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함께 그려보는 우리 교육의 미래’

2022-08-25 교류/실천

경희학원은 지난 7월 8일(금) ‘병설학교 미래교육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행사는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유네스코 국제미래교육위원회 보고서 관련 발표, 병설학교 교사와의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사진은 질의하고 있는 윤경숙 경희유치원 원장

경희학원 병설학교 미래교육 콜로키움, 새 시대 교육 위한 교사·학교 역할 공유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교육 관련 토론에 사회 전체가 참여해야”

“우리 인류와 지구는 위기에 처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취약성과 상호연결성을 동시에 증명했다. 이 경로를 바꾸고 우리의 미래를 다시 구상하기 위해선 모두 함께 긴급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교육의 힘이 심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유네스코가 지난해 발행한 국제미래교육위원회 보고서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Reimagining Our Futures Together: a New Social Contract for Education)』(이하 미래교육 보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정부, 교육기관, 단체, 시민들에게 평화롭고 정의로우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건설할 수 있도록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는 데 참여할 것을 요청한다. 경희학원이 이에 동참해 ‘병설학교 미래교육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인 이리나 보코바 경희대학교 미원석좌교수를 초청해 미래교육을 위한 교사와 학교의 역할을 공유했다. 행사는 지난 7월 8일(금) 경희대 서울캠퍼스 본관 대회의실 현장 참석과 온라인으로 동시 진행했다. 콜로키움은 보코바 교수의 미래교육 보고서 관련 발표, 병설학교 교사와의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지구에 사는 우리 삶의 방식과 교육 대전환 필요한 시점
보코바 교수는 미래교육 보고서 발행 배경을 설명하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와 지속되는 사회·경제 불평등, 사회 분열, 정치적 극단주의가 인류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수십 년에 걸쳐 평화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실 중 하나가 17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수립이다. 교육은 모든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 요소이자, 4번 목표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 기회 증진’으로 제시돼 있다.

보코바 교수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 건강한 지구, 모두를 이롭게 하는 공동의 발전을 위해 지속가능발전목표가 수립됐으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교육 방식은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충분치 않다. 산업혁명 이후 개인과 사회는 물론, 교육까지 경제성장 위주의 근대적 패러다임에 갇혀 버렸다. 지구에서 사는 우리 삶의 방식과 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미래교육 보고서는 학습에 대해, 그리고 학생, 교사, 지식, 세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지금까지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질문을 던진다”라고 설명했다.

미래교육 보고서는 ‘우리가 계속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중단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창의적으로 새롭게 만들어내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 이 세 가지 질문을 놓고 전 세계가 함께 대화할 것을 요청한다.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고, 교육을 혁신해 위기에 처한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바꿔야 한다고 강력히 호소한다.

병설학교 미래교육 콜로키움에서 보코바 교수는 “교육이 사회적 참여와 공동의 노력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재(Common Good)라고 인식해야 한다. 교육에 관한 토론에 사회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현실을 바꾸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사회와 기업이 중시하는 가치를 경쟁에서 공생과 연대로 바꿀 수 있다.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계속 전환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토론하면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사는 교육과 사회 혁신의 핵심 주체로 거듭나야”
미래교육 보고서는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인권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포용성, 형평성, 협력, 연대, 집단적 책임, 상호연결성을 뒷받침하는 광범위한 원칙을 바탕으로 누구나 어디서나 평생학습의 권리를 누리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교육학은 학생들이 공감과 연민을 갖고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지적·사회적·도덕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협력과 연대의 원칙을 중심으로 조직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교육과정은 생태적·상호문화적·학제적 학습에 중점을 두면서 비판적 사고 역량을 기르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지구와 우리가 관계 맺는 방식을 다시 균형 잡아 주는 교육과정, 사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역량을 길러주는 과학적 문해력, 인문학적 문해력, 디지털 문해력을 강화하는 교육과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보고서는 이를 위한 교사와 학교의 역할도 강조한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 전달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사회 혁신의 핵심 주체로, 학교는 포용성, 형평성, 복지를 보장하고 새로운 도전 과제와 가능성을 마주하는 교육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교육 보고서는 디지털 학습을 비중 있게 다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휴교 사태에 디지털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은 원격으로 학습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학습 기회를 얻지 못했다. 기술 발달이 인류를 서로 연결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디지털 불평등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를 통해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코로나 위기는 디지털 접근성과 온라인 플랫폼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줬고, 디지털 접근성과 디지털 문해력을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보코바 교수는 이 부분에 주목하면서 “디지털 기술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기회를 늘려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고, 교육 대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보코바 교수는 “교육 혁신의 성패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정부에 달려 있다. 교육이 사회적 참여와 공동의 노력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재(Common Good)라고 인식해야 한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이 교육에 대해 생각하고, 대화에 나서도록 이끄는 것이 미래교육 보고서의 역할이다. 교육에 관한 토론에 사회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질의응답에서 교사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본격화한 디지털 교육환경으로의 전환이 교사와 학교의 역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집중 질의했다. 보코바 교수는 “지식 전달 역할을 기술이 돕게 되면서 교사의 역할은 지식 전달자에서 안내자로 변화될 것이다. 교사는 학생의 지식 비판·응용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 학교 고유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졌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학교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게 해줬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질의하고 있는 강용철 경희여중 교육연구부장, 송연숙 경희여고 교장 모습.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교 고유의 역할 더 분명해져”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교사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본격화한 디지털 교육환경으로의 전환이 교사와 학교의 역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집중 질의했다. 보코바 교수는 “그 어떤 기술로도 교사와 학교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기술은 교사와 학교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식 전달 역할을 기술이 돕게 되면서 교사의 역할은 지식 전달자에서 안내자로 변화될 것이다. 교사는 지식 생산을 지원하고, 학생의 지식 비판·응용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의 역할과 관련해선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오히려 고유의 역할이 더욱 분명해졌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학교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게 해줬다. 원격 학습이 학교 활동을 지원해줄 수는 있지만, 학교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교육 혁신의 필요성과 방향에 공감하는 한편, 현실과의 괴리를 우려했다. 윤상철 경희여고 연구부장은 “우리 학생들은 이미 학교에서 공감과 배려를 중시하는 세계시민 의식을 배운다. 하지만 사회에 나가면 극단적 능력주의와 경쟁에 내몰리면서 학교에서 배운 가치를 버리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혁신만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보코바 교수는 “지속 가능한 미래는 교육만 바뀐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회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교육 혁신을 위한 토론에 교사만 참여해선 안 된다. 정치인, 지역사회, 공공단체, 민간단체, 학부모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한다. 현실을 바꾸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사회와 기업이 중시하는 가치를 경쟁에서 공생과 연대로 바꿀 수 있다”면서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계속 전환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토론하면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용철 경희여중 교육연구부장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토론하자는 말이 인상적이었다”면서 “교사들이 교육에 관한 토론과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새로운 역량을 개발해야 할 것 같다. 이 시대 교사들이 갖춰야 할 필수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보코바 교수는 “교사 스스로 새로운 기술 습득과 학생이 올바른 지식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게 해줄 문해력을 키워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의 미래에 관한 토론과 대화, 교육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력도 교사의 몫”이라고 말한 뒤, 여기에는 정부와 학교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교육 보고서에도 나와 있듯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많은 교사가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교사들이 원격 학습을 지원하는 전문성을 갖출 시간적 여유 없이 상황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보코바 교수는 “교사들이 새로운 교육환경에서 학생들에게 지속 가능성, 연대, 연민, 윤리, 공감의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선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교사의 역할을 재설계함으로써 필요한 전문성과 자원, 인프라 등을 정부와 학교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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