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희의 평화운동과 세계평화의 날 제정 의미

2011-09-09 연구/산학

1950년대 중반부터 문맹퇴치·의료봉사 등 사회공헌 앞장
UN 총회, "세계평화의 날이 국제적 긴장과 갈등 완화“

경희대학교의 창학이념은 ‘문화세계의 창조’이다. ‘문화세계’는 설립자 조영식 박사가 주창한 사유체계로, 약육강식의 자연주의 역사관을 극복하고 물질과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문화적 가치관을 통해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상생하는 지구공동사회를 지향한다. 문화세계는 세계평화를 위한 보편가치와 실천 정신을 내포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비전과 철학에 따라 경희는 6·25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1950년대 중반부터 문맹퇴치운동, 의료봉사, 잘살기운동, 밝은사회운동, 남북 이산가족 재회 추진 등 인간애와 인류애를 바탕으로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왔다. 당시 경희의 사회공헌 활동이 국내에 국한되었던 것은 온 국민이 가난에 허덕일 정도로 국내 사정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그 무렵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해 있었다.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지금의 눈으로 볼 때,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극빈국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고등교육의 힘으로 세계평화를 구현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조영식 박사는 평화에 대한 신념과 철학으로 1965년 세계대학총장회(IAUP) 창설을 주도했다. “고등교육의 힘으로 세계평화를 구현한다”는 대담한 포부를 펼쳤다.

이것이 세계평화운동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1981년 7월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열린 IAUP 제6차 총회에서 조영식 회장이 세계평화의 날/해 제정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그 제안은 ‘코스타리카 결의문’으로 채택되고, 그해 11월 제36차 UN 총회는 세계평화의 날/해 제정안을 157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후 UN은 매년 9월 셋째 화요일을 세계평화의 날로 정하고 이를 기념해왔다. 경희대학교는 1982년부터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해왔다. 1984년 평화복지대학원을 설립했으며, 1986년에는 세계 최초로 <세계평화대백과사전(영문판)>을 출간했다. 이후 경희의 평화운동은 인류사회재건운동, 국제평화운동, 네오르네상스운동 등을 통해 지구적으로 확산됐다. 1993년 유네스코는 경희의 이 같은 노력을 인정해 평화교육상을 수여했다. 대학이 평화교육상을 수상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1993년 9월 21일 UN 세계평화의 날
12주년을 맞아 브트로스 부트로스-갈리(Boutros Boutros-Ghali) UN 사무총장은 기념식과 국제회의를 준비하고 있던 경희대학교에 공식 서한을 보내왔다. 그 서한에는 “역사는 1945년 이후의 여러 해를 공포의 해로 기억할 것이며, 그 수십년 동안 세계는 숨죽여왔습니다. 오늘날 핵 대전의 위협이 사라짐에 따라 우리는 일말의 안도감을 느끼고 있지만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닙니다. 아직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불가능한 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사명은 이러한 꿈을 실현하는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1999년 서울NGO국제대회 개최
그에 앞서, 세계평화의 해로 선포된 1986년 1월 1일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평화의 해이니만큼 서로 협력하여 진정한 세계평화를 이룩하자”는 내용의 평화 메시지를 교환했다. 미·소 양국의 지도자는 그해 11월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핵무기 폐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이어진 일련의 군축회담도 성공적으로 타결됐다.

핵전쟁의 위협을 가져온 냉전이 종식된 배경에는 세계평화의 날/해 제정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특히 1980년대 UN을 중심으로 세계시민사회가 전개한 반전·반핵·평화운동을 꼽을 수 있다. 이후 시민사회 운동이 국제 질서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흐름의 중요성을 파악한 경희대학교는 1999년 서울 NGO 국제대회를 개최했다.

‘지구적 존엄’ 추구하며 “평화의 미래 대학의 미래” 모색
2001년 9월 7일 제55차 UN 총회는 세계평화의 날 20주년을 맞아 매년 9월 21일을 세계평화의 날로 고정하고, “세계평화의 날 제정이 세계평화에 대한 이상을 강화하고 국제적 긴장과 갈등을 완화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핵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던 1981년 경희대가 최초로 제안한 세계평화의 날 제정이 인류문명사에서 점하는 위치를 명문화한 것이다.

2009년 경희대학교는 개교 60주년을 맞아 세계시민포럼(WCF)와 세계시민청년포럼(WCYF)를 창립하고,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지구적 존엄을 향하여(Towards Global Eminence)"라는 슬로건은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창학이념을 계승하며 ”평화의 미래, 대학의 미래“를 모색하는 경희의 학문적·실천적 의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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