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글로벌 시대 인문학은 왜 중요한가’

2011-12-14 교육

 

프레드 달마이어 교수, 초청 강연에서 ‘인간의 인간화' 강조

‘2011 후마니타스 석학 초청 강연’이 지난 11월 28일 서울캠퍼스 청운관 509호 강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프레드 달마이어 노트르담대학 정치학·철학 석좌교수는 ‘인간의 인간화: 글로벌 시대에 인문학은 왜 중요한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후마니타스칼리지 신충식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강연에서 달마이어 교수가 던진 화두는 ‘인간을 인간답게(humanizing humanity)'였다. 그는 인문학이 경시되고 있는 오늘날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돼야만 하는 지구적 의미를 고찰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인문학적 실천
프레드 달마이어 교수는 먼저 오늘날 대학들이 첨단기술과 세분화된 전문 훈련을 선호함에 따라 인문학이나 자유교양 프로그램들이 대폭 줄었음을 지적하고 “그로 인한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또한 고문, 테러리즘과 같은 잔혹한 행위들로 점철돼온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의 목적인 인간성(humanity)과 인간 됨됨이(humanness)에 대한 함양 없이 어떻게 전쟁 또는 인간성을 파괴하는 각종 범죄가 쇠퇴하거나 감소할 수 있는지 반문했다.
달마이어 교수는 인문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내재적 선(an intrinsic good)’이라고 규정했다. 시를 낭송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일처럼 인문학을 고양하는 일 자체가 인류에게 혜택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선(善, good)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문학의 영향력이 대학살과 대혼란의 수위를 낮출 수 있으며, 그것이 ‘내재적 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인문학의 실천’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민주주의의 성장을 위한 인문학 교육
프레드 달마이어 교수는 ‘인문학과 자유교양’, ‘실천적 노력으로서의 인문학’, ‘인문학과 글로벌 민주주의’ 등 3개의 소주제로 강연을 이어나갔다. 달마이어 교수는 자유교양의 역사와 학문 분야의 유형을 살피면서 인문학의 의미를 탐색한 후 인문학적 실천의 교육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끝으로 ‘인도적인 코스모폴리스’ 출현에 대비한 인문학의 핵심적인 기여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세 번째로 다뤄진 인도적인 코스모폴리스의 출현과 관련해서는 마사 너스봄(Martha Nussbaum)의 저서 <비영리 목적을 위하여(Not for Profit)>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교육기관은 물론 모든 국가들이 전 지구적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문학과 예술을 도외시하는 상황을 진단하며, 달마이어 교수는 이와 같은 현상이 단순히 교과과정과 교육기관의 위기만이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보는 너스봄의 견해를 인용했다. 그리고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 판단과 공통감각 계발에 인문학적 성찰과 실천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민주주의가 전 지구적 열망이라고 보는 너스봄의 시각에 따라 오늘날의 민주주의 교육은 글로벌 또는 코스모폴리탄적 형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교육기관은 긴박한 과제를 안고 있으며, 그 과제는 학생 스스로 이질적인 국가 및 세계의 구성원임을 자각하는 능력을 계발하고, 다양한 집단의 역사와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코스모폴리탄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마이어 교수는 코스모폴리탄 교육의 선구자로 자유교양을 강조한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글로벌 시민예절과 시민정신 고양에 헌신한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를 꼽았다. 그들은 자유교양 교과과정의 핵심으로 세계의 다원성과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철저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달마이어 교수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짐에 따라 점차 퍼져나가고 있는 ‘조용한 위기’가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한 용기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사례 중 하나로 인간화를 위해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가 투쟁의 주요 자원으로 꼽은 아힘사(ahimsa, 비폭력)와 사티아그라하(satyagraha, 진리와 선의 추구)를 언급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프레드 달마이어 교수는 독일 철학자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의 현상학-해석학 전통을 물려받은 현존하는 최고의 정치철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2011 Peace BAR Festival' 기조강연자로 참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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