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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위한 후보물질 데이터, ‘기초연구’에서 시작

2021-12-17 연구/산학

김봉이 한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식물과 한약재를 포함한 다양한 천연물에서 위암 억제 효능을 보인 성분을 정리했다. 사진 왼쪽부터 신소영(한의학과 18학번) 학생, MD. Ataur Rahman 학술연구교수, 김봉이 한의학과 교수, 박진주(한의학과 18학번)·강석영(한의학과 18학번, 제1저자)·황동원(한의학과 17학번) 학생.

김봉이 한의과대학 교수 연구팀, 위암 억제 또는 치료 효능 보인 천연물 성분 정리
“위암 치료 부작용 적은 신약 개발 가능성 열기 위해 후보물질 데이터 발표”
천연물 효능 정리하는 기초연구로 재학생 연구 능력 향상 및 임상시험 근거 마련

위암은 2020년 기준, 세계에서 신규 환자가 5번째로 많은 암이다. 현재 위암 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는 말초신경장애, 구내염, 설사, 구토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위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기존 치료법의 부작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약물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의과대학 김봉이 교수 연구팀이 위암 억제 또는 치료 효능을 보인 천연물 종류를 정리해 신약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데이터를 발표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식물과 한약재를 포함한 다양한 천연물의 생리활성물질(bioactive components)과 여러 한약재가 섞인 탕약 같은 복합물 등에서 위암 억제 효능을 보인 성분을 정리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위암 항암제 개발 관련 임상시험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한의학과 18학번 강석영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은 ‘Potential of Bioactive Food Components against Gastric Cancer: Insights into Molecular Mechanism and Therapeutic Targets’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인 <Cancers>(JCR Q1, IF: 6.639)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 토대로 임상시험에서 천연물 유효성 파악할 수 있어”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 취합에서 출발해 천연물 개별 생리활성물질의 화학적 분류를 진행한 점이 눈에 띈다. 천연물이 가진 많은 성분 중에서도 실제로 우리 몸에서 위암을 조절하는 생리활성물질을 찾는 작업이 신약 개발에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연구를 통해 기존 항암제 내성으로 환자들이 힘들 때 천연물 성분 약물이 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후보물질 데이터를 제공한 이번 연구가 임상시험에서 천연물의 유효성을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 연구팀이 59편의 논문을 살펴본 결과, 여러 기전에서 효능을 보인 천연물의 성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초 ‘황련’에 함유된 베르베린(berberine)과 카레로 익숙한 ‘강황·울금’의 주성분 커큐민(curcumin), ‘천련자’ 추출물에서 발견한 토오젠다닌(toosendanin), 한약재 ‘단삼’에 들어있는 화합물 단시논(tanshinone ⅡA) 등이 대표적이었다. 기존 항암제 내성을 억제하는 데는 양파의 아이소람네틴(isorhamnetin), 감초의 리퀴리틴(liquiritin) 등이 효과를 보였다.

암이 진행되고 특정 단계를 넘어서는 원격전이(보통 4기로 분류)가 발생하면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진다. 천연물 중에서 원격전이 전 단계에서 이를 억제하는 효능을 보인 성분들이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억제 효능을 보인 약재를 연구하거나 비슷한 성분을 가진 다른 후보군을 뽑아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생존율이 어떻게 바뀌는 지도 효율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제1저자 강석영 학생은 “매일 먹는 식품과 한약재 복용을 통해 위암 위해도를 낮출 수 있다는 비임상연구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천연물이 암 치료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임상 가능성도 제시하게 됐다”고 전했다.

전공수업 수강 후 기초연구 참여, 학문의 확장으로 이어져
이번 연구에 참여한 재학생들은 모두 한의학과 전공수업인 <본초학>을 수강했다. 이 수업에서 천연물의 의료 성분에 대해 배우고 문헌연구를 진행했다. 신소영 학생은 “직접 문헌연구까지 진행하고 나니 학습 효과가 확연히 높았다”며 “연구를 위해 여러 논문을 읽고 자료를 찾는 등 커리큘럼을 벗어나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기른 점도 수확이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번 연구에 <병리학>과 <종양학> 수업도 큰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황동원 학생은 “우리 몸에 일어난 기전 파악이 중요한 연구였는데, <병리학> 수업의 내용이 그 단초가 됐다. <본초학> 수업이 없었으면, 연구 진행도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박진주 학생은 “<종양학> 수업에서 여러 암에 대해 배웠다. 위암 환자가 통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많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한국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강석영 학생은 “한의학은 확장성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연구 가치가 높은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질병에 부작용이 적은 한약재 기반 천연물이 사용될 수 있게 많은 임상연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의과대 재학생 10% 이상이 SCIE급 논문 쓰게 하는 게 목표”
김 교수는 지난 2015학년도 2학기부터 스터디 활동의 일환으로 학부생의 문헌연구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천연물 관련 임상시험이 더 활발히 진행되려면 기초연구를 통한 근거가 더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대학원생 이상만 논문을 쓴다는 편견이 있다. 학부생들도 논문 작성으로 배움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스터디를 통해 논문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터디에는 매년 6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스터디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목표를 하나 가졌다. 한의대 학부생 10% 이상이 졸업 전 SCIE급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도록 지도하는 것. 김 교수는 “졸업 전에 연구 경험을 쌓아 이후에 직접 연구를 하지 않아도 관련한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학생들의 논문이 임상시험의 기초연구 자료로 쓰이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라고 전했다.

글 손은주 eve@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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