해석에 따른 논란의 여지가 발생한 것이다. 《네이처》에는 박수종 교수가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팀 외에도 이탈리아 연구팀의 논문이 동시에 게재됐다. 박수종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별의 죽음에 대해 학문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을 제시했다”며 “새로운 발견이기에 당장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우주 폭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에 계속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문학 연구 장비 개발해야 할 것
이번 연구의 기초 자료를 얻는데 사용된 시퀸은 국내 대학에서 처음 만든 천체관측용 카메라다. 초기 우주 퀘이사(Quasar)를 관측한다는 목적으로 개발한 후, 2010년 8월 맥도널드 천문대에 설치했다. 이로써 나은 환경에서 관측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우수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퀘이사는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집어삼키는 에너지에 의해 형성되는 거대 발광체로서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천체다.
앞으로도 박수종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장비를 개발하고, 천체를 관측하고, 연구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빛의 스펙트럼을 조사하기 위한 분광기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연구 장비 개발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위험성도 따르지만, 더 정밀한 기초 자료를 얻고, 천체 현상의 물리적인 특성을 연구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다. 박수종 교수는 “천문학에서는 장비를 빌려서 데이터를 얻는 경우가 많지만, 평생 동안 남의 것을 빌리면 한계를 뛰어넘기 어렵다”면서 “우리의 성장을 위해 장비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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